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23 10:41

이호영칼럼/ 요롱이가 병이야

이호영 함부르크항만청 한국대표

●●●‘요롱이’라면 우리 나이에는 못 알아들을 사람이 많을 것이다. 요는 허리 요(腰)자에 롱은 영어의 롱(long)이 합쳐진 복합어로서 ‘허리가 긴 사람’이라는 뜻이다. 시쳇말로 멋스런 체격인 ‘롱다리’라는 말의 반대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사촌쯤은 되는 말이다.

내가 젊었던 시대에서는 그저 키만 크면 별로 따지지 않았다. 키가 크다면 그냥 크면 됐지 다리가 기냐 짧으냐, 허리가 기냐 짧으냐는 문제 되지 않았다. 그런데 요즈음 젊은이들은 똑같이 키가 커도 다리가 길면 롱다리라며 찬사하지만 허리가 길면 요롱이로 칭하는데 이는 칭찬이 아니다.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 언제부터인가 나를 요롱이라고 부르며 “아빠가 롱다리라면 좋았을 텐데...” 하고 혀를 차는 것을 듣고 이 단어를 알게 됐다. 다행히 우리 시대에는 그런 개념이 없어서 우리 집사람도 내가 “나보다 키가 커서 좋았다”고 했다. 이처럼 키가 큰 덕에 좋은 사람대접까지 받으며 결혼 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요롱이라 손해 본 것 없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요롱이라서 손해 본 것이 많음을 알고 나도 놀랐다.

허리가 길면 앉은 키가 커서 뒷사람의 시야를 가리니 자연히 앉을 때 앉은 키를 줄이는 것이 어렸을 때부터 습관이 됐다. 그렇게 하려면 궁둥이를 의자 등받이에서 앞으로 떼어내고 고개를 숙여야 한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허리는 눕히고 등을 굽히는 결과가 된다.

이런 자세를 오래 하면 사람이 서 있을 때도 등을 굽히고 턱을 올리고 고개를 뒤로 제키는 자세를 취하게 된다. 보통 사람은 척추가 배 쪽으로 들어가 완만한 S자가 되는데 이런 자세로서는 척추의 S자가 아래쪽에서 펼쳐져서 척추에 과도한 체중을 받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앉을 때도 척추를 바로 세우지 않고 척추부분에 모든 체중을 걸게 되므로 허리디스크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이래서 나는 허리 수술을 두 번씩이나 받고 장애인 4급이 되니 그 전까지 잘 하던 운동도 잘 하지 않게 되고 당뇨에 운동부족이 됐다. 이렇게 된 주원인이 ‘요롱이’때문이었다고 단죄를 하고 보니 ‘요롱이’ 요놈의 죄가 크다고 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허리수술을 받으며 ‘자세가 허리의 건강에 중요하다’는 것을 진작부터 알게 돼 그 때부터 우리 아이들의 책상, 걸상은 키에 맞게 조절할 수 있는 것으로 바꿔줬다. 이렇게 아이들의 자세는 좋게 해 주려고 애를 쓴 결과 아이들은 자세가 바르게 잘 컸다. ‘나도 일찍부터 이런 것을 알아서 자세를 바르게 만들었다면 지금처럼 구부정한 자세가 되지 않아 건강도 남처럼 좋았을 것을...’ 하며 아쉬워하는 때가 종종 있다.

이제는 후회해도 미치지 못하니 요롱이든 롱다리든 손자들 세대의 바른 자세나 지켜주는 것이 우리 할아버지 세대가 어린 세대를 위해 해줄 일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유념해 본다. <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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