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22 10:48

논단/ 복수의 용선계약 또는 운송계약이 있는 경우 해상운송인의 확정과 당사자간의 책임관계

정해덕 법무법인 화우 파트너변호사/법학박사
상법 제809조의 해석론을 중심으로
<3.12자에 이어>

(다) 불법행위책임의 성부 관련

원심은 가사 피고가 운송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화물을 실제로 운송한 자이고 이 사건 화물의 손상은 실제운송인인 피고측의 과실로 인해 발생했으므로 피고는 상법 제789조의3 제4항에 따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해 그 판시와 같이 피고로부터 클라우드프리, 아르고, 유.알.엠을 거쳐 창진교역 및 서림수산과 순차 항해용선계약이 체결된 사정만으로는 피고가 상법 제789조의3 제4항 소정의 실제운송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했다.

그러나 이 사건과 같이 선박임차인으로부터 선박이 순차 재재재항해용선된 경우에 선박임차인인 피고는 이 사건 운송계약상의 운송인은 아니나 위 운송계약을 체결한 유.알.엠과 그 전자인 아르고, 클라우드프리를 통해 운송의 최종수요자로부터 화물운송의 전부 또는 일부의 이행을 순차로 위임받아 피고의 지휘·감독하에 있는 이 사건 선박에 의해 위 운송계약을 실제로 이행한 자라 할 것이므로

이 사건 화물이 자기의 관리하에 있는 동안 자기 또는 선박사용인의 고의·과실로 인해 손해가 발생했다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실제운송인에 해당한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배척한 원심은 불법행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 할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하는 원고의 상고이유 제6점의 주장도 이유 있다.

(3) 평석

위 대법원 판결이 대리인이 선하증권을 발행한 것을 이유로 본인을 운송인으로 판단하고 선박임차인에 대해 상법 제809조에 의한 책임을 부과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선하증권의 발행사실만으로 당연히 운송인의 지위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함으로써 이 사건의 경우 마치 선하증권 발행인이 아닌 자가 운송인이 된 것처럼 판시한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대리인이 발행한 선하증권은 당연히 본인이 발행한 것으로 의제되고 이 사건의 경우에도 계약일반법리에 따라 선하증권을 발행한 것으로 의제되는 당사자 본인이 운송인인 것으로 해석될 것이기 때문이다(위 사건은 대법원 판결에 따른 파기환송심에서 원고가 소취하함으로써 종결됐다).

나. 대법원 1998년 1월23일 선고 97다31441 판결

(1) 판시사항

원심이 내세운 증거에 의해 원고는 선박을 소유하면서 해상운송업을 영위하는 파나마국 법인이고 피고들은 수출입업 및 그 대행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인 사실, 원고는 1991년 8월10일 토탈챠터링이라는 상호로 용선업에 종사하는 소외 이진우와의 사이에 원고 소유의 선박 에브포 아그나(EVPO AGNAR)호를 이용해 위 이진우가 수배하는 원목을 파푸아 뉴기니에서 대한민국까지 운송하기로 하는 항해용선계약을 체결하면서 재용선에 동의했는데

원고와 위 이진우는 위 용선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양자가 별도로 합의한 사항을 제외하고는 갑 제1호증의 1에 첨부된 나뇨자이 용선약관에 의하기로 돼 있고 위 약관 제43조에서는 일본법을 위 계약의 준거법으로 하기로 돼 있는 사실,

위 이진우는 다시 1991년 8월9일경부터 1991년 9월10일경까지 사이에 피고 현대종합목재 주식회사(이하 피고 현대종합목재라고만 한다), 소외 신영물산 주식회사, 소외 동림산업 주식회사, 피고 이건산업 주식회사(이하 피고 이건산업이라고만 한다)와 동 회사들이 파푸아 뉴기니로부터 수입하는 원목을 운송하기로 하는 재용선계약을 각 체결했으며 피고 삼성물산 주식회사(이하 피고 삼성물산이라고만 한다)는 위 신영물산 주식회사의, 피고 주식회사 엘지상사는 위 동림산업 주식회사의 각 원목 수입을 대행하기로 한 사실,

원고 소유의 위 선박의 선장은 1991년 9월3일경부터 같은 해 10월2일경까지 사이에 파푸아 뉴기니의 4개 항구에서 피고들이 수입하는 원목을 선적하고 그 판시와 같은 선하증권 8통(운임선급으로 기재됨)을 각 발행했고 위 각 선하증권 이면약관에서 용선계약의 모든 조항이 선하증권에 편입된다고 규정돼 있는 사실,

한편 위 이진우도 위와는 별도로 1991년 9월26일경 판시와 같은 선하증권 4통을 각 발행한 사실, 원고는 파푸아 뉴기니의 4개 항구에서 위 원목을 선적해 인천항까지 운송했고 피고 현대종합목재와 피고 이건산업은 각 위 선장이 발행한 선하증권을 제출하고 그 화물을 수령했으며 위 선장이 발행한 위 선하증권을 수취하지 못한 피고 삼성물산은 위 신영물산 주식회사를, 피고 엘지상사는 위 동림산업 주식회사를 각 대행해 위 이진우가 발행한 선하증권과 화물선취보증서를 제출하고 위 화물을 수령한 사실을 각 인정한 다음 원고의 주장

즉, 원고는 위 이진우와의 용선계약에 따른 체선료 등으로 미화 224,631.01달러의 지급청구권이 발생했는데 피고들은 위 선장이 발행한 선하증권의 각 소지인들로서 이 사건 각 화물의 수하인이라고 할 것이고 위 선하증권의 준거법인 일본 상법 제753조 제1항 소정의 이 사건 화물을 수령한 수하인으로서 선하증권 및 위 용선계약에 규정된 바에 따라 연대해 원고에게 위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

이 사건과 같은 재용선계약의 경우에는 선주와 용선자 사이의 주된 운송계약과 용선자와 재용선자 사이의 재운송계약은 각각 독립된 운송계약으로서 선주와 재운송계약의 운송의뢰인(재용선자)과의 관계에서는 아무런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므로 선주가 직접 재용선자에 대해 주된 운송계약상의 운임 등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고

수하인에 대한 관계에서도 수하인이 화물을 수취해도 수하인은 재용선계약의 운송인인 용선자에 대해 운임 지불 의무를 부담하는 것일 뿐 선주가 수하인에 대해 주된 운송계약의 운임 등을 직접 청구할 수는 없다고 해석해야 할 것이므로 선주가 재용선계약에 따른 수하인에게 직접 운임 등을 청구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해 원고의 위 주장을 모두 배척했는 바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이러한 인정과 판단은 옳다고 여겨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평석

위 대법원 판결은 재운송계약 등의 이유로 복수의 운송계약이 존재하는 경우 운송계약 당사자가 아닌 선주가 화주에게 직접 계약상의 운임을 청구할 수 없다는 취지로서 운송계약 해석상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5. 결어

우리 상법은 제809조에서 정기용선자, 항해용선자가 제3자와 (재)운송계약을 하는 경우 선박소유자도 직접 책임을 부담하도록 해 제3자를 두텁게 보호하고자 하고 있으며,

제850조에서 선체용선의 경우 선박 이용에 관한 사항에 관한한 선체용선자가 선박소유자와 동일한 권리의무를 부담하도록 해 당사자간의 책임관계를 규율하고 있다. 복수의 용선계약 또는 운송계약이 있는 경우 해상운송인의 확정과 당사자간의 책임관계도 이러한 법규정의 취지와 일반 해상법 법리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돼야 할 것이다. <끝>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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