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F선박금융 신주선 대표이사 |
●●●KSF선박금융 신주선 대표이사는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중소형 선사들을 위한 선박펀드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부터 선박운용회사협의회 회장을 맡은 신 대표이사는 기관투자가들이 대형선사에만 집중하다 보니 중소형선사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장선상에서 최근 중소·중견회사를 대상으로 중고선 부문 금융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수출입은행의 결정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또 선주협회가 추진하는 선박금융기관의 설립방식에 대해 선박금융기관은 선가가 낮을 때 투자를 하는 역행투자가 가능하고 선박펀드 등의 후순위 투자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대표이사는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국내 중소형선사에 관심을 갖지 않는 상황에서 해외 유수선사를 대상으로 한 펀드상품 개발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신주선 대표이사와의 일문일답.
Q. 해운 시장 부진에도 불구하고 선박펀드 시장은 비교적 신상품 출시가 활발한데…
시황에 비하면 (선박펀드) 상품이 많이 출시됐다. 올해 공모와 사모 4개씩 총 8개의 선박펀드가 나왔다. 지금 시황에서 보면 상당한 진척으로 생각된다. 특히 개인 공모의 실적형 펀드가 성공적으로 모집됐다는 건 상당히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기관의 선박펀드 참여는 활성화되지 않은 모습이다. 사모펀드 4개가 성공적으로 수행됐지만 기관사모방식이 적용된 것은 대형선사의 BBCHP(소유권이전부나용선) 구조였다. 안전한 펀드에 들어가겠다는 기관투자자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선박펀드가 대형선사 위주로 구성된다면 선박펀드 당초의 기능을 살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 대형선사들은 굳이 펀드를 안 해도 금융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외화 조달이 어렵다고 해도 대형선사엔 금융을 해 주겠다는 입장이더라.
해운시장은 (선박금융 측면에서) 양극화가 심하다. 대형선사들은 불황에도 금융이 잘되는 반면 중소형선사는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소형선사는 회사 자체는 견실해도 지명도가 떨어져서 지원을 받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해운과 금융간 시각차이가 있는데, 이 간극을 좁히는 게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불황이지만 해운선사 입장에선 용선료가 낮게 설정돼 있기 때문에 펀드만 된다면 선대 구축이 아주 쉽다. 펀드를 구성해 선대를 확보한다면 장기적인 경쟁력이 커질 것이다. 우린 이런 문제의식에 입각해 올해 장금상선 등 중소형선사를 대상으로 한 펀드를 만들었다.
수출입은행에서 외환자금을 늘리면서 중고선 부문 금융을 확대한다고 한다. 상호출자가 없는 중견회사를 대상으로 금융을 지원하겠다는 것인데, ECA(수출신용기관)로서 대단한 결정이다. 수은이 중고선 금융 지원책을 발표한 게 (선박펀드 시장에서) 상당한 효과를 낼 것으로 본다.
Q. 최근 선사들은 신조선 발주를 기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향후 선박펀드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나?
앞서 말씀드렸듯 중소형선사를 위한 선박펀드 시장은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기관투자가들이 쉽게 들어올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중소형선사들이 안정성이 있다는 걸 증명해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용선료가 계속 내려가고 있기 때문에 현재보다 (선박펀드가) 활성화될 걸로 보이지 않는다.
기관투자가들이 대형선사를 선호하기 때문에 해외 유명선사와 연계해서 기관투자자들을 모집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해외선사를 투자할 여력이 있는 지 따져봐야 한다. 그런 가능성이 없다면 중소형 (선사) 이하는 투자하지 않는 상황에서 국내 대형선사를 중심으로 투자할 게 얼마나 될까.
한편으로 펀드가 많아지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도 근본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펀드는 기본적으로 안정성을 유지해야 한다. 특히 선박펀드는 중장기 거래이기 때문에 한 시기에 많은 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안 좋을 수도 있다.
Q. 선박펀드의 활성화를 위해선 상선부문에 집중돼 있는 투자대상을 확대하고 상품 모델도 BBCHP 뿐만이 아닌 해운시장 용선 종류에 맞춰 다양화 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상선 부분의 경우 집중돼 있는 투자대상을 다양화해서 BBCHP 말고 다른 것도 하자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선박펀드는 중장기 상품이란 특성이 있다. 14~15년짜리도 있다. 긴 시간을 본다면 수익성보다는 안정성 위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게 운용사들의 고민이다.
긴 시간 동안 해운의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이를 견딜 수 있는 회사를 찾기 어렵고 이는 곧 거래 확대보다는 보수적인 정책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게 한다.
Q. 선박운용회사협의회 회장으로서 국내 선박펀드 시장의 발전을 위해서 필요한 제도적 장치 또는 개선돼야 할 것이 있다면?
운용사들이 서로 경쟁관계이긴 하지만 펀드의 안정성을 도모하고 수익성을 창출하는 문제를 놓고 월별 정례 회의를 진행한다.
제도적으로 무엇을 보완하고 정책적으로 요청할 것이냐를 생각 중이다. 펀드시장은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도와주는 것보다 자생적으로 만들어가는 게 많다. 정책적인 큰 틀은 정부에서 많이 지원해 주고 있다.
작년 선박펀드법(선박투자회사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됐다가 (통과가 안돼) 폐기됐다. (폐기된 법에 담겼던) 추가출자 및 대선의무기간을 완화하는 제도를 올해 다시 정부가 (국회에) 상정할 것으로 본다. 법 개정과 관련해 국토부와 1차 협의를 가졌다.
(편집자주 : 현재 국토해양부는 선박투자회사법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 중으로, 하반기에 국회에 재상정할 예정이다.) 분리과세도 2013년 일몰이 되는데 시간이 아직 남아 있긴 하지만 연장하거나 더 좋은 조건으로 개정되길 바란다. 초기 비과세였다가 분리과세로 바뀌었기 때문에 비과세를 요청하려고 하지만, 정부당국간 협력문제도 있어 반영여부를 단언하기 힘들다.
한편으로 기관투자가들이 실적형 상품에 많이 투자하길 바라지만 참여가 저조하다. 어떻게 이들을 유인할 수 있느냐가 난제다. 이를 풀어내야 선박펀드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는데… 지금 공모하는 펀드들을 보면 은행은 참여를 안하고 펀드로만 (선박금융이) 전액 구성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최근 나오는 실적형 펀드는 개인 공모가 100%다. 과거엔 은행에서 60~70%를 선순위 투자하고 펀드는 20~30%를 (후순위) 투자하는 방식이었다.
또 용선료가 지나치게 낮다 보니 원금상환은 하지 못하고 배당금만 주는 상품 구성으로 진행된다. 현재의 선가가 최저수준이란 컨센서스 하에서 상품구성이 됐으며 선가가 상승해야 투자자들의 추가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다.
Q. 선주협회가 선박금융기관 설립을 추진 중이다. 선박운용회사들도 선박금융기관 설립에 참여할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선박운용회사들이) 들어갈 수 있는 여지가 크다. 선주협회에서 (선박금융기관 설립을) 추진할 때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기존 은행 기능을 흡수해서 선박금융기관을 설립하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추진되는 선박금융기관의 설립과 관련해서 크게 2~3가지 방향으로 보고 있다. 먼저, 선가가 낮을 때 투자를 할 수 있는 역행투자기관을 만들자는 것이다. 한국 금융의 문제로 지적되는 호황일 때 배를 짓고 불황일 때 회수하는 사이클을 바꿔보자는 게 첫 이유다. BIS(자기자본비율) 통제 등으로 기존 금융기관은 이를 할 수 없다.
또 선박금융기관이 규모가 커지면 후순위 투자에 대한 백업을 해 준다든지 잔가보증 등을 해준다면 운용사들이 하는 선박펀드는 획기적으로 규모를 늘릴 수 있다고 본다.
불황시에 해운회사들이 갖고 있는 선박을 매입해서 운항하면서 나중에 호황시기에 되팔 수 있는 선박 NPL(부실채권) 펀드를 같이 포함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이 3가지 기능을 하는 선박금융기관을 원한다. 별개의 기관으로 가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보증 기능을 이용해서 선박펀드를 한다면 기관투자가나 일반투자자들의 자금을 많이 끌어들일 수 있지 않겠나. 시중의 부동자금을 해운업으로 끌어들이는 계기가 될 걸로 본다.
Q. KSF선박금융의 중단기 사업계획은?
지금은 펀드를 많이 만들어 내는 것보다 기존 펀드의 안정성을 관리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불황이 1~2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기존 펀드가 문제 안 생기게 관리하는 걸 최우선책으로 삼고 있다.
한편으로 기관투자가들을 선박펀드에 끌어들이는 것도 모색해 보겠다. 유럽발 경제위기가 오면서 세계 대형은행들의 펀딩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기회로 삼아 세계 상위권 선사들에게 펀딩을 해줄 수 있는지 가능성을 타진해보려고 한다. 재무구조가 좋은 선사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해보고 국내 기관투자가와 연결할 수 있는 지도 검토할 계획이다.
또 수은에서 나오는 중고선 파이낸싱과 연계해 중소·중견회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찾아보려고 한다. 좋은 기업들을 많이 발굴해 내고 기관투자가들을 설득해서 펀드를 많이 활성화시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신주선 사장은…
신일고와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했으며 서울은행에서 20년 가까이 일했다. 한국선박금융과 KSF선박금융의 설립에 참여했다. 2007년부터 KSF선박금융 대표이사에 재직 중이다. 올해 선박운용회사협의회 회장에 취임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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