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남 편집위원 |
아무리 유능한 선장이나 도선사라 할 지라도 폭주하는 항만사정과 태풍이나 짙은 안개 등 항내의 악천후 또는 잡종선들의 가치작거림으로 해서 흔히 ‘도선의 삼위일체’로 불리는 도선사와 본선과 예선이 연출해 내는 환상적인 컴비네이션이 엇박자로 딴지걸이를 하게 되면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가 있다.
두 말할 나위도 없이 항만내에서의 도선업무와 도선사의 역할이 이처럼 막중하지만 1961년 그런대로 격식을 갖춘 도선법이 제정되기 전의 우리나라 도선법령은 1915년 9월21일에 공포되어 그해 10월1일에 시행된 조선수선령이 그 시작이었다.
같은 해 동령 시행규칙이 전문 71개 조문으로 성문화되고 조선수선인 시험규칙이 제정, 공포 시행되면서 근대적 도선법령이 완성되었다.
당시 조선수선령에서는 우선 도선면장 소유자에게 도선의 독점권을 부여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필요한 벌칙을 설정했다.
그리고 도선사 자격은 내국민으로 한정하되 그 정년을 만 60세까지로 못 박고 주무부 장관의 인가를 받은 규약에 따라 도선사조합의 설립을 강제화 했다.
또 도선사가 업무상 당해법규에 위반을 할 경우에는 해원심판소의 재결로써 징계처분을 하도록 하고 그 밖에 필요한 제반 형벌규정도 설정을 했던 것이다.
또 국토해양부장관은 도선사 수급계획에 따라 도선법 제15조의 규정에 의거해서 시험 시행일 60일 이전에 각 도선구별 도선사의 선발예정 인원과 시험일시와 장소 등을 명문화하여 관보나 신문지상을 통해 도선수습생 전형시험 및 도선사 시험계획 일체를 공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필기시험과 면접시험으로 나눠 실시하는 도선수습생 전형시험은 첫째, 도선법이나 개항질서법, 해상교통안전법, 국제해상예방규칙 및 해양환경관리법 등 각종 법규(35점)와 둘째, 선박운용술과 항로표지 관련에 관한 사항(35점), 셋째, 해사영어를 포함한 영어시험(30점)을 통해 매과목 4할 이상, 전과목 총점의 6할 이상을 득점한 응시자 중에서 고득점 순으로 결정하게 된다.
사법고시, 행정고시 및 외무고시나 각종 기술고시 등 각종 국가고시 못잖게 도선사 시험도 정부 주관 시험제도이고 보면 가히 '도선고시'라 할 수 있으며 또 내로라 하는 선장끼리의 경쟁이라 옥상옥으로 등극하는 합격 관문을 뚫기가 무척 어렵고 관심도 높은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더구나 일정 연령이나 직급 이후에는 임금피크제가 적용되고 있는 현행 샐러리맨들의 급여체계 하에서 항해전문 해기사로서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선장직을 거친 후에도 직장 정년에 사오정과 오륙도란 말이 유행하는 작금에 은퇴 후 재취업의 길이라고도 볼 수 있는 도선사 자격을 취득함으로써 현역 최고액보다 몇 배나 더 많은 급여를 수령하는 유사직종으로 변환하게 된다는 것은 참으로 명예로운 일임에는 틀림없으리라.
하긴 도선사란 현행 선장 직위의 연장선상으로 보는 견해도 있지만 객관적으로 생각할 때 일단 정점에 선 다음에는 내려갈 일밖에 없어 하강국면으로 추락하는 다른 업종과 비교하면 평소에 하던 업무의 연장선, 동업종에서의 직위나 급여의 수직상승은 대부분의 선장들에겐 단연코 너무나 매력적인 변신, 화려한 트랜스포머라 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게다.
그러나 선장을 지내고 어려운 시험에 합격하고 수습과정까지 거쳐 어렵게 도선사 면허를 취득해도 아무 선박이나 구분없이 마구 도선을 맡기지는 않는다. 한마디로 선종이나 선형에 관계 없이 전천후 도선을 할 수 있는 수준급에 이르기는 면허를 따고 나서도 첩첩산중인 셈이다.
현재, 면허는 1종과 2종으로 나뉘는데 종별에 따라 도선할 수 있는 선박의 종류는 첫 단계인 2종 도선사의 경우는 도선경력 1년 미만인 경우는 총톤수 3만톤 이하의 선박, 1년이상 2년 미만인 경우는 총톤수 4만톤 이하의 선박, 2년 이상인 경우는 총톤수 5만톤 이하의 선박으로 제한하고 있다.
2종이지만 예외로 1종 도선사와 함께 도선하는 경우나 중앙도선협의회의 의결을 거쳐 선박운항의 안전 및 도선구의 특성상 부득이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는 이를 초과할 수 있다는 단서규정을 두고 있다.
그리고 1종 도선사의 경우는 2종면허를 받은 도선사로서 3년 이상을 계속 종사해야 취득이 가능하고 모든 종류의 선박을 도선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계속> < 서대남 편집위원 dnsuh@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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