무의미한 일상을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려 정처없는 여행길에 올랐다가 뜻밖의 사건사고에 휘말려 영원이 돌아올 수 없는 죽음의 길을 질주하고야 마는 두 여인의 기상천외한 최후를 다룬 페미니즘적 영화 ‘델마와 루이스(Thelma & Louise)’ 는 20년쯤 된 영화라 최근에 소개해 온 60년이나 70년 된 작품들과 달리 필자의 뇌리에 생생해서 떠오르는 장면들이 많아 좋다.
가정주부인 ‘델마 디킨슨(지나 데이비스/Geena Davis)’은 덜렁대는 성격에 뜨거운 가슴을 가진 여자지만 남편이 평소 자신을 애기취급을 하며 매번 허락을 받아야 외출도 가능한 답답한 현실에 늘 불만이다. 레스토랑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루이스 소여(수잔 서랜든/Susan Sarandon)’는 꼼꼼하고 이성적이지만 식탁들 사이에서 반복되는 매일이 지겹기만 하다. 그래서 델마는 남편에게 쪽지 한 장만 남기고 두 여인은 의기투합하여 출발전 폴라로이드 사진 한장을 출발 기념으로 찍고는 주말 별장을 빌려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고속도로변 휴게소에 차를 세우면서부터 이들의 여행길은 순탄치가 않고 다시는 정든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운명적 여로에 오르게 된다.
남편과 직장으로부터 해방감에 들뜬 이들은 기분이 좋은 나머지 술을 마시고 ‘할렌’이란 첨본 남자의 다정한 행동에 끌려 함께 춤을 추게되자 델마는 루이스가 잠시 화장실에 간 사이 그 남자와 함께 잠시 바람을 쐬러 나갔더니 갑자기 치한으로 돌변해 어둔 주차장에서 폭력을 휘두르며 성폭행을 하려든다. 때마침 이를 본 루이스가 권총을 가져와 간신히 델마를 구하자 치한은 성적인 욕설로 모욕을 가하게 되고 이에 격분한 루이스는 자신도 모르게 총을 쏴 우발적으로 그를 살해하기에 이른다.
해방감으로 환희에 가득찼던 둘의 여행길은 순식간에 공포와 도주의 외길로 쫓겨 극한 상황을 맞게 된 델마와 루이스는 경찰 신고를 포기한채 멕시코로 도망치기로 한다. 도주에 필요한 돈을 마련키 위해 애인 ‘지미’에게 부탁하고 송금한 돈을 찾으러 갔다가 직접 찾아온 지미를 만났으나 지금 처한 사정을 알 수 없는 지미의 청혼은 거절한다.
오클라호마의 한 여관으로 가던중 델마는 남편에게 루이스와 함께 하겠다는 각오를 전하고 이 때 우연히 만나 접근하던 젊고 잘 생긴 ‘JD(브래드 피트/Brad Pitt)’란 꽃미남 청년에게 반해 몰래 하룻밤을 보낸다. 그러나 건달은 델마 방에 숨겨둔 돈을 몽땅 갖고 도망치는 바람에 건달에게 몸과 돈을 맞바꾸고 이들은 빈털털이가 되고 만다.
살인까지 저지르며 방어한 정조를, 불러들인 건달에게 델마의 모든 것이 함께 무참히 짓밟히고 마는 처참한 상황을 맞게되자 이들은 어느 가게 카운터에 가서 여러 사람을 위협하며 총을 들여대고 강도짓을 하기에 까지 이른다. 그것도 2인조의 능숙한 강도 솜씨를 보인 것.
자연히 두 사람은 강력범으로 수배되고 추적을 당하게 되나 형사 ‘할 슬로컴브(하비 키이텔)’만이 두 여자의 어쩔수 없는 사정을 알고 그녀들을 보호하기 위해 애를 쓴다. 그러는 와중에도 사건은 연속 일어난다. 그녀들이 차를 몰고 도피하는 도중 유조차 트레일러의 운전사가 뒤를 따르며 끊임없이 성적 희롱을 하고 추근댄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고속도로변에서 몇 번 유조차와 마주친 루이스는 병행하는 틈을 타서 뭘 원하느냐고 묻고 따라오라는 사인을 보내자 그는 신이나서 갓길에 차를 세우고 접근을 해오자 루이스가 묻는다. “만약 당신의 아내나 딸에게 누가 당신처럼 이렇게 한다면 어떻게 하겠소?”
숱한 세월이 흘렀지만 긴 스토리 가운데 유독 그 장면과 대화만은 지금도 필자의 기억에 분명히 남아있다. 운전사는 대답 대신에 입에 담지 못할 극심한 욕을 마구 해댄다. 화가 치민 델마가 총을 꺼내 이번엔 트레일러의 바퀴를 쏴 버린다. 이어 기름이 가득한 유조차 탱크를 사정없이 쏘아 폭발시켜 복수를 해버린다.
폭음과 함께 고속도로를 불바다로 만든 후 두 여인은 목적 없이 다시 도주의 급 페달을 밟기 시작한다. 살인죄와 강도죄에 유조차 폭발사고 등 하룻 새 너무나 큰 범행을 연속으로 저질렀으니 경찰에 수배되어 쫓기는 신세가 된 데다 설상가상으로 과속으로 교통경찰에게 걸린다.
경찰이 루이스의 신분을 조회하려 들자 이판사판으로 다시 총을 꺼내 위협해서 이들을 트렁크에 가둬버린다. 그리고 루이스는 바깥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델마의 집으로 전화를 해서 형사와 통화한다. 그 사이 경찰은 위치 추적으로 그들이 멕시코로 가는 것을 알아낸다.
점점 경찰의 수사망이 좁아져 옴을 직감한다. 그들은 그랜드캐년의 한 절벽위에서 차를 멈춘다. 드디어 완전히 포위당한 두 여인은 도망을 칠 수가 없다. 델마는 루이스에게 깊고 험한 계곡이 내려다보이는 절벽을 향해 계속 달리자는 신호를 보낸다. 여자의 범죄라고 무죄는 아니라설까?
델마와 루이스는 손을 꼭 잡고 최후의 입맞춤을 한 뒤 절벽을 향해, 아니 죽음을 향해 더 이상불사조가 아닌 ‘썬더버드’의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는 것으로 전설적인 엔딩장면을 남기고 막을 내린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남성들은 다양하다. 가부장적인 델마의 남편, 피터팬같은 루이스 남친, 여성 성적조롱자 치한 할렌, 서양제비족(?) JD, 정상참작의 형사, 성희롱꾼 트럭운전사, 감수성 많은 교통경찰 등등. 이 영화는 두 여성을 실은 승용차가 행글라이더가 날 듯 절벽을 넘어 그랜드 캐년의 협곡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최후의 장면을 명장면으로 꼽으며 한편 두 여인이 온갖 범죄는 다 저지르고 다니다가 수습이 안 되니 “우린 여자라서 당한 피해자”라고 정신승리를 하면서 동반자살하는 내용의 패미니즘 영화라는 평가도 받는다.
‘프로메태우스’를 만든 ‘리틀리 스콧’이 메가폰을 잡았고 32세의 연하남과 열애중이라 해서 화제인 ‘수잔 서랜든(‘46생)’은 ‘데드맨 워킹’으로 ‘98년 아카데미여우주연상을 받은 늦깎이 연기파로 필자가 이상형으로 흠모하는 스타이고 ‘지나 데이비스(‘56생)’ 는 작년 ‘2012 ABU(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 총회에 ITU(국제전기통신연합) 및 ‘지나데이비스 미디어연구소’ 대표자격으로 참가해 체한한 바 있는데 ‘대통령 이야기(Commander in Chief)’ 란 작품으로 골든글로브상을 받은 재원이기도 하다.< 서대남 편집위원 dnsuh@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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