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해운인재 양성의 요람인 한국해양대학교에 최근 5억원을 쾌척한 마상곤 협운해운 회장. 한국해양대 항해학과 16기 출신이며 한국해대 총동문회장을 역임하기도 한 마상곤 회장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책기부를 비롯, 그동안 11억원이 넘는 장학금과 발전기금을 모교에 기부했다.
이번 5억원 발전기금 전달식에서 마상곤 회장은 한국해대가 우수한 해운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글로벌 명문대학으로 도약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협운해운 마상곤 회장 |
최근 5억원 흔쾌히 기부
Q. 한국해양대 총동문회장을 역임하시는 등 모교인 한국해대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십니다. 모교 발전을 위해 많은 기부를 해 오셨고 특히 이번에 5억원을 흔쾌히 쾌척하신데 대해 해운업계가 큰 관심을 갖고 있는데요?
A. 이번 기부 건은 즉흥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생각하고 계획했던 사안입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돕는 기부에는 저의 힘들었던 인생역정이 큰 계기가 됐습니다. 어렵게 농사지며 살아 온 저희 집안이었는데, 가장이신 아버님이 제 나이 일곱 살에 세상을 떠나셨으니 정말 어려운 학창시절을 보내야 했습니다.
어머니가 외아들인 저의 성공을 위해 갖은 행상을 해 가며 숱한 고생을 하신 것이 눈앞에 선합니다. 어머니에 보답하는 길은 공부를 열심히 해 명문대에 입학, 성공하는 것이었기에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향학열은 뜨거웠습니다.
대구 계성고 시절 외교관을 꿈꾸며 영어 공부를 무척 열심히 했습니다만 국립 한국해양대학교로 진로를 바꿨습니다. 당시 한국해대는 머리는 좋으나 집안이 어려운 학생들이 주로 입학했지요. 그 당시 가정형편이 어려운 우등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진학의 최선책은 사관학교였습니다.
사관학교는 졸업 후 취직이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관학교는 아니었지만 한국해양대학교가 국립대학으로 반 관비 학비고 취직도 잘 돼 인기가 많았습니다. 학생들에게 기숙사도 제공해 줘 저에게 딱 맞는 학교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한국해양대학교는 제가 입학할 당시 항해과, 기관과 딱 2개학과에서 100명 모집했는데 2500여명이나 지원해 25: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습니다. 해양대 재학시절 저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돈이 없어 외출조차 한 적이 없었으며 책 살 돈이 없어 친구들이 잠잘 때 친구 책을 빌려 공부해야만 했습니다.
책에 대한 한이 맺힐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제일 먼저 제가 기부한 것이 책 기부입니다. 20여년 전 첫 기부 때 제 사비 200여만원을 한국해양대학교에 기부하며 가정형편이 어려워 힘겹게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책을 구입해 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지금의 학교발전기금과는 다소 다른 케이스입니다.
해양대 졸업 후 성창그룹 계열사인 성창해운에 어렵게 입사를 했습니다. 영어를 열심히 했는데 그게 주효했습니다. 입사 후 휴가 및 휴일을 반납해서까지 열심히 일한 덕택에 회사에서 인정을 받아 초고속 승진을 했습니다. 30세 쯤 차장직급을 얻기도 했습니다.
이후 협성선박으로 회사를 옮겨 사선 업무 겸 대리점 업무를 맡았는데 스위스 포워더 TSR 업무팀이 한국에 와서 같이 일할 파트너를 찾길래 협조하다가 우연히 독립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해서 제 나이 36세에 협운해운을 창립하게 됐습니다.
그 후 국제해운대리점업계에서 유수한 외국 선주들의 대리점을 맡게 됐고 선주와 대리점간의 신뢰를 최우선으로 한 관계유지를 통해 현재도 자사의 지사를 설치하지 않고 국내 총 대리점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한편 한 두 개의 선주와는 합자 형태로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사업을 하면서 항상 근검절약을 생활화 했고 돈을 벌면 무조건 1/3은 저축을 했습니다. 액수에 관계없이 저축하는 습관은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제 나이 73세이고 내년이면 74세, 즉 노년기 중반에 접어듭니다. 아이들도 다 출가했고 이제는 남에게 베풀고자 합니다. 사실 전 한국해대 총동문회장이 되기 전 부터 학교발전기금을 지속적으로 기부해 왔고 그간 약 6억원의 기부를 했다는 사실을 이번에 기부하며 알았습니다. 5억원을 한꺼번에 기부하는 것은 오래전부터 계획한 것입니다.
원래 저는 10억원 정도를 출연해 협운 장학재단을 만들려 했는데 장학재단은 마치 회사를 운영하듯 절차 및 운영이 복잡했습니다. 그래서 장학재단 설립을 포기하고 그냥 맘 편하게 기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제가 기부한 이 기부금은 책을 사고 싶어도 돈이 없어 못사는 어려운 학생을 위해 쓰일 것입니다. 제가 한국해양대학교에 5억원을 기부할 때 이 부분을 총장에게 약속 받았습니다. 저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보다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불우한 학생들을 위해 이 돈을 써달라고 부탁했고 그 내용을 매년 보고해 달라고 했습니다.
친목도모·정보교환 주력토록
Q. 국제해운대리점협회의 활성화 문제가 많이 제기되고 있습니다만 사실 현 실정상 협회의 기능이나 역할 증대를 크게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 듯 합니다. 회장님의 견해는?
A. 과거 국제대리점협회와 비교하면 현 협회 인력이나 예산 등은 형편이 없지요. 하지만 관주도의 행정에서 자율화로 시책이 바뀌면서 사실 협회가 하는 일은 많이 단순화 됐다고 봅니다. 이제 협회의 주된 업무는 회원사들의 친목을 도모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일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제가 생각할 때는 현재 국제해운대리점협회의 규모는 적당한 수준이라고 여겨집니다. 예전처럼 정부의 각종 규제로 대정부 창구 역할을 협회가 해야 했습니다만 이제는 정부의 시책이 자율화되면서 협회가 정부와 마찰을 빚을 일도 없어졌습니다. 어차피 시스템도 다 전산화 되지 않았습니까.
Q. 우리나라 국제해운대리점업계의 현안문제는 무엇이며 해운대리점 등록갱신제에 대한 견해는?
A. 대부분의 외국 주요선사들이 국내 대리점체제를 지사화했고 해운관련 정책의 자율화 등으로 관주도 시절과 같은 간섭도 거의 없어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등록갱신제는 협회에서 오히려 관에다 부탁한 것입니다.
이 제도는 그만큼 필요한 제도입니다. 아시다시피 대리점 업체들이 너무 난립해 있는데 비해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등록갱신제를 통해 관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기업의 실적 및 현황을 적어도 1년에 한번 정도는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뢰가 큰 자산”
Q. 세계 유수의 외국선사들은 대부분 아시아에서 지사형태로 운영을 하고 있는데 유독 협운해운 파트너사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무슨 비결이라도 있나요?
A. 맞습니다. 현재 규모가 큰 선주들은 아시아에서 다 브랜치화 했습니다. 협운이 대리점을 맡고 있는 외국 선주들은 모두 역사와 전통이 있는 세계 굴지의 해운선사들입니다. 월헬름슨은 한국 지점 대신에 합작회사를 하자고 제안했고 이에 50:50 조인트벤처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스톨트사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이 이 두 회사가 아시아지역에서 중국과 한국만을 제외하고 모두 지사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국은 규정상 외국기업이 100% 투자를 못하도록 하기 때문이고 한국에 지점을 세우지 않은 것은 우리를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보면 저는 행운아인 것 같습니다.
Q. 해운시황 악화가 심상치 않습니다. 회복기를 2014년으로 보고 있지만 불투명한 것이 사실입니다. 회장님의 전망은?
A. 이번 글로벌 경기 장기침체에 따른 해운불황은 심각한 상황입니다. 세계의 공장이며 시장인 중국경제가 흔들리면서 더욱 해운시장이 위축되고 있습니다. 유로존의 재정위기가 악화되면서 글로벌 경제의 회복시기를 점치기는 상당히 어렵네요.
분명한 것은 유럽이나 미국 등이 주도했던 해운시장이 중국을 비롯 아시아지역 국가로 중심지가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아시아역내항로의 물동량은 유럽항로나 미주항로에 비하면 상당히 선전하고 있지 않습니까.
아울러 이제 중국 노동인력의 저임금시대는 크게 기대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중국에서 기업들이 철수해 공장을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그리고 심지어 미얀마로 옮기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과 함께 빅2에 속하는 중국경제를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국경제가 향후 과거와 같은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 대신 인도시장이 앞으로 급성장하면서 중국과 함께 세계 경제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 아시아권의 지속적인 성장이 해운시장 회복을 앞당기는 길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한국해대,
종합대학교 성장 바람직
Q. 한국해양대학교가 종합대학교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아쉬운 점도 있겠습니다만 장기적 안목에선 긍정적인 면이 많은 것으로 평가되는데요?
A. 제가 입학할 당시의 한국해양대학교는 해기사 양성소 학교답게 항해과와 기관과 2개과만 있는 아카데미격 대학이었습니다. 종합대학교와는 규모나 다양성 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장단점은 각기 가지고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볼때 한국해양대가 현재와 같은 종합대학교로 성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처음엔 전문성을 희석시키는 종합대학화 시책에 저를 비롯한 한국해대 동문들의 반대가 심했습니다. 하지만 국가로부터의 지원확대를 위해서도 해양대의 종합대학화는 바람직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현재 다양한 졸업생이 배출돼 사회 각계각층에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좋은 현상입니다.
Q. 최근 대기업 산업구조에 대한 평가가 한창인데요. 회장님의 견해는?
A.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로 경제성장을 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분배의 법칙도 중요하지만 너무 분배만 따지다 보면 경제성장이 제약을 받을 수 있습니다. 대기업이 성장하면 그에 따른 수많은 중소 하청기업들도 함께 성장하게 됩니다.
최근 경제 민주화가 화두가 되면서 대기업, 재벌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인 측면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삼성, 현대 등 대기업이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됐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향후에도 대기업 중심의 경제성장책을 펴 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Q. 해운물류업계도 2세 경영인들의 활약이 눈에 띕니다. 협운 역시 2세 경영인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A. 저는 솔직하게 말해 아들이 어떤 일을 하던 존중해 주려 했습니다. 아들은 전공이 이공계 IT분야라 굳이 이 길을 가지 않는다고 해도 막을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들에게 정확히 의사를 물어봤는데 해운물류분야 사업에 흥미를 가지고 있더군요.
그래서 학교를 졸업시킨 후 저와 업무 파트너 관계에 있는 외국 해운회사에서 다년간 실무경험을 쌓게 했습니다. 실제로 스톨트에서 5년 이상 실무를 쌓았습니다. 이를 포함 총 10년간의 해외생활을 경험으로 현재 제 아들은 회사에서 스톨트 쪽 업무를 주로 하고 이와 함께 전반적인 회사 경영 수업을 쌓고 있습니다.
실제로 제 아들이 스톨트 본사에서 연수할 시 능력을 인정받아 채용되기도 했습니다. 회사경영에 있어 외형 불리는 것보다 내실을 중시하는 신중함을 보여주고 있어 내심 만족하고 있습니다. 친화력도 있고 나이에 비해 진지한 면도 강하네요.
Q. 회장님의 경영철학이나 좌우명은?
A. 경영철학이라고까지 할 건 없고 항상 ‘자신의 그릇에 맞게 살자’고 제 자신에게 주문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날 때 자신에게 맞는 그릇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여기까지 온 것은 제 그릇이 이만큼이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사실 외항운송사업 등 해운업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시켜 보려 고민도 많이 했지만 크게 욕심 내지 않았습니다. 해운대리점업계에서 상위 랭킹으로 사업을 일으킨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다시 말해 ‘분수에 맞게 살자’가 제 좌우명이자 경영철학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직원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이익을 주기 위해 제 욕심을 줄이고 있습니다. 누구든 무리하지 않고 자기 분수에 맞게 산다면 반드시 성공할 것입니다. < 만난사람=정창훈 편집국장 chjeo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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