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04 10:09

판례/ 도선사의 민사상 불법행위책임

법무법인 세창 대표 변호사 (국토해양부 고문 변호사)
재판장 판사 고영태 / 판사 문종철
<9.24자에 이어>

■ 서울중앙지방법원 2007가합1479 [손해배상(기)]

【원고】 아방가드-5 쉽핑컴퍼니에스에이(Avangard-5 Shipping Company S.A)
 파나마국 파나마시 53번가 어바나이자시은 마벨라 엠엠지타워 16층
 대표이사 성명불상
 법률상 대리인 에스티 올림프호(St. Olymp)의 선장 토미린 세르게이(Tomilin Sergey)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청해
 담당변호사 임방조, 문탑승, 이석재
【피고】 정신형
 소송대리인 변호사 장수복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176,034,184원 및 이에 대한 2008년 7월22일부터 2009년 4월2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으로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마. 원고의 SK 주식회사에 대한 손해배상

1) SK 주식회사는 2005년 10월19일 원고와 이 사건 선박의 운영회사인 에스티쉽매니지먼트 주식회사(이하 ‘원고 등’이라 한다)를 상대로 이 사건 사고로 인해 시설수리비, 방제비, 어민들에 대한 손해배상금 등으로 455,428,547원의 손해를 입었다며 그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07년 9월7일 원고 등은 SK 주식회사에게 451,235,412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했다.

2) 위 판결에 대해 원고 등이 항소했는데 서울고등법원은 2008년 6월10일 원고 등은 SK 주식회사에게 2008년 7월31일까지 440,085,412원을 지급하라는 강제조정결정을 해 그 무렵 위 결정이 확정됐고 원고는 2008년 7월22일 SK 주식회사에 위 금원을 지급했다.

2. 판단

가. 공동불법행위 책임의 발생

1)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도선사로서 이 사건 선박이 강제도선구인 울산항에서 완전히 빠져나갈 때까지 선박에서 하선하지 말고 울산항 도서구 밖까지 직접 도선해 다른 선박이나 해양구조물 통과의 충돌위험을 미연에 방지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선박의 선장인 토미린 세르게이가 여러 차례 울산항을 출입한 경력이 있어 방파제를 벗어난 이후 자신이 알려준대로 침로를 변경하면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으로 믿고 이 사건 선박이 울산항 방파제를 벗어나기도 전에 하선함으로써 도선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항만사정이나 한국인과의 교신에 익숙하지 못한 토미린 세르게이로 하여금 울산항 강제도선구에서 조선하도록 한 과실이 있고,

나아가 피고가 위와 같이 강제도선구역에서 조기 하선함으로 인해 선장인 토미린 세르게이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해 결국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게 된 것이므로 피고는 이러한 과실은 이 사건 사고 발생에 기여했다고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선박의 소유자인 원고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각자 이 사건 사고로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피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이에 대해 피고는 이 사건 사고 당시 기상 상태의 악화로 선장의 동의를 얻어 부득이하게 하선한 것이므로 피고에게 이 사건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도선법 시행규칙에 따른 ‘도선사 승·하선구역 고시내역(을 제3호중)’에 의하면 울산항의 경우 기상이나 해상상태가 불량한 경우 승·하선구역이 아니더라도 방파제 안쪽에서 도선사가 승선 또는 하선할 수 있고 그러한 경우로는

① 동해남부해상이나 남해동부해상에 폭풍경보나 폭풍주의보가 발효될 경우 또는 이에 준하는 기상상태의 경우

② 해상에 도선 한계풍속인 풍속 20노트(약 10.3m/s)에서 25노트(약 12.9m/s) 부근의 바람이 있을 경우 또는 파고로 인해 안전한 승선 또는 하선이 곤란한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는 바,

피고 본인 신문결과만으로는 당시 기상상태가 위와 같은 정도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오히려 이 사건 사고 당일 강우가 없었고 풍속도 2.8m/s 정도로 양호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또 외국선박의 외국인 선장이 도선사의 하선을 강제로 막을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사고 지점이 강제도선구에 해당하는 이상 피고가 선장의 동의를 얻어 하선했다고 하더라도 도선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피고의 책임이 면제된다고 할 수 없다.

2) 또한 피고는 도선약관에 따르면 도선사는 고의 또는 중과실이 아닌 이상 도선으로 인한 책임을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을 제4호중의 기재에 의하면 도선법 제36조 및 도선법시행규칙 제30조에 따른 도선약관 제16조 제1항은 ‘선장 또는 선박소유자는 도선사에게 도선을 시켰을 경우에 도선사의 업무상 과실로 인해 당해 선박 등에 입힌 손해에 대해는 도선사에게 책임을 묻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은 인정되나 위 면책조항은 도선 중에 도선사의 과실로 일어난 사고에 적용될 뿐 도선사가 도선하지 않음으로써 생긴 사고에도 적용된다고 할 수 없으며,

또한 위 약관 같은 조 제3항은 ‘제1항의 규정은 도선사의 고의 또는 중과실에 기인한 책임에 대해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고 강제도선구역에서 외국인 선장이 조선하는 선박에 대해 도선을 맡은 도선사는 외국인 선장이 강제도선구역의 지리적 특성 등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도선선박의 항해를 지배하게 되는데도 불구하고 도선사가 관계법령에 따른 도선의무를 저버리고 하선한 것은 고의 또는 중과실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게다가 강제도선의 경우에는 선장과 도선사 사이의 자유로운 의사의 합치에 의한 계약관계가 존자해자 않으므로 위 도선약관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피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다. 책임의 범위

나아가 앞서 본 바와 같은 이 사건 사고의 발생 경위, 이 사건 선박 선장 토미린 세르게이와 피고의 각 과실내용에 비추어 보면 토미린 세르게이와 그 사용자인 원고의 부담부분은 60%, 피고의 부담부분은 40%로 봄이 상당하고, 원고가 자신의 부담부분 이상을 변제해 공동의 면책을 얻게 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공동불법행위자인 피고는 원고에게 그 부담부분의 비율에 따른 구상의무가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피고의 분담비율에 상응하는 구상금 176,034,164원(440,085,412원×40%, 원 미만 버림) 및 이에 대한 원고의 손해배상금 지급일인 2008년 7월 22일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범위에 관해 항쟁함이 상당한 이 사건 판결 선고일인 2009년 4월2일까지는 민법에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정한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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