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04 08:53

KSG에세이/ 항구와 배 “그리고 부두는 언제 잠드는가”

서대남 편집위원
묶인 로프를 풀고 배가 떠날 때까지, 그 뒤안길 산책 - (1)

서대남 편집위원

◇ 들어가기

멋진 영화를 보면 대개 먼저 눈에 띄는 게 빼어난 용모의 미남 주인공이나 여배우이고 이들이 울리고 웃기는 스토리의 전개에 따라 관객은 환호하고 박수갈채를 보내며 열광한다.

신나게 불러 젖히는 유행가에 흥겨워 하는 시청자나 격조 높은 악단의 음악을 들을 때도 역시 무대에서 노래하는 배우와 미모의 가수나 연주자들에게만 관심이 쏠려 그들에게 열광하고 찬사를 보낸다.

시나리오나 극본에서부터 출연 배우와 촬영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스태프들이 동원되어야 한편의 영화가 완성되어 관객에게 상영되지만 우리는 단연 스토리나 메시지를 전달하는 주연이나 조연 배우들과 그들의 연기에만 관심이 집중된다.

또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서 조국에 영광을 돌리는 스포츠 선수들도 물론 본인의 피나는 노력이 밑받침이 되기는 하되 그 정도의 탁월한 실력을 갖추기까지에는 훌륭한 코칭스태프 등 지도자나 소속단체 등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나 뒷받침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역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쪽은 선수들이다.

하물며 우리 인간이 영위하는 삶, 즉 생명을 유지하는 데도 하루 세끼 일용할 양식과 의복을 갖춰 육신을 보호하여 일상생활과 바깥활동을 가능케 하고 밤이면 내일을 위한 안식처로서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는 편안한 휴식과 수면 공간을 제공하는 데도 역시 각 분야로부터 여러가지의 물자 공급과 지원을 받아야 가능하게 마련이다.

심지어 자동차나 비행기 한 대를 조립하는 데 필요한 부품이 수만여 가지에 이른다는 놀라운 사실에 또 한번 나라는 존재를 가능케 하기 위해 위요하고 있는 주위의 협조와 협력과 지원과 협동 내지는 협업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해운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가 바다에 배를 띄워 화물이나 사람을 실어나르는 바다의 지겟군으로 수송 내지는 운송이란 용역을 제공하고 운임이란 짐삯을 받아 기업을 영위하고 보면 달랑 배만 가지고는 짐을 나르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5대양과 6대주를 누비며 전 세계를 무대로 국제적인 영업을 하려면 이를 뒷받침하는 업종이나 업무가 무려 수십 종을 넘어 수백 가지에 이른다. 스무고개 수수께끼처럼 바다의 지게인 선박은 제일 중요한 게 날라주고 품삯을 받을 ‘짐’이 있어야 한다.

이 짐은 우선 누군가가 원자재를 가공해서 상품을 만들어야 하고 원자재 획득은 먼저 논밭에서 농사를 짓거나 가축을 키우는 축산을 통하거나 산림에서 목재를 벌목해서 이를 다듬거나 바다에서 고기를 잡거나 수산물을 채취하고 광산에서 원광석이나 원유를 캐서 철을 만들거나 석유를 생산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소위 1차산업이라 할 수 있는 농수산 임업이나 광업에서 직접 무엇을 키우거나 따오거나 캐거나 하는 절차를 거쳐서 2차산업 과정이라 할 수 있는 가공 내지는 제조 과정에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드디어 완성된 상품을 실어나르는 3차산업 즉 서비스업으로 분류되는 해운업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라면 트러킹이나 물류 및 유통이라는 과정을 거쳐 최종 소비자의 손에 이르기까지 과정은 참으로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제품의 생산과 해상을 통한 무역과정을 역으로 두고 보면 무역이란 선행지표에 따라 해운이란 수송활동이 이루어지고 해운의 수송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선박확보의 필요성에 따라 배를 짓는 조선의 수요가 뒤따르지만 무역과 조선은 이번 얘기의 중심에서 제외하고 다음에 별도로 언급할 기회를 갖겠다는 게 필자의 계획이다.

특히 외항선이란 짐을 싣고 항구에 들어와 이를 풀고 나서 다시 다른 짐을 실은 뒤에 부두를 떠나는 입출항의 일상이 매 항차마다 여행객이 CIQ(통관. 출입국신고. 검역) 과정을 거쳐 출입국을 하듯, 비록 짧은 기간일 지라도 배 한 척을 출항시키기 위해선 복잡한 절차와 여러가지의 뒷바라지가 따르게 마련이다.

평생을 소위 오너로 불리는 선주들의 부잣집(?) 머슴, 그것도 꼴머슴을 하면서 어깨너머로나 귓전으로 보고 들은 게 많긴 해도 행정적으로 이를 처리했지 직접 현업에 종사하며 몸소 겪지를 않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엮어 나가기가 벅찰 것같아 지레 질겁이 난다.

하지만 바다와 배, 항구와 부두 그 추상적 낭만의 단상에 향수를 보태 두서없이 또 한 장(章)의 캔터베리 테일즈를 감히 엮어 보기로 한다. <계속> < 서대남 편집위원 dnsuh@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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