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03 11:37

신흥국 보호주의 심화, 기술·검역 등 비관세 도입 확산

중장기적 관점서 선제적 투자 및 FTA 체결 추진 등 전략 수립

●●●신흥국의 경제 성장세가 약화되면서 보호주의 성향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경제연구소 김경훈 선임 연구원은 최근 「신흥국 보호주의 확산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신흥국의 보호주의가 확산되고 있다”면서 “유럽발 재정위기로 인해 신흥국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있고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도입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3분기와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을 비교해보면 중국은 9.7%에서 7.6%, 브라질은 2.2%에서 0.7%, 러시아는 5.3%에서 4.9%, 인도는 7.4%에서 5.7%로 하락세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 정부가 세계경제 저성장의 대책으로 도입한 보호주의 정책이 최근 들어 더욱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국제기구들은 G20 주요국들이 스탠드스틸(새로운 보호주의 금지)에 합의했음에도 불구 최근 보호주의 정책이 확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계경제에서 보호주의 정책을 가장 많이 도입한 국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인도 순이다.

신흥국들의 무역 규제방안이 전통적인 관세장벽과 수입 수량 제한에서 다양한 비관세장벽으로 변화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의 관세가 하락했거나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는데 이는 2000년대 확대된 글로벌 경제의 수직적인 분업화에 기인한다.

뿐만 아니라 신흥국들은 멕시코처럼 경제대국과 FTA를 체결하거나 중국처럼 WTO에 가입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신흥국에서 광물, 에너지, 식량 산업에서의 자원보호주의와 지분을 통제해 전략산업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BUY NATIONAL 정책 확산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미국과 중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BUY NATIONAL’ 정책을 추진했고 이어 여타 신흥국들도 도입을 시작했다. 2009년 2월 미국은 경기부양법에 ‘바이 아메리카’ 조항을 포함해 공공 프로젝트에 미국산 철강 등을 사용하도록 제한했다.

2009년 6월 중국은 ‘바이 차이나’ 정책을 추진해 정부 발주 공사에 사용할 외국제품 및 서비스 구매시 관련부처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했다. 유럽발 재정위기로 경기가 둔화되자 신흥국들도 G2와 유사한 자국물품 우선 구매 정책을 도입했다.

브라질, 인도, 러시아 등 주요 신흥국 정부는 최근 ‘BUY NATIONAL’ 정책을 발판으로 더욱 광범위한 산업육성 정책을 마련했다. 브라질은 2010년 7월 ‘바이 브라질’ 정책 도입 이후 2011년 8월 ‘더 큰 브라질(BRASIL MAIOR)’ 계획을 추진해 제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인도는 올해 6월 IT 산업육성계획인 국가텔레콤정책을 발표했다.

러시아는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바이 러시아’ 정책을 연장 및 확대하고 재활용부과세를 도입했다. 올해 4월 푸틴은 “앞으로 공공기관은 러시아를 비롯한 특정 국가에서 생산된 자동차만 구입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WTO 가입 이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올해 7월 의회는 재활용부과세 적용 법안을 통과시켰다.

기술 장벽 및 안전규제 강화

선진국은 수입통제를 위해 무역기술장벽(TBT)과 식품 동식물 검역규제(SPS)를 주로 활용했다. TBT와 SPS 도입에는 보건 및 안전 등 공익을 위한 목적과 수입규제를 강화하려는 보호주의 목적이 공존한다. 최근 신흥국도 TBT 등 다양한 비관세장벽을 도입하는 한편, 안전규제의 강도를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브라질, 케냐, 우간다 등이 상위권에 포진하고 있다.

최근 EU와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신흥국에서 TBT 도입이 빠르게 늘어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신흥국은 전기전자제품의 안전규제를 선진국 수준으로 점차 강화하고 있다.

주요 신흥국 환율 크게 절하… 무역전쟁 심화 가능성 커

신흥국 정부가 지분규제를 통해 외국자본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고 자국 자원산업을 보호하려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 신흥국의 제조업이 위축되면서 세수와 투자 확대 측면에서 1차 산업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신흥국 정부는 에너지와 광물 등 원자재 산업에서 자국 지분 확대 방안을 마련했다. 또 식량 안보 및 농지 확보를 위해 해외자본의 투자를 통제하기도 했다.

일부 신흥국에서는 정부의 정치적 리더십과 개혁의지가 약화되면서 투자 관련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대됐다. 인도정부는 자국 기업들의 반발로 인해 투자시장 개방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최근에는 경기 둔화와 함께 집권당의 개혁의지가 약화됐다.

유럽 재정위기 장기화의 영향으로 올해 신흥국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6.2%에서 올해 5.6%가 전망되는 등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주요 신흥국들의 환율이 크게 절하된 상황으로 환율전쟁보다는 무역전쟁이 더욱 심화될 소지가 있다. 자국의 산업생산 둔화와 무역수지 악화를 막기 위해 다양한 보호주의 정책을 도입하거나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경기 둔화를 계기로 신흥국의 보호주의가 강화되고 있지만 향후 경제가 회복되더라도 이같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흥국 정부는 자국물품 우선 구매정책과 산업 육성책을 통해 제조업 분야의 해외투자를 유치하고 중장기적으로 산업을 고도화하려는 의도가 있다.

신흥국이 TBT, SPS 등 비관세장벽을 도입하는데는 수입을 통제하려는 의도가 있고 글로벌 스탠다드와 조화를 이루려는 목적도 포함된다. 높은 자원가격과 신흥국의 원자재 수요 증가가 지속되면서 자원산업 등 전략산업에 대한 FDI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투자환경을 고려해 아르헨티나와 같은 극단적인 국유화보다 점진적인 지분 통제정책을 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연구위원은 신흥국 진출 기업은 신흥국 경제성장 둔화에 따른 보호주의 정책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진출장벽이 높아질 것에 대비해 진출대상국 기업과의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흥국 기업과 협력해 자국산 부품 의무사용 비율 확대, 기술이전 요구 강화, 기술장벽조치 도입 등에 대비해야 한다.

또 신흥국 정부의 다양한 비관세장벽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TBT, SPS 등 비관세장벽과 관련된 전문가 풀을 확대하고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역내 신흥국 간의 보호주의 장벽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으로 교두보 국가를 중심으로 한 신흥지역 진출전략을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보호주의 확산은 선진국을 포함한 전세계적인 추세로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 지속적으로 보호주의 완화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도입된 보호주의 정책 중 G20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9년 60%에서 올해 6월 기준으로 79%로 증가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선제적 투자와 FTA 체결을 추진해 신흥국 진출을 강화해야 한다. 최근 유엔은 신흥국에서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해 투자시장 개방과 규제강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신세대’ 투자 정책이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흥국과의 동반 성장과 보호주의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신흥국 정부의 중장기 경제개발 계획을 고려한 투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중국의 5개년 계획(2011~2015년), 인도의 5개년 계획(2012~2016년), 인도네시아의 경제개발 가속화 및 확대 마스터플랜(2011~2025년), 브라질의 2차 성장촉진계획(2011~2014년) 등에서 사업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신흥국들과 체결한 FTA를 적극 활용하는 한편 FTA 체결국을 확대해 통상 및 투자 장벽에 대한 불확실성을 축소해야 한다. 올해 6월 중국은 최근 무역장벽이 높아지고 있는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에 FTA 협상을 제안하기도 했다.   

< 한상권 기자 skhan@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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