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03 14:56

에버그린, KIAMCO 빠진 초대형선 발주…무슨일이?

현대重, 선주사와 계약…에버그린에 10년 용선

대만선사 에버그린이 해운업계의 관심을 모았던 초대형선 발주를 마무리지었다. 하지만 선박발주처는 한국인프라자산운용(KIAMCO)이 아닌 그리스 선주사 NS레무스(Lemos)였다.

현대중공업은 우리시각으로 3일 영국 런던에서 그리스 소재 선주사와 1만3800TEU급 컨테이너선 10척, 총 12억달러 규모의 수주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선박은 인도 후 에버그린(Evergreen)에 10년간 장기 용선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은 선주사 이름을 밝히지 않았으나 발주처는 NS레무스인 것으로 파악됐다.

신조선은 길이 368m, 폭 51m, 높이 29.9m로 축구장 약 4배 규모의 초대형 선박이다. 현대중공업은 이 선박들을 울산조선소에서 건조, 오는 2013년 하반기부터 2014년 하반기까지 순차적으로 선주사에 인도할 예정이다.

당초 선박 발주처로 관심을 모았던 산업은행 자회사인 한국인프라자산운용(KIAMCO)은 이번 발주에서 배제된 것으로 확인돼 그 배경을 놓고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4월13일 에버그린은 KIAMCO와 용선계약을 위한 투자합의서(MOA)를 체결했다. MOA는 KIAMCO가 현대중공업에 신조선을 발주하고, 에버그린은 10년간 선박을 장기용선해 운항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또 현대상선은 선박관리를 맡기로 했었다.

KIAMCO측은 현대중공업의 보도자료가 나오기 전까지 에버그린이 막판에 용선계약 파트너를 NS레무스로 바꾼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에버그린은 용선 파트너 물색 당시 KIAMCO를 우선협상자로, NS레무스를 차순위협상자로 각각 선정했다. KIAMCO는 일일 용선료를 레무스나 시스팬 다나오스보다 3천~4천달러가량 낮은 4만9350달러로 써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KIAMCO는 MOA 체결 후 두 달 동안 선박펀드 설립 등 금융을 수소문해 선박 신조에 필요한 12억달러의 자금을 확보했으며 투자 준비가 끝났음을 의미하는 LOC(투자확약서)를 발급받아 에버그린에 통보했다. 하지만 에버그린은 우선협상대상자에 아무런 통보 없이 계약 파트너를 틀어버렸다.

KIACO 고위 임원은 "LOC를 받아서 에버그린에 제출을 하고 (대답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현대중공업이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수주한) 기사가 나왔다"며 "에버그린이 자기 입장을 정리해서 얘길 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에서 에버그린이 NS레무스와 계약한다는 소문이 나왔지만 정작 에버그린은 아무런 얘기가 없었다"며 "그럴 계획이었다면 MOA를 체결한 우리측에 결별한다는 얘기는 해줬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KIAMCO측은 에버그린측에 정확한 해명을 들어 본 뒤 후속조치를 강구한다는 입장이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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