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신항의 수심 문제가 인천 지역 사회를 비롯해 해운물류업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20일 인천 중구 항동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국제물류연구회 70차 세미나에서도 수심문제는 화두가 됐다.
‘한중수교 20년, 인천항의 역할’이란 주제로 열린 이날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인천발전연구원 김운수 박사는 “선박의 대형화와 북중국 항만과의 경쟁 여건을 고려해 인천항의 안정적인 수심확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건설되고 있는 인천신항 1-1단계는 6개 선석 규모로, 2014년 하반기에 완공돼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대한통운이 운영하는 A터미널은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선광이 운영하는 B터미널은 삼성물산 컨소시엄이 각각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인천신항의 계획수심은 안벽 16~18m, 항로 14m로, 입항할 수 있는 컨테이너선의 최대 규모는 4천TEU급이다.
수심 14m는 亞역내 피더항만 수준
김 박사는 올해 2월 현재 환발해만(다롄 톈진 칭다오) 직기항 서비스에 취항 중인 선박의 절반가량이 대형선박이라는 점을 예로 들며 인천신항도 초대형선 유치를 위해 수심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발해만 직기항 노선은 총 30개로, 277척 이상의 대형선박이 운항 중이다. 이 가운데 49.1%인 136척이 8000TEU급 선박들이다. 김 박사는 향후 2014년 말 인천신항 1단계 터미널 개장 시점엔 아시아-북미 아시아-유럽 간선항로에 8000TEU급 이상의 초대형 선박이 집중 투입되는 것이 일반화되는 경향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천신항 입항 선박을 4천TEU로 제한할 경우 아시아 역내 서비스 수준으로 항만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그는 인천항이 아시아 역내 서비스 항만에 머무를 경우 새로운 역환적 형태의 해상운송도 출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수도권 화물이 중국항만에서 환적돼 미주나 유럽 지역으로 수송되는 방식이다. 또 부산항 등이 천재지변이나 물류대란으로 항만기능이 마비될 경우를 대비해 환적물량 이탈 방지 대책 차원에서도 인천신항의 수심 확대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심이 깊어질 경우 환적화물 유치가 용이해지고 인천항만공사의 원양항로 개설 마케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박사는 이밖에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묶여 있는 인천항 배후단지의 규제대상 지역 해제, 자유무역지역 확대를 통한 기업유치 환경 조성, 해양레저산업 활성화 등을 인천항 활성화 방안으로 제시했다.
주제 발표 이후 토론자들도 인천항의 수심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인천항을 사랑하는 800인 모임’의 남흥우 회장은 중국 타이창항을 예로 들며 인천항 증심(增深) 필요성을 제기했다. 남 회장은 “타이창항의 목표가 2020년까지 300만TEU를 처리하는 것인데, 물동량 대부분이 환적화물이었다”며 “인천항도 환적화물을 끌어오려면 수심문제를 해결해 대형선을 유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귀복 인천항발전협의회 회장은 “팔미도와 (인천) 북항 사이 계획수심이 14m인데 실제 수심은 9m라면 곧이 듣겠느냐”며 “(얕은) 수심은 인천항 경쟁력 약화의 제1의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중카페리항로, 양국 교류 첨병
이날 세미나에선 전작 한중카페리협회 사무국장이 나와 한중간 교류의 물꼬를 텄던 한중카페리선 시장을 조망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전 국장은 한중 국교 수립 2년 전인 1990년 9월15일에 최초의 한중카페리항로가 인천-웨이하이 사이에 개설됐다는 점을 들며 한중카페리항로가 수교 이전에 이미 민간대사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전 국장에 따르면 현재 13개 선사가 14개의 한중 카페리항로를 운영하고 있다. 카페리선사 1곳당 평균 자본금은 60억원이며. 매출규모는 13개사 전체 연간 4500억원이다. 합작회사 본사 소재지는 한국 4곳, 중국 9곳이다. 운임수입 구성은 화물 약 70~80%, 여객 약 20~30%다.
한중 카페리항로는 지난 20년 동안 여객 1247만명, 화물 400만TEU를 수송했다. 이 가운데 인천기점 항로는 여객은 74%인 922만명, 화물은 86%인 345만TEU를 각각 수송했다. 주요 화물은 수출의 경우 LCD, 노트북, 핸드폰, 굴삭기, 자동차부품, 의류원부자재, 식료품, 선박엔진부품, 공산품 등이며, 수입은 의류, 활어, 신발, 농수산물, 잡화류, 가구, 옥수수, 석재 등이다.
한중카페리항로는 양국간 복합운송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2010년 9월 ‘한중해상육상복합화물자동차운송협정’가 체결돼 국내 3개항과 산둥성 6개항만 간에 트랙터가 없는 피견인 트레일러(섀시)가 카페리선을 통해 왕래할 수 있게 됐다. 양국은 2단계로 트랙터가 있는 트레일러 운송 방식에도 합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 경제에 대한 기여도에서 한중 카페리 항로는 일반 화물선을 앞선다. 카페리선사들은 국내 항만 협력업체에 연간 전체 매출액의 약 65%인 약 3000억원을 지불하고 있다. 또 하역업 예선업 도선업 창고보관업 여행업 숙박업 등의 고용창출 효과도 카페리항로의 장점이다.
전 국장은 한중 카페리시장 현안으로 항만인프라 부족을 들었다. 그는 “인천항과 평택항 군산항 등 카페리선이 취항하고 있는 카페리항만의 인프라가 부두나 터미널 부족, 수심 제한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중국인 비자 발급제도 개선, 강제도선 등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배후단지 개발로 물동량 활성화 찾아라
김학소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국제물류연구회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올해 들어 물동량 감소가 이어지고 있는 인천항과 광양항의 활성화 해법으로 배후단지 개발 전략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김 원장은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조사 결과 인천항 물동량 감소는 배후산업단지 침체가 근본 원인이었다”며 “서울 경기 지역엔 국가산단 7곳, 일반산단 116곳 등이 있는데, 전 세계 경기가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 특별히 수도권에 입주해 있는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으며 종사자들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남동공단이나 검단산업단지 등의 생산량은 80%까지 감소했다”고 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그는 “2008년에 시작된 미국발 금융위기, 유럽의 재정위기 등으로 중국의 물동량은 10% 감소했으며, 우리나라가 체감하는 물동량 감소 폭은 20%에 이른다”고 진단하고 “(인천항 물동량 활성화를 위해선) 항만을 둘러싼 배후산업단지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지, 항만물류산업에 종사하는 기업들의 자구적인 기술개발이나 비용절감 등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다”고 결론 지었다.
김 원장은 부산항 투자를 희망하는 일본 대기업들을 예로 들며 글로벌 물류시장의 변화를 소개했다. 김 원장에 따르면 일본 일부 대기업들은 자국내에 공급하는 소비재의 물류기지로 부산항을 선택했으며 부산항 배후물류부지에 3만3천㎡(1만평) 규모의 창고시설을 지을 계획이다. 이들 기업은 배후부지 입를 통해 파생되는 물류비 규모만도 수천만달러에 이른다고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김 원장은 “항만배후단지가 글로벌 기업들의 물류섹터가 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인천항도 항만배후단지를 조기에 개발해야 하며 이미 개발돼 있는 배후부지를 자유무역지구로 지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광양항에 대해서도 다국적 기업 유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광양항은 다국적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수십억을 써야하는 항만임에도 불구하고 다국적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팀을 구성했다든지 예산을 배정했다든지 하는 얘기가 안 나오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세계의 조류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인천항만공사 김춘선 사장은 “인천신항과 신 국제여객터미널 등 인천항의 미래가 걸린 사업들은 한중 교류의 확대ㆍ심화에 대한 전망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세미나에서 나온 지적과 제안을 인천항의 비전과 전략으로 녹여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경희 차장 khlee@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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