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여객선부두 신설 문제 화두 떠올라
●●●한중 국제여객선(카훼리) 항로는 올해로 취항 21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한중 카페리항로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했다. 초창기 산둥성에만 집중돼 있던 중국 취항지는 랴오닝성과 장쑤성으로 확대됐으며 우리나라에선 지역사회 발전이란 명제와 함께 전통적인 거점이었던 인천 뿐 아니라 군산과 평택항에서도 카페리 노선이 물살을 갈랐다. 13개 선사가 인천 기점 10곳 평택 기점 4곳 군산 기점 1곳 등 15곳의 항로에서 성업 중이다.
이 가운데 지난해 위동항운의 인천-웨이하이 노선이 취항 20주년을 맞아 성대한 행사를 치렀으며 올해는 진천국제객화항운의 인천-톈진 노선이 두번째로 20주년을 맞게 된다. 인천-톈진 노선의 <톈런>(천인)호는 1991년 12월24일 톈진에서 인천을 향해 처녀항해에 나섰다.
이 같은 항로 발전에도 불구하고 최근 환경은 썩 호의적이지 않다. 노선 수 증가는 곧 경쟁심화로 이어져 선사들을 옥죄는 질곡이 됐다. 물동량은 매년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신항로 진출과 치열한 영업 경쟁으로 운임은 바닥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3년간 한중 카페리 항로 화물수송 운임은 반토막 나다시피 했다. 올해 들어선 연료비까지 껑충 뛰면서 선사들을 괴롭히고 있다. 취항 선사들의 채산성이 크게 취약해졌음은 물론이다.
물동량 늘었지만 수익성은 뒷걸음질
한중카페리협회(YSKC)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한중 카페리항로 15곳에서 수송한 컨테이너 물동량은 29만9천TEU로, 1년 전 27만3천TEU에 비해 9.4%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평택-르자오 항로가 새롭게 문을 열면서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탠데다 선사들의 틈새화물 발굴이 주효한 까닭이다.
위동항운의 인천-칭다오와 인천-웨이하이 노선이 3만5천TEU 3만2천TEU로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다. 칭다오 노선은 2% 늘어난 반면 웨이하이 노선은 4.3% 감소한 것이 대조적이다. 연운항훼리가 운영 중인 인천-롄윈강 노선은 3만1천TEU, 화동해운의 인천-스다오 노선이 2만6천TEU를 각각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두 노선은 11.8% 12.8%의 두 자릿수 성장률로 주목을 받았다. 대룡해운의 평택-룽청 노선은 7.7% 늘어난 2만4천TEU로 5위에 이름을 올렸다.
같은 기간 여객 이용실적은 111만5천명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 99만2천명에 비해 12.4% 늘어났다. 중국인들의 한국 방문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 가장 주된 이유로 풀이된다. 한중 카페리선을 이용한 한국인은 87만8천명으로 9.8% 늘어난 반면 중국인은 16.4%나 늘어났다. 한국인들의 경우 일명 ‘다이공’(代工)으로 불리는 소무역상들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중국인 이용객들은 우리나라를 관광하기 위해 들어오는 단체여행객들이 많다.
여객 실적에선 평택-룽청 노선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 노선은 1~8월 동안 13만3천명의 여객을 실어 날랐다. 증감율에선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2위인 석도국제훼리의 군산-스다오 항로(10만4천명)에 비해 3만명가량 앞서며 독주하는 형국이다. 인천-웨이하이 노선은 3.9% 늘어난 9만8천명의 여객을 수송, 3위에 올랐다. 12.7%의 두 자릿수 성장률로 9만3천명을 기록한 인천-스다오 노선과 29.2%나 급증한 8만9천명의 인천-단둥 노선이 각각 4위와 5위를 차지했다.
이 같이 올해 들어 수송실적이 물동량과 여객 양 부문에서 견실한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화물 부문의 소석률은 크게 낮다는 점에서 취항선사들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15개 항로 중 소석률이 60%를 넘어서는 곳은 인천·평택-롄윈강 노선과 인천-톈진 노선 3곳 뿐이다. 인천·평택-롄윈강 노선이 70%대의 소석률로 단연 앞서고 인천-톈진 61% 정도다. 나머지 항로는 선박 화물창의 절반을 비워가는 셈이다. 특히 군산-스다오 평택-웨이하이(평택교동훼리) 각각 31% 평택-르자오(일조국제훼리) 23% 등으로 뱃길이 멀거나 신설항로일수록 화물집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낮은 소석률은 곧 운임덤핑에 의한 영업으로 이어져 한중 카페리항로에 먹구름이 되고 있다. 현재 이 항로에서 20피트 컨테이너 한 개를 수송하는데 부과되는 운임은 300달러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과거 600~700달러대에서 최근 들어 컨테이너선 수준까지 떨어진 셈이다. 반면 선박 연료유 가격은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오른 650~700달러선을 오르내리고 있어 운항 채산성은 더욱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객은 화물에 비해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15개 항로 중 10곳이 승선률이 60%를 넘어선다. 특히 평택-룽청은 90%의 승선률로 여객수송 부문에서 가장 왕성한 활약을 보이고 있으며 인천-친황다오(진인훼리) 노선도 91%의 높은 승선률을 자랑한다. 이밖에 인천-옌타이 인천-잉커우 군산-스다오 인천-롄윈강 등은 70%를 넘어서는 승선률로 여객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트레일러 직수송 확대에 업계 반색
녹록치 않은 시장여건에 선사들은 다양한 영업전략으로 현재의 어려움을 헤쳐 나가고 있다. 과거 주력화물이었던 임가공 물동량이 바닥을 드러낸 상황에서 새로운 화물을 창출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다.
우선 카페리업계의 숙원이었던 트레일러 직수송 체제 확대를 들 수 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달 18일 베이징에서 개최된 제2차 한·중 해상육상 복합 화물자동차 운송 협력위원회에서 한·중 복합운송 적용 항구를 군산 옌타이 룽옌(룽청) 스다오까지 확대하기로 합의했다.지난해 11월 트레일러 직수송이 허용된 이후 그동안 우리나라는 인천과 평택, 중국은 웨이하이 칭다오 르자오에서만 이 같은 수송방식을 진행해 왔다. 이번 합의로 우리나라에선 한중 카페리선이 취항 중인 모든 항구에서 트레일러 직접 수송이 가능해졌다. 특히 저상형 또는 일체형 고정형 등 특수형 트레일러 운행에 합의함으로써 반도체 장비나 기계류 등 특수화물 수송도 가능해져 물동량 창출이 원활해질 전망이다.
카페리업계 한 관계자는 “트레일러를 직접 수송하는 방식은 카페리선의 장점을 최적화한 것”이라며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어 화주들이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2개 항로에 3척의 선박을 띄우는 연운항훼리도 카페리선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연운항훼리는 창명해운으로부터 1만6천t급 <퀸칭다오>호를 1년 간 용선해 인천-롄윈강 평택-롄윈강 노선에 순환 취항한다. 이로써 기존 <지유란>(자옥란)호 <씨케이스타>호와 함께 롄윈강 기점으로 금요일을 제외한 주6일의 매일운항서비스를 실현하게 됐다. <퀸칭다오>호는 지난달 26일과 30일 각각 인천과 평택에 첫 입항했다.
최근 운항 손익분기점(BEP)을 넘긴 범영훼리와 석도국제훼리도 틈새시장 공략으로 눈길을 끈다.
범영훼리는 지난 2003년 설립 이후 배후지역이 비교적 발달하지 않은 랴오닝성 잉커우 취항으로 숱한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올해 시베리아횡단철도(TSR)과 연계한 복합운송루트 개발로 회사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 범영훼리는 잉커우에서 TSR을 거쳐 유럽으로 수송되는 LCD(액정표시장치) 패널화물을 유치했으며 그 결과 창립 7년만인 지난해 말부터 항차당 수익이 BEP를 넘겼다.
석도국제훼리는 부산과 일본 오사카를 잇는 팬스타페리와 손잡고 한중일 복합수송루트를 개발해 화주들의 호평을 얻고 있다. 중국에서 생산된 화물을 스다오에서 군산까지 석도국제훼리가 수송하면 내륙수송을 거쳐 팬스타페리가 부산항에서 일본으로 실어 보내는 방식이다. 항공이나 중일 카페리 노선으로 수송됐던 의류나 완구류 잡화 등이 주 타깃이다. 계절을 타는 의류제품의 속성상 빠른 수송이 가능한 카페리 복합수송 방식은 항공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석도국제훼리도 2008년 4월 취항한 지 3년만에 BEP를 넘기고 시장에 안정적으로 착근했다.
언제까지 부두배정 놓고 싸우나
한편 카페리선 업계는 인천항과 평택항의 국제여객선부두 건설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평택항은 2선석밖에 되지 않는 소규모 부두시설로 선사들이 입항일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인천항 국제여객선부두는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우선 협상대상 민자사업자로 참여, 총사업비 4330억원을 들여 2014년까지 완공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올해 초 민간사업자가 사업을 포기해 카페리업계의 애를 태웠다. 김종태 전 인천항만공사 사장이 재직시 가장 아쉬운 점으로 국제여객터미널 건설 표류를 꼽기도 했다. 인천항만공사는 김춘선 사장 취임 이후 기획재정부에서 재정지원 약속을 받아내면서 여객터미널 마스터플랜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할 수 있었다.
평택항도 재정지원이 안돼 국제여객선부두 건설을 못하고 있다. 현재의 평택항 여객부두는 2만6천t급 2선석으로 이 곳에 카페리 노선 4곳이 취항하고 있다. 선석이 부족하다보니 새로운 항로가 들어설 때마다 운항일을 놓고 선사들이 갈등을 빚어왔다. 최근엔 평택-르자오 노선의 월요일 입항시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대룡해운 등이 국토부에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잡음이 끊이질 않자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평택항의 국제여객부두 신설을 민자에서 재정사업으로 전환해 올해 말 착공키로 했다. 1860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2014년까지 내항 쪽에 3만t급 4개 선석과 1만㎡ 규모의 국제카페리터미널, 12만4천㎡ 규모의 배후부지 등을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부두 건설 공사는 기획재정부의 승인이 떨어지지 않아 착수조차 안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실시할 예정이었던 설계용역 비용 27억원이 예산에 반영이 안됐다”며 “재정으로 지원한 이상 필요한 부분엔 예산반영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평택동방아이포트에 1개 선석의 폰툰식 부두를 짓는다는 내용의 임시처방책을 부랴부랴 내놨다. 동방측은 130억원을 투자해 내년 상반기까지 임시부두를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평택교동훼리와 일조국제훼리가 임시부두로 이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페리선사 한 관계자는 “국제여객터미널 건설은 다른 사업에 앞서 시급히 추진돼야 한다”며 “앞으로 항로 신설수요도 많은데다 크루즈선사까지 취항을 앞두고 있는데 여객부두가 없어 배들이 일반부두에 취항하는 현실을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평택과 제주를 잇는 세창해운은 여객부두 부족으로 현재 일반부두에 뱃머리를 대고 있는 실정이다. <이경희 차장 khlee@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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