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14 12:00

판례/ 해상화물인도시기와 창고업자 및 선박대리점의 책임

金 炫 법무법인 세창 대표 변호사 (국토해양부 고문 변호사)
■ 대법원 2006년 12월21일 선고 2003다47362판결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주식회사 A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OO외 3인)
【피고, 상고인】 B선박 주식회사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화O 담당변호사 이OO)
【피고, 피상고인】 D하역협회 (소송대리인 변호사 조OO)
【원심판결】 부산고법 2003년 8월1일 선고 2002나9509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7.4자에 이어>

나. 평석

(1) 창고업자 및 선박대리점의 책임

해상운송화물을 하역해 보관하는 창고는 지정장치장과 보세장치장으로 구분할 수 있다. 지정장치장은 관세법상 세관장이 지정하는 지정보세구역에, 보세장치장은 세관장의 특허를 받은 특허보세구역에 해당되고 그 설치 절차나 장치 기간 등도 상이해 관세행정상으로는 서로 구별되는 장소이기는 하다.

그러나 지정장치장과 보세장치장은 모두 통관을 위해 물품을 장치하는 장소로서 관세법상 화물의 반입·반출절차가 다르지 않다.

또 운송인이나 선박대리점의 입항 및 하선신고에 의해 화물이 장치될 보세구역이 특정되는 등 해상운송화물의 보세구역 반입에 관한 관행과 지정장치장과 보세장치장의 실질적 기능 및 운영 실태를 고려하면, 해상화물운송에 관한 법률관계에서 지정장치장과 보세장치장의 법적 지위나 법률적 성질이 다르지 않다.

선하증권이 발행된 화물의 해상운송에 있어 운송인이나 선박대리점은 선하증권과 상환해 화물을 인도함으로써 그 의무의 이행을 다하는 것이다.

선하증권상의 통지처에 불과한 하역회사가 화물을 양하해 통관을 위해 지정장치장에 입고시켰다면, 운송인 등은 지정장치장 화물관리인을 통해 화물에 대한 지배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지정장치장 화물관리인으로서도 운송인 등으로부터 점유를 이전받은 것이므로, 결국 운송인 등과 지정장치장 화물관리인 사이에는 화물에 관해 묵시적인 임치계약관계가 성립한다.

따라서 지정장치장 화물관리인은 운송인 등의 지시에 따라서 임치물을 인도할 의무를 진다(대판 2004년 5월14일 2001다33918).

즉 보세창고업자가 운송인으로부터 수입화물을 인도받아 보관하는 경우, 운송인 등의 입장에서는 수입화물을 보세창고업자에게 인도하는 것만으로 화물이 운송인 등의 지배를 떠나 수하인에게 인도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보세창고업자를 통해 수입화물에 대한 지배(간접점유)를 계속하고 있다고 볼 수 있고 보세창고업자의 입장에서도 운송인 등으로부터 수입화물의 점유를 이전받는 바, 결국 묵시적으로 운송인 등이 보세창고업자에게 수입화물의 보관을 의뢰하는 임치라는 점유매개관계가 성립하는 것이다.

보세창고업자가 운송인의 지시가 없는 한 수입업자에게 운송물을 인도하지 않아야 할 의무는 운송인의 주의촉구나 그러한 내용의 약정에 의해 비로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임치계약에 의해 수치인인 창고업자에게 부과된 자기의 고유한 의무이다.

따라서 운송인의 국내대리점이 선하증권을 포함한 운송서류를 전혀 실수입업자나 수하인에게조차 교부하지 않았는데 화물이 무단반출된다는 것은 정상적인 업무처리방식에서 현저히 벗어난 것으로서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와 같은 불법적인 경우까지 운송인의 대리점이 모두 예상하고 창고업자에게 주의를 촉구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2) 대법원 판결의 평가

해상운송화물은 선하증권의 소지인에게 선하증권과 상환으로 인도돼야 하고 선하증권 없이 화물이 적법하게 반출될 수는 없다.

그리고 선하증권을 제출하지 못해 운송인 등으로부터 화물인도지시서를 발급받지 못한 화주에게 화물을 인도하면 그 화물이 무단 반출돼 선하증권의 소지인이 화물을 인도받지 못하게 될 수 있음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따라서 지정장치장 화물관리인이 화물인도지시서나 운송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화물을 인도해 그 화물이 무단으로 반출됐다면 그로 인해 선하증권의 소지인이 입은 손해에 대해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다.

따라서 본 사안에서, 운송인인등을 위해 화물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는 피고D는 선하증권이나 화물인도지시서와 상환함이 없이 선하증권상의 통지처에 불과한 화주에게 화물을 인도함으로써 선하증권의 소지인인 원고에게 손해를 입혔으므로 피고D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은 타당하다.

운송인으로부터 화물의 인도 업무를 위임받은 선박대리점이 선하증권 소지인이 아닌 자에게 화물을 인도한 경우에는 그 선박대리점이 선하증권 소지인에 대해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본 사안과 같이 화주의 의뢰를 받은 하역회사가 화물을 양하해 통관을 위해 지정장치장에 입고시킨 경우에는 선박대리점이 지정장치장 화물관리인을 통해 화물에 대한 지배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선박대리점이 선하증권의 소지인이 아닌 자에게 화물을 인도했다거나 화물을 무단반출의 위험이 현저한 장소에 보관시킨 것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그 후 지정장치장 화물관리인이 보관중이던 화물을 화주에게 무단 반출함으로써 화물이 멸실됐다고 하더라도 선박대리점의 중대한 과실에 의해 선하증권 소지인의 운송물에 대한 소유권이 침해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본 사안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화물이 이 사건 지정장치장으로 반입되는 것을 용인·방치했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B, C에게 선박대리점으로서의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대법원 판결은 타당하다.

다. 결론

본 사안은 화물의 인도시기와 관련된다. 우리 대법원은 자가보세장치장은 실화주(수입자)의 공장구내에 있고 관리도 수입자의 직원이 하므로 운송인이 아무런 통제권을 가지지 못하는 점에 착안해 현실적인 인도는 자가보세장치장에 입고하는 때에 이루어지고, 선하증권이 발행됐으나 이의 상환없이 입고된 경우에는 입고 당시에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본다(대판 1990년 2월13일, 88다카23735).

한편, 일반보세창고의 경우에는 창고에 입고한 다음에도 운송인은 여전히 화물을 지배관리하는 관계에 있으므로,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 창고로부터 수입자에 의해 무단반출될 당시에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본다(대판 2000년 11월14일, 2000다30950).

대법원은 지정장치장도 일반보세장치장과 동일하다고 보았고, 따라서 지정장치장에 입고된 경우에도 운송인의 선하증권과 상환해 운송물을 인도할 의무는 계속 존재하고 선박대리점은 선하증권과 상환할 의무를 아직 행사할 상황이 아니고 따라서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도 없게 된다.

결론적으로 본 건 대법원 판결은 기존 대법원 판례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불법행위의 당사자인 창고업자(피고 하역협회)에게 책임이 있고 선박대리점은 책임이 없다는 결론을 재확인한 것으로서 타당한 판결이며, 원심판결의 오류를 바로잡은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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