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26 07:10
해운업계가 선박수 증가와 운임하락이라는 이중악재로 실적악화에 시달리는 가운데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하며 현금을 끌어 모으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이달 초 32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금리는 연 5~5.8%로, 하반기에 만기도래하는 3700억원대 회사채 상환에 이를 활용할 계획이다. 현대상선은 지난 2분기에 매출 1조8564억원, 영업손실 7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상반기 전체 영업손실 규모는 1055억원을 기록했다.
한진해운도 이달 초 2128억원대의 해외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CB는 주식으로 전환되는 사채여서 주식수 증가에 따른 주당이익 희석 우려로 주식시장에선 악재로 인식된다.
STX팬오션의 경우 지난달 수천억원대 유상증자설이 돌면서 주가가 요동쳤다. STX팬오션은 재무구조 개선과 시설투자 등을 위해 유상증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TX팬오션이 증자를 실시할 경우 규모는 2000억원대로 전망된다.
해운업계는 정작 현금이 부족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한진해운은 지난 1분기말 현재 유보현금이 800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2분기 운영자금을 제하고도 사채발행을 통해 1조원에 육박하는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상선도 사정은 비슷하다. 올 1분기말 현재 1조원 넘는 현금이 쌓여 있다.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확보한 현금이 쌓인 효과가 컸다. 여기에 최근 회사채를 추가로 발행하면서 유동성이 더 풍부해졌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해운사들이 현금유동성이 나쁘지 않은 데도 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시황악화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미리 현금을 확보해야 지금보다 어려운 시기를 버틸 수 있다고 판단한 것같다"고 해석했다.
업계에선 2007년을 정점으로 공격적으로 발주한 선박이 쏟아지면서 운임하락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운업계는 우선 자구책으로 노후선을 해체하고 있다. 해운관련 조사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 1분기에 세계적으로 해체된 선박은 196척, 860만DWT(재화중량톤수)로 집계됐다.
또다른 해운업계 관계자는 "최근 해운업계가 사채를 발행하는 건 글로벌 금융위기로 선박발주가 실종됐던 2009년 조선업계가 사채발행에 나선 것과 비슷한 현상"이라며 "해운업계의 불황이 이어질 것이란 방증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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