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05 07:19

KSG에세이/ 참모총장 출신 육군대장과 화학병과 출신 일반하사 - (2)

서대남 편집위원

서대남 편집위원

상공부 차관과 신민당 재선 국회의원으로 원내총무를 지내고  옛 해무청 근무 경력을 살려 선주협회에 와서 임기 2년씩 두 임기를 마친 김재곤(金載坤) 상근부회장이 떠나자 1976년 1월 사단법인 한국선주협회는 정기총회에서 정관을 바꿨다.

협회 집행부에 이사회 중심으로 조직과 업계를 운영하는 독립성을 부여하기 위해 사무국 총수를 이사장제로 변경하여 다시 옛 모습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었다.

관례적으로 대한해운공사(KSC) 사장이 협회 회장을 맡는 전통에 따라 석두옥(石斗鈺) 회장과 임광섭(任光燮) 회장, 이맹기(李孟基) 회장에 이어 1965년부터 회장을 맡은 주요한씨가 두 임기를 끝내고 협회를 떠났기 때문.

해운공사의 민영화와 함께 사장직을 맡은 주요한씨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편집국장을 거쳐 상공부장관과 부흥부장관을 지낸 후 대한일보 사장을 겸직하며 협회에 부임했다.

주 회장이 물러나자 현역으로 해운공사 사장 역임 시 협회 회장을 지낸 바 있는 이맹기 코리아라인(KLC/지금의 대한해운)사장이 다시 선주협회 회장에 만장일치로 강력히 재추대되자 자사 경영전념을 위한 평소의 복안이었던 듯 즉석에서 제안하여 취해진 결정이었다.

육군참모총장을 지내고 퇴임 후 대한중석 사장과 충주비료 사장을 거친 뒤 묻혀 지내던 김용배(金容培) 예비역대장을, 당시 소문에 의하면, 육참총장 출신 친목회에서 육군출신을 외항해운업의 구심체로서 업계의 중심역할을 하는 한국선주협회 이사장으로 뜻밖이요 예상외의 추천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자 협회 설립의 산파역을 맡아 그간 사무국 운영을 전횡해 오던 경찰직과 해운업체를 두루 거친 김병두(金昞斗) 전무이사나 역시 해운공사 출신 김선모(金善模) 상무이사와 교통부 해운국 해사과장을 마지막으로 퇴임하여 자리를 만들어 온 강상혁(姜相爀) 상무 등 사무국 수뇌부와 간부급들은 예비역 육군대장이 내정되었다는 소식에 시쳇말로 급냉각이 됐으며 좁은 사무실은 온통 초비상이 걸려 술렁댔다.

그러나 올 때 받은 조사역(과장 상당) 직급을 거쳐 겨우 차장 보직에 오른 하급직이긴 했지만 그 누구보다도 더 놀란 건 필자였다. 대입 후 공부는 팽개치고 음주학습(?)에만 몰두하다 보니 재시험에도 학점이 안 나와 2년을 마치고 퇴교처분으로 까지 몰리게 된 불안감에서 탈출하는 최선의 방법은, 학도군사훈련단(ROTC), 즉 학군단 지원을 하지 않은 필자로서는, 병무청에 가서 자원입대를 하는 길 뿐이었다.

그래서 논산훈련소 대신에 대구 성서 주둔 제50예비사단 신병훈련소에서의 훈병 시절 관등성명이 갑자기 떠올랐던 것이다.

1960년대 초반 국군 사병 기초훈련(BI) 기간 6주 동안 아침저녁으로 점호시마다 외우던 관등성명에서 “참모총장 대장 민기식, 2군사령관 중장 김용배” 그리고 나중에 기성부대로 배치 받은 강원도 인제군 남면 주둔 근무지 1군사 예속, 3군단 배속 ‘제73화학전투지원중대’ 시절 상병인가 병장진급 후에는 ‘참모총장 대장 김용배’ 하고 외던 하늘같던 그 육군대장 김용배 장군이 진짜로 이 사무실에 온단 말인가?

부임도 하기 전에 육군하사 필자는 참새가슴이 되어 마음이 콩닥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받아 놓은 날 같다더니 어느 날 정기총회 결의사항으로 위임받은 이사장 선임안이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 드디어 확정됐으며 신임 이사장 부임의 날이 닥쳐왔다.

소공동 한국은행 건너 편 북창동 소재 삼흥빌딩 6층 선주협회 사무실은 군사령관의 지휘보급정비 검열을 앞두고 밤을 새는 예하 단위부대처럼 좁은 방과 책상을 정리하며 육군대장 맞을 준비로 며칠간 부산을 떨었다. 승용차 한 대로 마포 일원에 자택이 있는 양 상무와 와우 아파트에 사는 필자가 편승해서 출근을 하고 나면 이어서 서대문 인근의 전무이사가, 마지막으로 인천에 선거구와 자택을 두고 출퇴근을 삼화고속편을 이용, 서울역에 내리는 상근부회장이 승용차를 이용했다.

저녁 퇴근길 역시 시차를 두고 이와 반대, 역순으로 출퇴근 수송작전이 반복되던 때였으니 내부단장은 물론 책걸상을 새로 들이고 대형 승용차도 구입해서 만반의 준비를 끝낸 후 드디어 부임 디데이를 맞았다.

많잖은 전 임직원이 건물입구에 도열해서 영접을 했다. 옛 군대시절 중대장실에 걸려있던 사진에서 본 낯익은 모습 그대로 금테 안경에 멋과 절도 있게 거수경례를 하며 일일이 악수를 나눈 후 집무실로 들어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즉시에 내무사열(?)을 취하는 데는 오금이 저리지 않을 수 없었다. <계속> < 서대남 편집위원 dnsuh@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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