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07 14:30

기획/ 해운부대업 선진화, 해운강국 수성나선다

국내 해운부대업 낙후성 탈피 ‘화급’
국토해양부, 선박관리업·해운대리점 등 지원책 적극 강구

●●●우리나라는 총 선복량 기준 세계 5위의 해운강국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해운부대업 현황은 해운강국의 면모에 크게 못 미친다. 세계 해운강국들은 선박관리업, 선박금융 등 서비스업 중심의 부대사업이 해운산업을 지원사격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해운산업은 운항과 영업 분야에 비해 전반적인 부대사업 현황은 수치상 규모만 비대할 뿐, 해운선진국들에 비해 크게 뒤처진 상태다.

업계에서는 해운산업 발전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아직 체계화, 대형화되지 못한 부대사업에 대해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히고 있다.


선박관리업 육성 제도적 기반 다져

최근 해운업은 선박의 소유와 관리의 분리가 이뤄지고 있다. 선박의 소유와 영업을 제외한 모든 분야가 관리로 편입되고 있는 추세다. 선박관리업은 해상 운송인 등의 지속 가능한 경쟁력 창출과 우리나라 해운산업의 분업화와 전문화를 가능케 하고 해운관련 산업의 동반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돼 그 동안 꾸준히 관련 산업 육성이 제기된 바 있다. 국토부는 올해 중점적으로 선박관리업의 선진화 및 글로벌화 추진을 위한 육성에 나선다.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외화가득, 일자리 창출은 물론 선박관리업 선진 국가에 진입한다는 목표다.

국내 선박관리업은 대부분 2자 관리가 주를 이룬다. 대형 선사들이 자회사 설립을 통한 자사 선원선박관리와 선원 양성 등만을 담당하는 ‘인하우스 서비스’ 형태와 선원 송출입업과 기술적 선박관리만을 제공하는 ‘제한된 선박관리서비스’ 형태다. 이 같은 국내 선박관리업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과거에 통용되던 서비스 형태라고 입을 모았다. 세계적인 추세는 선원·선박관리, 선원양성, 보험 및 재무관리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독립적인 ‘쉽 매니지먼트’ 회사의 형태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말 기준 세계 1위의 선박관리회사인 맨섬 소재 V.SHIP사는 관리선박 규모만 1천척에 달하며, 관리선원은 2만4천명에 이른다. 또 전 세계에 70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관리선박과 선원의 규모는 각각 590척, 4789명에 그치고 있으며 별도의 해외 지점을 운영하는 업체도 전무한 실정이다.

업체 대형화와 3자 위탁관리 비율에서도 세계적인 추세에 크게 뒤처져 있다. 2009년말 기준, 5척 이상 선박관리를 하고 있는 국내 업체 수는 39개로 세계 1위인 싱가포르의 106개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총 등록 업체수는 429개지만 그 중 390개의 업체가 5척 미만의 선박을 관리하고 있는 영세한 업체란 증거다. 3자 위탁관리 비율에서도 싱가포르가 절반을 넘어선 53%를 기록한데 비해 우리나라는 단 12.5%만을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선박관리업 현황이 세계적인 수준과 거리가 있다는 사실을 가늠케하는 수치다.

선박관리업체를 자회사로 둔 선사의 한 관계자는 “싱가포르, 홍콩, 독일 등은 이미 선진화되고 대형화된 선박관리업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선원송출회사만 오래됐을 뿐 세계적인 추세에 뒤처진 게 사실”이라며, “현재처럼 영세한 업체들의 난립은 전반적인 선박관리업계 발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부문의 선박관리 전문가들은 국내에도 있지만 화학선과 같은 특수 선종 전문가들은 상당히 적은 편이기 때문에 정부차원에서 이 같은 전문성을 보유한 전문가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선사의 관계자는 “선박관리업 자체를 놓고 보면 해운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면서 “국내 선박관리업이 글로벌화된다면 수익성도 높지만 국내 해운산업에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의 선박관리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에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그러나 2자 관리 중심의 시장환경은 글로벌화를 막고 있는 장애물이다. 선박관리업체 관계자들은 외국적선을 유치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의 부재가 세계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선박관리업은 연간 10% 이상의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돼 해외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지만 정부차원의 지원이 미비해 독자적인 사업으로 발전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고용창출효과 등의 파급효과가 막대해 각국 정부가 적극 육성 중인 부대사업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한나라당 현기환의원 외 11명의 의원은 지난달 2일 공동발의를 통해 ‘선박관리산업발전법안’을 입법했다.

현 의원의 정책비서관을 맡고 있는 김성수 비서관은 “선박관리전문가(SI) 육성 등의 기초적인 부분부터 인증제를 비롯한 제도까지 국가에서 중점적으로 육성,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안”이라고 밝히며 “우수업체 인증제가 일종의 규격으로 자리잡는다면 외국적선사들을 타깃으로 홍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비서관은 이번 법안이 시행돼 선박관리업이 안정 궤도에 안착하게 될 2020년에는 우리나라 업체들이 총 4,835척 가량을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생산유발효과는 10조6천억원, 부가가치효과는 4조6천억원에 이르며 10만769명의 고용창출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선박보험, 선용품, 선박수리, 관광업 등의 발전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선박관리업을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지정한 바 있다.

국내 선박관리업체의 확대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시점에서 인접국인 일본과 중국은 각각 비용문제와 관리업계 인원 부족으로 우리나라의 선박관리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과 중국의 선박들에 대한 관리 권한을 국내 업체들이 획득하는 등 선박관리업의 글로벌화를 꾀할 수 있다면 해운산업에 또 다른 수익 창출원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선박관리업체들의 해외진출 지원을 위해 세제·금융 지원 등의 재무적 지원 뿐만 아니라, 해외시장 개척 지원 등의 기업활동 지원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신설 제도, 부대업에 ‘햇살’

국제해운대리점업의 등록갱신제도 도입도 해운부대업 활성화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주요 이슈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국제해운대리점은 2010년 기준 1,239개의 업체가 국토부에 등록된 상태인데 반해 실제로 운영되고 있는 업체의 수는 파악이 되지 않는 실정이다. 현재 세계 20대 정기선사 중 국내 현지법인을 설립하지 않은 선사는 MOL, 함부르크 수드, UASC 등 단 3곳에 불과하다. 세계적으로 현지법인화 설립 추세에 국내 대리점 업계도 갈수록 위축돼가고 있다.


지난 1999년 10월8일 해운관련사업 등록기준 변경 과정에서 국제해운대리점은 ‘해무사 1인 이상 필수 고용’ 조항과 자본금 조항이 사라지며, 1차적으로 등록 규제가 완화됐다. 이어 2001년 12월5일부터는 ‘상법상의 주식회사’라는 규정 대신 ‘상법상의 회사’라는 규정으로 바뀌었고, 계약 상대방인 외국인 운송사업자를 국토해양부장관이 인정해야 한다는 조항도 함께 사라지며 2차적인 등록 규제 완화를 지금까지 이어오게 됐다. 등록 기준의 완화는 등록 업체수의 기하급수적인 증가를 일으켰다. 이 같은 국제해운대리점업체의 난립은 일부 부정기선업체의 대리점수수료 덤핑을 촉발해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요소로 작용했다.

국제해운대리점협회는 업계 사후관리 강화를 지속적으로 정부에 건의해왔으며 국토부는 ‘등록갱신제’ 도입을 통해 부대업 지원에 나선다. 등록갱신제는 이미 다른 업종에서도 시행되고 있는 제도다. 보세운송사업자(3년 주기), 공인회계사(5년 주기), 관세사(5년 주기) 등은 갱신 주기에 맞춰 등록을 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처럼 해운대리점업계에 등록갱신제를 도입함으로써 현재 파악이 되지 않고 있는 업체들의 현황을 재정비하고 시장질서를 재정립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1,200여개 업체에 업계 관련 설문을 보냈으나 회신이 온 것은 150건에 불과하다”면서 “현재 2년과 3년 주기의 갱신 주기 확정 등을 비롯, 각종 세부 안건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등록갱신제 도입은 현재 방치 중인 등록업체 현황을 법으로 명시해 직접 파악하겠다는 의도와 해당 업무를 국제해운대리점협회에 위탁시켜 협회의 위상 제고를 시현하겠다는 국토부의 의중이 담겨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해운업계엔 등록갱신제를 두고 상반된 입장이 공존한다. 등록갱신제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입장과 관심을 보이며 지켜보겠다는 입장이 그것이다. 홍보 부족도 있지만 그 동안 유명무실했던 지원책이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대리점업체 관계자는 “등록갱신도 일종의 재등록”이라면서도 “갱신이 이뤄지면 업계 현황 파악이 가능해져 관련 자료 수합 등이 업무와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제대리점협회는 최근 예선료를 포함, 현장 편의 시설 확충 등에 대한 개선 협조를 부산항만공사와 법무출입국관리사무소 등 유관단체 등에 요청한 바 있다.


해운중개업 우수업체 인증제 도입 약될까

또 다른 해운부대업인 해운중개업도 등록갱신제 도입을 앞두고 있다. 국제해운대리점과 마찬가지로 효율적인 업계 현황 파악을 위해서다. 또 우수업체 지원을 위한 ‘우수업체 인증제’ 도입도 앞두고 있다. 우수업체 인증제는 한국능률협회에서 실시하고 있는 ‘ISO인증’과 같은 맥락의 제도다.

해운중개시장은 전반적으로 ‘인맥 장사’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유럽 중심으로 발전해온 해운용선시장은 갈수록 한국을 비롯, 동아시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어 잠재력은 무궁무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토부에 등록된 해운중계업체의 숫자는 작년 기준 980개다. 등록기준은 과거와 큰 변화가 없지만 자본금 없이 ‘상법상 주식회사’라는 요건만 충족하면 등록이 가능해 업체 숫자는 사실상 허수에 불과하다. 현재 순수 중개회사는 약 160개 정도로 추정되고 있어 등록갱신제의 도입이 시급하다는 업계의 요청이 그동안 지속됐다.

한편 이번에 도입될 우수업체 인증제도는 외국업체와의 경쟁력 제고를 비롯, 업체의 가치 상승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물류업계와 달리 해운중개업계는 상대적으로 작은 투자로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분야로 해운선진국으로 도약하는데 있어 큰 보탬이 되는 부대사업”이라면서 “인증을 받은 업체들에 대해 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인증제 도입기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인증 기준 선정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지난 5일 국내 해운중계업체 실무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를 갖기도 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부대사업은 해운 본연의 사업에 비해 그 동안 가려져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지원과 육성을 통해 해운산업의 이윤 창출은 물론 국가 해운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는 사업”이라면서 “국토부의 부대사업 관련 육성 지원책이 해운강국의 입지를 돈독히 하는 기틀이 되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어 “문서로만 존재하고 실효성이 없는 옥상옥 정책이 되지 않길 바란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황태영 기자 tyhwang@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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