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금융인 전문 선박금융서적 출간
세계 최초 항만·해양플랜트금융 다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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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업은행 현용석 선박금융팀장 |
최근 해운업계를 규정짓는 화두는 ‘선박금융’이다. 자본집약적 산업 특성상 선박확보에 많은 자금이 소요됨에도 선박금융이 얼어붙어 국내 선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까닭이다. 이런 와중에 국책은행 직원이 선박금융에 대한 책자를 펴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주인공은 한국산업은행 국제금융실의 현용석 선박금융팀장이다.
현 팀장은 정우영 법무법인 광장 파트너 변호사, 이승철 SK해운 경영관리팀장 등과 함께 선박금융을 다룬 ‘해양금융실무’를 발간했다.
이 책은 뼈대가 되는 선박금융 뿐 아니라 항만시설금융과 해양플랜트금융 수산금융 등을 세계 최초로 수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외국에서도 이 같은 시도를 한 적은 일찍이 없었다. 이 책은 한국금융연수원 선박금융 강의교재로 채택됐다.
현 팀장은 세계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국내 해운과 조선산업의 성장을 금융권이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 책을 쓰게 됐다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우리나라는 해운과 조선 분야에서 세계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분야는 경쟁력이 취약해요. 선박금융이 이뤄지기 위해 필요한 금융기관과 다른 관련 기관들의 전문성도 미흡합니다. 국제금융 분야에 대한 국내 금융기관의 취약성이 결국 국제금융 중에서도 전문성이 요구되는 특수 분야인 선박금융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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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금융실무' 책 표지 |
선박금융 이해 부족이 활성화 걸림돌
현 팀장은 국내 선박금융 시장의 취약한 경쟁력은 두 가지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바로 선박금융에 대한 이해 부족과 외화조달의 어려움이다. 선박금융은 국제금융 중에서도 특수 분야에 속한다. 모든 계약이 영문으로 이뤄지는데다 용어 또한 난해하다.
선박금융이 다소 어려운 분야이다 보니 국내 금융권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모든 거래가 달러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선박금융 특성상 은행들이 외화확보가 어려워 기피하는 경우도 많다.
“선박금융팀을 구성해 외화자금조달의 부침에 관계없이 꾸준히 선박금융을 지원하는 국내 금융기관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실무자들이 국제적인 선박대출을 경험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죠. 외국 은행에서 나온 선박금융 서적도 핵심 내용은 밝히지 않아요. 자기네만의 영업 노하우이니까요.
앞으로 외국 은행과 국내 은행의 선박금융에 대한 지식의 갭이 더욱 커질 것은 뻔하죠. 현직에서 해운과 선박금융 업무를 실제 다루고 있는 전문가로서 개론 수준의 내용을 넘어 중급 수준의 해양금융 책자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현 팀장은 국내에서 선박금융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은행권에 선박금융 시스템을 갖추는 게 무엇보다 우선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국내에서 선박금융을 주도하고 있지만 선박금융 시장 확대를 위해서 좋은 모습은 아니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산업은행이 선박금융을 주도하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봐요. 선박금융은 규모가 크고 모두 외화로 이뤄지다보니 은행들이 함께 참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여러 은행들이 신디케이션을 하기 위해선 국내 금융계에서 선박금융의 저변이 확대돼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해운업에 관심을 갖는 금융기관이 많지 않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예요.”
국내 은행이 선박금융 주도토록 전문성 길러야
그는 국내 은행들이 선박금융을 직접 만들고 외국은행들을 끌어와 거래에 참여시키는 수준까지 전문성을 높여가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기 위해선 교과서 차원의 지식이 아니라 최근의 국제금융 시장에 부합하고 세계적인 금융기관, 법무법인 등과 소통이 가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해운업계의 요구를 금융권에서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에 전문 선박금융기관 설립이 논의되고 있다고도 말했다.
“국내은행만으로 대주단을 구성하고 외국계 은행이 만들어 놓은 대출에 발만 담그고 있을 수는 없어요. 이미 우리나라 선사와 기업들이 요구하는 수준은 그 이상입니다. 대출주선뿐만 아니라 대출주선자를 구성시키는 것을 포함해 사업을 함께 하는 금융자문까지도 요청하고 있는 실정이죠.”
현 팀장은 선박금융이 금융권의 수익을 내는 ‘캐시카우’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조선산업이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데다 해운도 세계 5위권의 경쟁력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독일 은행인 DVB는 선박금융이나 해양 금융이 주력사업입니다. 수익이 되니까 전문적으로 하고 있는 거죠. 국내 은행은 해운업이 호황이던 2007~2008년 경쟁적으로 대출을 해주다 리먼 사태 이후 큰 피해를 입었어요. 그 부실을 처리하다보니 선박금융에 대해선 쳐다보지도 못하고 있고요.
대부분의 은행들이 선박금융을 한 팀에서 맡고 있다보니 그런 겁니다. 산업은행은 선박금융팀은 프로덕트만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 사후관리는 영업부에서 하는 식으로 나뉘어져 있어서 부실이 나도 신규 프로덕트 구조화가 가능합니다.” <이경희 차장 khlee@ksg.co.kr>
▲ 현용석 팀장은…
1991년 산업은행에 입사해 국제금융부, 뉴욕지점, 프로젝트파이낸스실을 거쳐 현재 국제금융실 선박금융팀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한국금융연수원에서 선박금융 강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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