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30 13:37

판례/ 해상화물인도시기와 창고업자 및 선박대리점의 책임

金 炫 법무법인 세창 대표 변호사 (국토해양부 고문 변호사)
■ 대법원 2006년 12월21일 선고 2003다47362판결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주식회사 A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OO외 3인)
【피고, 상고인】 B선박 주식회사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화O 담당변호사 이OO)
【피고, 피상고인】 D하역협회 (소송대리인 변호사 조OO)
【원심판결】 부산고법 2003년 8월1일 선고 2002나9509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6.20자에 이어>

1. 문제의 제기

운송인의 선박대리점이 보세장치장과 유사한 성격의 지정장치장에 화물을 보관하는 경우 화주로부터 의뢰를 받아 지정장치장에서 화물을 관리하는 화물관리인이 선하증권의 소지인이 아닌 자에게 화물을 인도하는 등 무단반출을 하여 화물이 멸실된 경우도 운송인의 선박대리점이 무단반출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는 것인지 문제된다.

2. 대상판결에 대한 사실관계 및 원심판결의 요지

가. 사실관계 및 쟁점

원고는 은행으로서 수입자(주식회사 우림, 이하 ‘화주’)에게 신용장을 개설하여 준 자이고 피고B는 수출자(츄젠 쇼텐)와 운송을 계약은 맺은 자(샤마르 쉬핑)로부터 다시 선박대리점 계약을 맺은 자이고 피고C는 위 피고B로부터 화물의 인도 및 선하증권의 회수 업무를 수행하도록 위임 받은 자이다.

본 건 수입화물(이하 ‘본 건 화물’)이 국내의 하역항에 도착해 화주의 의뢰를 받은 하역회사에 의하여 하역돼 관세법상 지정장치장인 야적장(이하 ‘본 건 지정장치장’)에 반입됐고 피고D는 본 건 지정장치장의 화물 관리인으로서 본 건 화물을 관리하게 됐다.

화주는 세금 등을 납부해 통관절차를 마치고 수입물품반출신고를 한 다음 원고에게 반출통고 등을 함이 없이 본 건 화물을 반출해 처분하기에 이르렀고, 이에 선하증권의 소지인인 원고는 선박대리점들인 피고B, C 그리고 화물관리인은 피고D에 대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나. 원심판결의 요지

원심은, 선박대리점들에 대해 수입자가 선박으로부터 선하증권과 상환없이 화물을 하역, 운반해 지정장치장에 반입하는 것을 용인 방치한 잘못으로 선하증권 소지인의 화물에 대한 소유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판단해 책임을 인정했다.

한편, 화물관리인에 대해는 지정장치장을 둔 이유는 관세수입의 확보를 기함에 있고 수입화물의 인도나 소유자를 위한 보관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보관의 책임은 화주에게 있고 따라서 화물관리인이 그 곳에 반입된 화물을 운송인이나 소유자를 위해 보관하는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해 책임을 부정했다.

3.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가. 대법원 판결의 판시내용

대법원은 하급심에서 인정한 사실관계를 원용했으나 다음과 같이 판단을 달리했다.

(1) 지정장치장과 보세장치장은 모두 통관을 위해 물품을 장치하는 장소로서 구 관세법상으로도 화물의 반입·반출 절차가 다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운송인 또는 선박대리점의 입항 및 하선신고에 의해 화물이 장치될 보세구역이 특정되는 점 등 해상운송화물의 보세구역 반입에 관한 업무 관행과 항만 내 지정장치장과 보세장치장의 기능 및 운영 실태 등을 종합해 보면, 선하증권 등을 둘러싼 해상화물운송에 관한 사법적 법률관계에 있어서는 지정장치장과 보세장치장의 지위나 법률적 성질을 달리 볼 이유가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선하증권이 발행된 화물의 해상운송에 있어서 운송인 또는 그 선박대리점은 선하증권과 상환해 화물을 인도함으로써 그 의무의 이행을 다하는 것이므로 선하증권상의 통지처에 불과한 화주의 의뢰를 받은 하역회사가 화물을 양하해 통관을 위해 지정장치장에 입고시켰다면 화물이 운송인 등의 지배를 떠나 화주에게 인도된 것으로 볼 수는 없고,

운송인 등은 지정장치장 화물관리인을 통해 화물에 대한 지배를 계속하고 있고 지정장치장 화물관리인 입장에서도 운송인 등으로부터 점유를 이전받았다고 할 것이므로 결국 운송인 등과 지정장치장 화물관리인 사이에는 화물에 관해 묵시적인 임치계약관계가 성립하게 되며 지정장치장 화물관리인은 운송인 등의 지시에 따라서 임치물을 인도할 의무가 있게 된다(대법원 2004년 5월14일 선고 2001다33918 판결 등 참조).

그리고 해상운송화물은 선하증권과 상환으로 그 소지인에게 인도돼야 하고 선하증권 없이 화물이 적법하게 반출될 수는 없으므로 선하증권을 제출하지 못해 운송인 등으로부터 화물인도지시서를 발급받지 못한 화주에게 화물을 인도하면 그 화물이 무단 반출돼 선하증권 소지인이 화물을 인도받지 못하게 될 수 있음을 예견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지정장치장 화물관리인이 화물인도지시서나 운송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화물을 인도했다면 그로 말미암아 선하증권 소지인이 입은 손해에 대해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0년 11월14일. 선고 2000다30950 판결 등 참조).

한편, 운송인으로부터 화물의 인도 업무를 위임받은 선박대리점이 선하증권 소지인이 아닌 자에게 화물을 인도함으로써 멸실케 한 경우에는 선하증권 소지인에 대해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앞서와 같은 경위로 화물을 지정장치장에 입고시킨 경우에는 선박대리점은 지정장치장 화물관리인을 통해 화물에 대한 지배를 계속하고 있다고 할 것이어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선박대리점이 선하증권의 소지인이 아닌 자에게 화물을 인도한 것이라거나 선하증권의 소지인에게 인도돼야 할 화물을 무단반출의 위험이 현저한 장소에 보관시킨 것이라고 할 수는 없으므로 그 후 지정장치장 화물관리인이 보관 중이던 화물을 화주에게 무단 반출함으로써 화물이 멸실됐다고 하더라도 선박대리점의 중대한 과실에 의해 선하증권 소지인의 운송물에 대한 소유권이 침해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5년 1월27일. 선고 2004다12394 판결 등 참조).

(2)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한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화물은 마산항에 도착한 후 선하증권과 상환됨이 없이 화주인 우림의 의뢰를 받은 하역회사에 의해 하역돼 관세법상 지정장치장인 마산항 월영부두 야적장(이하 ‘이 사건 지정장치장’이라 한다)에 반입됐고 이 사건 지정장치장의 화물관리인인 피고 D하역협회(이하 ‘피고 D’라고 한다)는 선하증권 소지인인 원고나 운송인의 마산항 선박대리점인 피고 C해운에게 알리지 않은 채 화물에 대한 통관절차만 마치고 선하증권은 아직 회수하지 못한 우림에게 위 화물을 전부 반출해 줬음을 알 수 있는바,

앞서 본 법리에 따르면 선하증권의 상환 없이 이 사건 화물이 지정장치장에 반입된 이상 운송인 샤마르 쉬핑 등과 피고 D와 사이에는 화물에 관한 묵시적인 임치계약관계가 성립됐고, 따라서 피고 D는 운송인인 샤마르 쉬핑 등을 위해 위 화물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러한 지위에 있는 피고 D가 선하증권이나 화물인도지시서와 상환함이 없이 선하증권상의 통지처에 불과한 우림에게 화물을 인도함으로써 선하증권 소지인인 원고에게 손해를 입혔다면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할 것이고,

그 반면에 피고 B선박이나 피고 C해운은 샤마르 쉬핑의 선박대리점으로서 이 사건 지정장치장에 화물이 반입된 후에도 피고 D를 통해 이 사건 화물을 계속 지배하고 있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화물이 이 사건 지정장치장으로 반입되는 것을 용인·방치했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 B선박이나 피고 C해운에게 선박대리점으로서의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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