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연구원 물류기술개발지원센터 노홍승 센터장
● 들어가며
일각에서는 물류산업을 경제활동의 파생산업일 따름
이라고 폄하하기도 하지만, 오늘날 경제활동을 이야기하면서 물류활동을 무시하고는
이야기하기 힘들다.
물류라는 개념이 미국의 마케팅론의 개척자인 쇼(Arch. W.
Shaw)교수에 의해 ‘물적공급활동’이란 표현으로 최초로 제시된 것이 1912년의 일이
고 클라크 교수(Fred E. Clark)에 의해 물적유통(Physical Distribution) 이라는 용
어로 사용된 것이 1922년 의 일이니 아직 100년이 되지 않은 개념이라고 할 수 있
다. 더욱이 로지스틱스(Logistics)라는 용어가 경제활동 전반에서 일반화되기 시작
한 것은 세계 2차 대전 후라고 하니 채 60년 남짓밖에 되지 않은 세월에 세상은 온
통 물류활동의 원리(최근에는 SCM이라는 개념으로 발전을 거듭하고는 있지만)에 따
라 돌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이와 같이 물류활동의 영역이 늘어나는 현상은 물류
전문가들과 물류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에는 일거리와 수입을 늘려 즐거워해야 할 측
면이다. 하지만, 물류활동의 영역이 넓어졌다는 의미는 다른 측면에서는 물류활동 자
체가 여건변화에 크고 작은 영향을 받을 여지가 늘어나면서 물류관계자들은 그 누구
보다도 항상 세상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세심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로 작용하
기도 한다. 특히 물류활동과 직접적인 관계되는 정보통신기술과 교통수단의 발달은
글로벌시대의 형성을 더욱 가속화시켜 경제규모를 급속히 확대시키고 있다.
그
간 물류활동이라고 하면 보다 값싸고 빠르게 물자를 원하는 목적지까지 수송해 주기
만 하면 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으나 최근에는 빠르고, 정확한 것은 물론이고 안전
하고, 편리하며 친환경적으로 물류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까다로운 요구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 2030년 미래 물류환경 전망
물류활동 영역이 넓어지면서 앞으
로 유념해야 할 크고 작은 여건변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전망해 보는 일은 장차 물
류활동에 소요될 시설이나 장비를 개발하는 기술자 외에도 화주나 물류기업, 그리고
국가물류정책을 관장하는 정부 당국자 모두에게 중요한 일이다.
국가, 산업, 경
영 전반에 대한 중장기 분석에 정평이 나있는 EIU(the Economist Intelligence Unit)
가 2006년에 수행한 「2020년 예측 - 경제, 산업 및 협력동향보고서」의 서문에는 집
필당시인 2006년으로부터 불과 15년 전인 1990년대 초만 하더라도 중국은 거대한 계
획경제 사회였고, 소비에트연방이 유지되던 시기였다고 회고하는 부분이 나온다.
1990년대 초반은 인터넷이나 이메일이란 단어를 아는 사람도 거의 없었으며 공상
과학에서나 존재하는 기술정도로만 여겨졌던 시기였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표현
은 15년 이후의 미래를 전망하는 자신들의 어려움에 대한 표현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우리가 맞이할 미래는 유사 이래 그 어느 때보다도 훨씬 빠르게 세계가 변화될 것이
란 점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였을 것으로 이해된다.
최근 한국교통연구원에서는 세
계 유수의 미래학자들이 전망한 2020년 15대 메가트렌드, 2025년 4대 글로벌 메가트
렌드, 2030년 8대 글로벌 메가트렌드와 세계은행에서 2006년에 전망한 2020년 세계
물류산업의 8대 트랜드를 모두 고려하여 11가지의 ‘2030년 우리나라 국가물류 트렌
트’를 발표한 바 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세계경제의 역학구조 변화에 따른 아시아의 세계 해운·항
만물류 중심지화 추세를 추출할 수 있었으며 이는 자문회의 등을 통해 추가된 한중
일 역내 물류 활성화 추세를 추가적으로 고려하여 ‘①한중일 역내 물류활성화’라
는 2030년 우리나라 국가물류 트렌드를 형성하였다.
두 번째, 세계 경제의 통합
가속화 추세는 세계적인 3PL 기업들간의 인수·합병 가속화 추세와 관련이 있었으며
지식경영 및 윤리경영의 혁신 및 윤리·지식경영의 확산과 관련된 제3자 물류시장의
급속한 확대추세와 맞물려 ‘②글로벌 3PL 시장의 확대’라는 트렌드를 형성하였다.
세 번째, 디지털·네트워크 기술의 성숙화 및 국가전략 기술의 부상 추세는 물류
기술혁신에 따른 물류의 대형화와 관련이 있으며, IT·BT·NT·신소재 기술과 융합기
술의 학제 간 통합 움직임과 더불어 환경과 천연자원 문제의 심화 및 에너지 확보문
제와 맞물려 유가 급증에 따른 물류비 절감노력 가속화 추세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
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들은 역으로 ‘③물류기술 개발의 증대’라는 트렌드
를 형성하는데 기여하였다.
네 번째, 환경과 천연자원 문제의 심화 및 에너지 확
보문제는 유가 급증에 따른 물류비 절감노력 가속화 추세와 지구환경 문제에 대한 인
식을 제고시켜 ‘④녹색물류 정책의 확대’ 라는 트렌드 형태로 구체화 되었다.
다섯 번째, 테러, 갈등, 핵무기 확산전망은 물류보안 관련 국제공조의 강화를 초래하
여 ‘⑤물류보안 관련 국제공조 강화’라는 트렌드를 생성하였으며,
여섯
번째, 세계경제의 통합 가속화나 물류인프라 확충경쟁의 지속 추세는 세계경제의 역
학구조 변화에 따른 아시아의 세계 해운·항만물류 중심지화 추세와 맞물려 ‘⑥ 첨
단 물류인프라의 확충’이라는 트렌드를 형성하였다.
일곱 번째, 표준과 지식재
산권 중심의 기술패권주의 경향은 물류기술 개발의 증대와도 관련이 깊으며 ‘⑦물류
표준 및 물류공동화 진전’이라는 트렌드를 형성에 기여하였고,
여덟 번째, 수요
조건의 변화 및 신 소비패턴의 발생경향과 전 세계적인 인구구조의 고령화 추세는
‘⑧수요자 중심의 물류활동’이라는 추세를 만들어 냈다.
아홉 번째, 남북한 경
제협력 및 통합의 진전 전망과 지역혁신과 균형발전 추세는 더욱 복잡해진 국제 체
제 추세와 더불어 남북한 운송망 연결이나 ‘⑨남북한 운송로 연결’이라는 트렌드
를 만들어 내었다.
열 번째, IT·BT·NT·신소재 기술과 융합기술의 학제 간 통
합 움직임은 신기술 융합 가속화 및 산업간 융합화를 촉진하여 물류활동 영역의 확
대 및 물류활동의 고부가가치화 움직임을 초래하였고 이는 ‘⑩물류활동 영역의 확
대’라는 트렌드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최근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이산화탄소
에 의한 지구 온난화 현상은 지구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자각시키는 계기로도 작용하였
지만, 물류적인 측면에서는 유가 급증에 따른 물류비 절감노력의 일환으로 북극항로
의 개설에 대한 기대심리를 높여주기도 하였다. 이러한 트렌드는 ‘⑪북극항로의 개
설’이라는 트렌드로 표현될 수 있었다.
● 미래 물류환경변화 예상 시나리오
한편 본 연구에서 제안하
는 ‘2030년 우리나라 국가물류 트렌트’를 토대로 물류부문의 미래 환경변화를 시나
리오 방식으로 전망해 보는 것도 장기적 구조개편방향을 미리 짐작해 보는데 유용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의 잠재적 시간범위인 2030년대에 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되는 목표시스템을 일반인들이 인식하기 쉬운 가상 시나리오 형태
로 제시해 보면 다음과 같다.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북극만년빙이 녹으면서 북극해의 북서항로부
터 화물선의 운항이 상시 가능하게 되었다. 부산항을 출발해 싱가포르를 경유하여 해
적이 많이 출몰하는 말라카해협을 지나 수에즈운하와 지중해를 통해 유럽으로 항해하
던 선박이 북극항로를 통해 로테르담항을 직접 기항함에 따라 10일의 항해시간과
8,300km의 운항거리를 단축할 수 있게 되었다. 더욱이 상업적인 핵잠수함이 북극해
를 통해 정기적으로 운항되면서 부산항에서 로테르담항까지는 연중 기후변화와 상관
없이 보름이면 정확한 화물운송이 가능해지게 되었다. 한국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컨
테이너 해상운임은 불과 60달러 안팎의 비용밖에는 소요되지 않게 되었고 한-EU FTA
협정타결 이후 급속도로 증가하기 시작한 한-EU 교역은 한-미 교역량을 상회한지 오
래다.
북극항로의 개설이후 싱가포르 동쪽에 위치한 아시아 지역 유럽행 물동량
이 대거 북극항로로 전환되면서 싱가포르에 집중되었던 아시아 최대 금융기능, 정
유, 항만, 선박급유 기능이 부산항으로 이전되면서 한때 항만기능 쇠약의 길을 걸었
던 부산이 신항을 중심으로 새롭게 동북아물류중심지로 도약하는 계기가 마련되었
다.
새 아파트마다 갖춰져 있는 무인 자동배송시스템을 통해 집에서 국제소포를
부칠 수 있고 인터넷으로 주문한 상품도 심야시간대라도 내가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
지 무인 택배센터를 통해 자동으로 배달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점차 확대되고 있
다.
물류단지에도 상자들이 스스로 움직여 컨테이너 조성하는 로봇형 컨테이너 자
동조성 시스템이 생겨나면서 매연을 뿜으며 위태롭게 돌아다니던 지게차가 점차 사라
지고 컨테이너 조작도 조정하는 사람이 없이 안전하고 신속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일
일이 수화인의 주소를 적거나 입력하던 번거로움도 없이 전 세계 어디나 수화주의 휴
대전화번호 입력만으로 화물운송이 이루어지고 문자메시지로 수화주가 지정하는 장소
와 지정하는 시기로 정확히 화물운송이 이루어진다. 운송 중인 화물이라도 별도 지정
하는 수화주에게 운송도중에 경로를 바꾸어서라도 화물이 전달하게 할 수 있다. 화물
운송 전 과정을 송화주와 수화주가 휴대전화를 통해서도 지켜볼 수 있게 되었다.
고속도로 장거리 구간을 목숨 걸고 질주하던 심야화물차의 운행도 국가에서 운영하
는 24시간 화물운송 컨베이어 시스템이 거의 무료로 운영되면서 사라졌으며 전기로
운행되는 소형 트럭만이 도시 내를 운송할 수 있게 되었다. 그마저도 아파트 인근 무
인 택배센터와 연계되어 어른들이 집을 비운 사이 택배기사가 찾아오거나 택배기사
가 기다리는 일은 없어져 버렸다. 그로인해 택배비도 반값으로 인하된 건 물론이
다.
● 맺으며
국가물류트렌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향후에도 경제
규모의 확대 및 고도의 정보화로 인하여 화물운송의 양과 속도는 점차 증가할 것이
며, 운송중이거나 보관중인 화물의 위치와 상태를 언제든 추적하여 검색할 수 있는
화물정보의 통합과 실시간 정보제공·관리가 발달 할 것으로 예상된다. IT기술을 기
반으로 한 물류시스템의 자동화와 무인화가 급속하게 발달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화물의 흐름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예측하는 보관·하역 시스템이 발달하여 물류의 효
율성도 획기적으로 증진될 것이며, 다양한 개인들의 생각과 요구에 부합하기 위한 다
양하고 복합적인 화물포장도 발달할 전망이다. 정보통신과 교통수단의 지속적인 발달
은 글로벌시대의 형성을 더욱 강화시키고 경제규모의 확대와 고도의 정보화 사회의
형성은 글로벌 물동량을 지속적으로 증가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다. 최근 새로운 무역
장벽으로 환경문제 및 물류의 보안/안전 문제가 쟁점으로 대두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
할 만한 점이다.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계속되어 따라서 물자이동 수요에 효과
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물류 효율성, 물류 안전성과 글로벌 이슈인 환경문제와 결부
한 친환경적 물류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당장 정부가 시
행하겠다고 밝힌 녹색물류인증제나 녹색물류 파트너쉽 제도와 같은 정부정책 때문이
아니라 물류활동 관계자라면 물류비 절감문제 뿐만 아니라 물류 안전성과 친환경적
물류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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