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01 11:46

한국해양大 폐지법 발의에 반발 확산

박희태 한국해양과학기술원법 대표발의…해양대·해양연구원·KMI 통폐합
한국해대 비대위 구성, 폐지반대 성명



한국해양대학교 폐교가 논의되고 있어 관련 기관의 큰 반발을 사고 있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지난달 28일 현직 의장으로는 57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녹색과학기술원법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법 등 2건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가운데 한국해양과학기술원법은 부산의 한국해양대학교와 이 지역으로 이전하는 해양연구원 해양수산개발원을 통합해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을 설립하고 고급인재양성을 위해 박사·석사·학사 학위 과정을 운영토록 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담고 있다. 여야 의원 20명이 법안 발의에 함께 참여한 이 법은 해양과학기술원의 설립과 운영을 위한 근거를 마련하고 기관 통합에 따르는 승계사항 등을 다루고 있다.

박 의장 측은 "한국 카이스트가 '과학입국'을 목표로 설립했다면,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세 전문기관의 통합을 계기로 바다를 통한 '세계 대진출'의 전략기지이자 세계적인 해양 클러스터의 중심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 의장은 법안 발의에 앞서 정부 측과 사전협의를 마친 상태다.

한국해양대학교는 이를 두고 통폐합 당사자의 의견을 단 한번도 수렴하지 않은 악법이라고 규정하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현 정부의 서울대학교 등 국립대학의 법인화 계획의 연장선상에서 해양대 폐지가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해양대학교 전체 교수회와 직장협의회 대학노조 총학생화 총동창회는 이튿날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설립법안 저지를 위한 한국해양대학교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즉각 구성하고 “한국해양대학교 폐교 강압 추진, 정부를 규탄한다”는 제하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비대위는 성명서에서 "이 법안은 90여년 동안 해양인재를 양성하며 한국 경제발전 견인차 역할을 담당해 온 한국해양대학교의 명예와 정체성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한국해양대학교 폐지를 전제로 하는 악법이므로 마땅히 폐기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대위는 "이 법안은 의원입법 발의과정에서 통상 실시하는 정책토론이나 공청회는 물론 관련 기관들의 의견청취 등 최소한의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졸속입법"이라고 주장했다.

또 "우리나라 해양과학기술 발전과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한 합목적성을 충분히 고려한 법안이라기보다 정부의 일방적 대학구조 조정의 성과와 특정 정치인들의 이익을 위해 급조된 설익은 법안"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비대위는 "법안을 밀어붙이며 반민주적 행태를 보이고 있는 교육과학기술부는 즉각 강압적인 정책 추진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법안 제정을 추진할 경우 강력한 투쟁으로 현 정권에게 교육 공공성 훼손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한 한국해양대학생은 "각지의 국립대학교에 불고 있는 법인화 바람을 한국해양대학교도 피해가지 못했다"며 "해양비즈니스클러스터 구축이라는 미명하에 법인화의 물꼬를 한국해양대학교에서 트게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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