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28 10:13

KSG에세이/ 항구와 배 “그리고 부두는 언제 잠드는가”

서대남 편집위원
묶인 로프를 풀고 배가 떠날 때까지, 그 뒤안길 산책 - (13)
바다의 물길 수로 안내, 도선(導船/Pilotage) - ⑫

서대남 편집위원

앞서도 수차례에 걸쳐 필자가 곳곳서 언급했듯이 얼떨결에 70년대 중반 선주협회 해무부장이란 가당찮은(?) 보직을 맡아 해기사 출신, 그 중에서도 승선경험이 풍부한 선기장직을 역임하고 육상근무를 하는 베테란급 마도로스들이 맡아 해야 할 본선 운항과 관련된 여러 해사기술적 분야와 해상인력 수급문제를 겁없이 떠맡아 처리해야 하는 실무 책임자 입장에 처하게 됐었다.

도선과 관련된 업무도 바로 그 과제중의 하나였기에 업무파악을 위해 우선 인천항 마산항 그리고 부산항 등을 두루 돌며 도선사들과 함께 본선에 함께 올라 도선하는 실제를 현장을 통해 몸소 견학하며 다녔던 일들은 지금 돌이켜 보면 참으로 값진 체험으로 기억에 남는다.

당시 이용자 단체인 선주협회와 서비스 단체인 도선사협회와 도선요율 문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한다는 명분아래 오랜 시간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다가 도선의 노동강도나 난이도 및 실제 어려움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작업현장에 가서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하는 길이 두 업계를 이해하는 첩경이란 데 의견을 모으고 선사의 해기사 출신들과 함께 현지 출장을 갔었던 것이다.

지금도 생각사록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마산항을 찾아가서 박성극 도선사와의 도선 전반에 걸친 입씨름이었던 것 같다. 해군대령 출신으로 당시 마산항 도선구역 회장직을 맡았던 것으로 기억되는 박 도선사는 걸쭉한 하이톤의 북녘 말씨로 되레 도선의 애로사항과 낮은 도선요율의 개선을 큰 소리로 외치며 필자를 설득시키려고 안간힘을 썼다.

당시는 화력발전소가 있는 삼천포항인가 고정항으로 불렀던 것으로 희미하게 기억에 남는데 도선사협회 이현식상무와의 전화취재를 통해 알아 본 결과로는 고정항은 LNG(Liquified Natural Gas/천연액화개스)선 전용 항만으로 크게 발전하여 중부권의 인천·평택항, 그리고 2014년께 준공 예정인 동해권의 호산항과 더불어 점차 수요가 늘고있는 LNG기지 항만으로 각광받고 있다는 것.

그때 화력발전소에 발전용 연료탄을 싣고 들어온 배는 대한해운공사(KSC)를 인수하여 개명한 대한선주(大韓船洲)의 135,000톤급 웨스트 다오리(West Daori)호 였고 작고한지 오래 된 허진구 선장(한국해대 항해과 13기)이 처녀 입항하기로 돼 있어 일종의 신설 도선구의 도선료 책정 기초자료 수집을 위해 필자가 현장을 찾아간 것이었다.

당시 신규 항만은 예도선료가 들쭉날쭉 하던 때라 마산항 박성극 도선사와 함께 본선을 타고보니 길이가 도선사 한사람으로는 도선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보조도선사 한 사람이 더 필요하다며 두명의 도선사가 본선에 타고 도선을 해야된다고 했다.

선박의 길이가 얼마 정도였기에 두사람이 필요했던가를 기억해 낼수가 없어 당시 대한선주에 근무했던 벌크담당 이광희 전무와 선장 출신 이상근 전무(한국해대 항해과 18기)에게 물어본즉 아마 260m는 족히 됐으리라고 했다.

사실 도선사들과 본선에 함께 타고 있어도 필자로선 이 배가 어디를 향해 어떻게 가고 있는지 알 길이 없긴해도 두 도선사가 선수(船首)와 선미(船尾)에 타고 워키토키를 들고 교신을 해가면서 몇 시간이 걸려서 부두에 접안, 얼롱사이드(Along Side)를 끝내자 본선 선장이 “Thank you very good!(안전하게 끝낸 도선에 감사합니다)”이라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서행 운항을 하면서 조타수에게 던지는 오더가 지금 기억으로는, 육상에서는 좁은 공간에 전면주차를 하거나 후면주차를 하는 경우가 많지만, 선박의 경우는 일자주차(一字駐車)를 할 때와 같이 최종적으로 부두와 나란히 바짝 붙여서 배를 정박시켜야만 하게 되어있다.

그래서 도선구역 시발점에서 부터 도선사들이 본선 선원들에게 전달하는 오더는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한가지 이상하게 들렸던 것은 도선사가 쓰는 용어가 귀에 생소하게 우리가 아는 일반 영어와는 다르게 들렸다.

이를테면 선박의 진행방향을 전달할 때엔 어스턴(Astern/배를 후진시킴), 포트(Port/좌측으로), 스타 보드(Star Board/우측으로), 미드 십(Mid Ship/가운데로 똑바로 전진)이란 용어를 쓰는게 일반화 돼 있는 것 같았다.

또 그때나 지금이나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선박이 노멀스피드, 항해속력(Sea Speed)으로 오다가 입항 항만 가까이에 이르게 되면 속도를 변경하는 것이었다. <계속> < 서대남 편집위원 dnsuh@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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