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롱비치항 크리스토퍼 리틀 청장(오른쪽)과 리차드 스타인크 전 청장(왼쪽). |
지난 11월14일, 14년간 롱비치항만청장을 지내오던 리차드 스타인크가 그 자리를 크리스토퍼 리틀에게로 넘겼다. 크리스토퍼 리틀은 지난 3년간 롱비치항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이자 사무차장으로 지내왔기 때문에 롱비치항에 대해 속속들이 정통해있는 청장 적임자이다. 이번 인사이동을 계기로 한국을 방문한 이 두 청장을 만나 취임 및 은퇴 소감,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 크리스토퍼 리틀 現 롱비치항만청장과의 일문일답 >
Q. 우선 롱비치항만청장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이와 관련, 한국에 방문한 목적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저는 롱비치항의 청장으로 역임하기 전까지 상무이사와 최고운영책임자(COO), 사무차장으로 근무해 왔습니다. 그때 당시에도 지금도 롱비치항에게 한국은 매우 중요한 사업 파트너입니다.
한국은 롱비치항의 두 번째로 큰 동반 성장국이고, 최근 체결된 한-미 FTA로 인해 한국의 비즈니스 비중은 더욱 커질 것으로 판단됩니다. 새로운 청장으로 취임한 것을 계기로 최대 파트너기업인 한진해운을 비롯한 한국의 거래처에 인사 차 이번 방한을 계획했습니다.
Q. 새로운 직책에 대한 각오나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특히 청장으로써 지금과 같은 글로벌 경제 침체기에 대응할 만한 새로운 전략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롱비치항은 지난 2010년 24%의 성장세를 보인 데 이어 올해 초까지 계속해서 그 추세를 이어왔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물동량이 감소세로 돌아선 뒤 지금까지 그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미국 경제 상황이 완전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크리스마스 쇼핑 시즌을 앞두고 미국 시장이 잠깐이나마 활기를 띨 것으로 예측됩니다. 그때의 호황이 내년까지 이어지길 바라는 바입니다.
우리는 12억달러 규모의 미들하버컨테이너터미널 재개발 프로젝트와 9억5천만달러 규모의 제럴드 데스몬드 다리 재건축 프로젝트를 포함, 향후 10년 동안 총 40억달러 규모의 새로운 투자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와 같은 투자 계획들이 골자가 잡힐 때부터 그에 깊이 관여해 업무를 수행해 왔기 때문에 청장 취임 후 첫 업무임에도 전혀 새로운 것들이 아닙니다. 그만큼 자신감도 있고요.
제럴드 데스몬드 다리 재건축 프로젝트를 자세히 언급하자면 이렇습니다. 1960년대 세워진 제럴드 데스몬드 다리는 롱비치항으로 진입하는 주요 길목이지만 다소 오래되고 낡아 현재 물동량 수준을 감당할 수 없어,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재건축에 돌입한 것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현재 디자인 시공 기업을 모색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2012년 중반까지 시공 기업 선별 작업이 끝나면 2013년부터 준공에 돌입, 5년간의 공사 기간을 거쳐 완성될 예정입니다. 이로써 롱비치항은 북미 내에서 가장 최신식의, 가장 큰 항만이 될 것입니다.
이로써 롱비치항은 캘리포니아 남부의 무역 허브로 더욱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과 미국을 아우르는 태평양항로의 발전에도 기여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 롱비치항은 장기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물동량과 경쟁력 면에서 매우 긍정적입니다.
Q. 롱비치항의 현재 비즈니스 상황과 북미서안 최대 항만으로서 위상을 유지하기 위한 향후 계획을 말씀해 주십시오.
대도시의 중심에 위치한 롱비치항은 대규모 물류창고와 탄탄한 교통 인프라를 바탕으로 북미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항만입니다. 이와 같은 이점들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끊임없는 투자가 가능한 것이고, 저는 이를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40억달러 투자 계획이 향후 사업 계획의 가장 핵심이 될 것입니다. 터미널 통합 및 재개발, 다리 재건축, 온-도크 레일 부지 확장 등 모든 사업 계획이 실현되면 터미널 규모는 커지고 환경오염은 줄어들 것입니다.
한편 지난 2006년부터 4억7천만달러를 투자해 진행돼 온 피어 지(Pier G) 터미널 재개발 작업이 한창 진행 중입니다.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피어 지 터미널의 화물트럭 관문은 더욱 현대화되고 더 많은 레일 야드와 심해정박지를 보유할 수 있게 됩니다. 이 뿐 아니라 피어 에스(Pier S) 터미널 역시 재개발을 구상 중인데, 그 계획인 실현되면 현재 피어 에스에서 공터로 남겨진 부지는 최첨단 터미널로 탈바꿈 될 것입니다.
Q. 올 한해 롱비치항의 물동량이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그리고 물동량 감소를 막기 위한 대책은 무엇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롱비치항의 컨테이너 물동량 성장세가 떨어진 것은 사실입니다. 지난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물동량 감소가 시작되더니 미국은 물론 유로존 재정 위기로 감소세가 점점 더 악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성수기로 파란불이 들어왔고, 크리스마스 전 수입 약세로 인해 명절 이후 다시 재고를 채워야하는 소매업자들은 공격적으로 활동을 재개할 것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한 시름 놓을 것으로 보입니다.
Q. 최근 전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는 이슈 중 하나가 ‘친환경 경영 정책’입니다. 현재 롱비치항이 시행하고 있는 환경오염 관련 정책이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일찍이 우리 항만은 환경오염 문제를 중시 여겨 2005년부터 ‘그린 포트(Green Port) 정책’을 시행해 왔습니다.
우리는 선박이 롱비치항 가까이에 접안하면 선박은 엔진 가동을 멈추는 대신 선박이 완전히 접안하기까지 항만에서 전력을 내보내 연료 소모와 대기오염을 줄이는 쇼어파워(Shore Power) 시스템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2014년까지 우리 항만이 보유한 6개의 터미널 모두에 쇼어파워 시스템을 적용하고자 합니다. 그렇게 되면 입항하는 컨테이너선박 절반이 쇼어파워 시스템에 동참해야 하고 2020년에는 적어도 80%가 시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또한 2009년 2월부터 시행된 ‘클린 트럭 프로그램(CTP)’을 통해 온실가스 저감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CTP는 항만운송트럭의 현대화를 꾀하고 트럭 관련 대기오염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시행 1년 만에 트럭으로 인해 발생하는 대기오염을 80% 이상 절감시키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CTP를 완벽히 이행하기 위해 내년 1월1일부터 얼마 남지 않은 노후 운송트럭 출입을 완전히 막을 것입니다.
한편 롱비치항은 ‘그린 플래그(Green Flag)’ 프로그램도 시행하고 있는데, 이는 ‘퍼민(Fermin)등대로부터 40해리 떨어진 지점부터는 입항 선박들이 12노트 이하로 운항한다’는 원칙으로 시행되는 정책입니다. 이로써 일 년에 1천t 이상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저감시킬 수 있습니다.
환경오염 방지는 비단 ‘친환경 문제’뿐만 아닌 ‘지속가능한 항만 경영’과 ‘경쟁력’과 관련된 문제이기에 우리는 이에 대해 공격적이면서도 광범위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롱비치항 지역사회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에도 이는 장기 성장 계획의 일환인 중요한 프로젝트입니다.
Q. 올해 부산항은 물동량 1500만TEU를 돌파하는 등 그 성장세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부산항 발전을 위해 해주실 말씀은?
롱비치항과 부산항은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선 두 항만 모두 전 세계 항만 시장에서 고점을 차지하고 있고 대도시와 매우 인접해 있습니다. 또한 각 국에서 차지하는 중요도가 매우 높고 국가 경제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는 점 역시 닮았습니다.
한편 부산 신항은 최근 2-3단계 컨테이너 터미널을 개장하는 등 성장세에 발맞춰 몸집을 키우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롱비치항이 그랬듯 부산항도 환경오염 문제에 큰 관심을 두고 이를 고려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까지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특히 부산항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9월까지 진행해 온 ‘그린포트 프로젝트’에는 우리 항만의 그것을 벤치마킹한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부산항의 그린포트 정책은 현재 계획 수립 단계이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실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부산항은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선두를 달리는 항만답게 환경 문제를 장기적이고 앞선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어 향후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닮은 점도 많고 우리 롱비치항과 관계도 돈독한 만큼 앞으로도 부산항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를 기원하는 바입니다.
[ 미니 인터뷰 ] 리차드 스타인크 前 롱비치항만청장
지난 14년간의 청장 역할을 마치고 그 자리를 크리스토퍼 리틀 씨에게 내준 리차드 스타인크 전청장에게 은퇴 소감을 물어봤다. 이에 전청장은 “청장 직에 임하면서 제가 처음에 계획했던 청장으로써의 역할 대부분을 순조롭게 이행해 왔다고 생각한다. 이는 모두 항만위원회의 훌륭한 임직원들의 협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으리라 믿는다. 이런 훌륭한 항만에서 14년간 재직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언급했다.
그에게 청장직을 지내면서 달성한 업무 중 기억에 남는 것을 꼽아보라고 하니 “우선, 문을 닫았던 해군기지를 한진해운의 투자로 재개발해 400에이커에 달하는 최첨단 컨테이너 터미널로 탈바꿈시킨 것을 들 수 있다. 이를 비롯해 제가 처음 청장으로 부임했던 때보다 훨씬 발전한 롱비치항의 모습을 보면 굉장히 뿌듯하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항만청장이 바뀜에 따라 한국의 고객들과 비즈니스 파트너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그들이 궁금해 하는 점을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고 언급했다. 한국에 대해 평소 어떻게 생각하냐는 물음에 “항상 친절하게 환영해 주는 파트너들과 친구들이 있어 한국을 방문하는 건 항상 즐거운 기억으로 다가온다. 한국은 롱비치항 뿐 아니라 미국에게 있어서도 중요한 사업 파트너로, 얼마 전 체결된 한-미 FTA를 통해 향후 그 관계가 더욱 돈독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밝게 대답해 줬다.
그는 이어 “롱비치항은 몇몇 한국 해운기관들과 수년간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기업은 아무래도 한진해운이 아닐까 싶다”고 언급했다. “개인적으로 저는 1990년도에 롱비치항에 입사했는데 아시다시피 롱비치항 한진 터미널은 1991년도에 개장했다. 또한 1997년 항만청장을 역임했을 때 한진해운이 더 큰 규모의 두 번째 터미널을 개장했고 마침내 2002년 한진 터미널이 롱비치항 내에서, 그리고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터미널로 다시 태어났을 때에도 함께 일을 해 그 의미가 남달랐다.
따라서 저는 한진해운과 롱비치항이 손잡은 그 때부터 줄곧 옆에서 사업 성장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래서 저에게 한진해운, 그리고 한국은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파트너다”고 말하며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롱비치항만청장 역할을 이어나갈 크리스토퍼 리틀 씨에게 조언 한 마디를 부탁했더니 그는 “크리스토퍼가 제 후임을 맡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전 누구보다 기뻐했고, 또 안심하고 떠날 수 있게 됐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가 5년 전 우리 항만청의 상무이사로 부임하면서부터 우리는 긴밀한 관계로 함께 일을 해 왔다. 또한 그는 지난 3년간은 최고운영책임자(COO)이자 사무차장으로 지내며 헌신적으로 근무해 왔기 때문에 누구보다 우리 항만청에 대해 잘 알고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또한 크리스토퍼는 우리 항만청에 부임하기 전부터 시랜드, 머스크, CMA CGM 등 굴지의 해운선사 터미널 운영 부문에서 수년간 근무한 바 있다. 그로 인해 미국의 어느 항만청에도 그처럼 많은 경험을 지닌 청장이 없을 정도로 크리스토퍼는 이 업계에 정통해 있다”며 새로운 청장에 대한 깊은 신뢰와 자부심을 표했다.
그는 이어 “그런 그에게 딱히 조언이 필요할까 싶을 정도로 크리스토퍼는 항만청장 자리에 꼭 맞는 사람이다. 저는 그가 롱비치항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갈 유능한 청장이 될 거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리차드 스타인크 전 청장에게 은퇴 후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지 물으니 “우선 한동안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휴식을 취할 것이다. 이를 통해 재충전이 완료되면 바로 다시 일터로 돌아올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이어 “20년이 넘도록 해운·항만업에 종사하면서 ‘이게 내 천직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제 일을 사랑하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항만 산업과 관련된 일로 복귀할 예정”이라며 일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보여줬다.
< 김보람 기자 brkim@ksg.co.kr >많이 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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