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24 11:25

이호영칼럼/ 물류는 실물경제의 파생산업

이호영 함부르크항만청 한국대표

이호영 함부르크항만청 한국대표
이호영 함부르크항만청 한국대표

●●●과거 문민정부와 참여정부 때에는 ‘물류입국’, 또는 ‘동북아물류중심지’ 등의 구호가 성행하였다. 지자체 마다 모두 항만을 개발해 ‘동북아 중심항’으로 키워 물류중심지가 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으며 몇몇 지자체에서는 지금도 이 계획을 추진 중에 있다. 어느 것이나 그 내용이 대체로 비슷해 중앙정부의 관심을 끌지 못하게 되면 그 계획을 대통령 출마자의 지역공약으로 포함시켜야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런 방향으로 전략을 짜고 있는 곳도 있다.

이러한 계획의 내용이란 일단 컨테이너항만을 짓고 넓은 물류단지를 형성하면 물류업체가 몰려들어 결국 그 지역이 물류중심지가 된다는 식의 발상이다. 이런 식의 발상이 통하던 시절이 있기도 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인근 국가에도 이렇다 할 컨테이너항만이나 물류단지가 없었던 시절에는 일단 만들어만 놓으면 그곳으로 컨테이너선이 들어오고 물류업체가 몰려들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때처럼 공급자 위주의 물류체제가 아니고 공급이 넘쳐나 수요자가 공급자를 선택하는 시대이니 위와 같은 발상은 이미 지금과는 맞지 않는다.

물류는 단독성장이 가능한 산업이 아니요 실물경제의 파생산업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실물경제란 무역화물의 이동과 내수물자의 이동인데 이러한 물량이 흐르는 동선을 벗어난 곳에 아무리 좋은 물류시설을 갖춘다고 한들 물류업체가 그곳으로 들어갈 리 만무하다. 이것은 마치 물고기가 다니는 곳에 그물을 쳐야 고기가 잡히지 다니지 않는 곳에 아무리 좋은 그물을 쳐놓은들 고기구경을 하기 어려운 것과도 같은 이치이다.

선거 때만 되면 대통령 출마자들이 지역주민의 표심을 얻기 위해 물류문야에서 큰돈 들어가는 공약을 남발하고 때로는 무리하게 진행시키기도 해, 결국 국고손실만 초래하는 일을 종종 보게 된다. 공허한 구호로 끝나버린 동북아물류중심지 공약이나 청주국제공항, 양양공항 등 짜 맞춘 수요예측으로 국고의 낭비만을 초래한 사례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거기에 대운하 계획, 영남권 제2국제공항 등 국론을 갈라놓은 공약들이 아직도 깨끗하게 종결되지 않은 채 있다.

이제 다음 대선을 앞두고 어떤 공약이 쏟아져 나올지 자세히 알 길은 없지만 영남권 제2국제공항문제 만큼은 다시 재연될 것이 틀림이 없다. 과거의 잘못된 선거공약, 즉 대통령 출마자가 선거캠프나 싱크탱크와 공조해 그 지역 표를 노린 거창한 물류공약을 발표하면 진짜 전문가들은 입을 다문 채 때를 만난 어용학자들이 박사학위 간판을 내걸어 지지여론을 일으키고, 이러한 방식의 세미나를 몇 번 열고는 여론수렴이 됐다고 한 뒤 당선 후에는 정권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방법으로 인해 지금까지의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된 게 아닌가?

이렇게 국가적으로 큰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사안은 대통령 출마자가 단기간에 급조한 공약을 내걸게 아니라 정부에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전문가들의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기획되고 추진돼야 한다.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철을 맞아 지금까지의 쓰라린 경험을 잊지 말고 국민 모두가 대통령 출마자들에게서 어떤 공약이 쏟아져 나올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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