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3-10 16:57

벙커C유 대체 선박, 어디까지 왔나

높은 유가에 해운사들 휘청…LNG 추진선박 대안될까
●●●싱가포르항에서 판매되고 있는 벙커C유(IFO 380) 가격이 지난 7일 t당 630달러를 기록했다. 두바이유와 브렌트유가 고점을 기록한 지난달 24일엔 t당 664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1월1일 t당 510달러선을 유지했던 벙커C유의 가격이 리비아사태로 인해 폭등한 것이다.

각종 언론매체와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유가 상승이 해운사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적지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이 같은 돌발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많은 해운사들이 올해 경영전략을 수정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특히 이미 조선사들에 발주했던 선박들의 인도시기를 늦추거나 계약을 파기하는 등의 사례가 올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이에 발맞춰 국내 조선사들은 기존 벙커C유를 대체할 수 있는 연료로 운항이 가능한 선박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특히 이 같은 대체 연료 선박들은 친환경을 모토로 삼고 있기 때문에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 실정이지만, 가까운 시기에 이 같은 선박을 실용화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가장 실현 가능성을 높게 인정하고 있는 대체연료 선박에는 ‘액화천연가스(LNG)추진 선박’이 있다. 지난 1월16일 한국가스공사는 국내 3대 조선사와 LNG 추진선박에 대한 벙커링 시스템의 연구와 사업 상호 협력을 골자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STX유럽 산하 STX OSV가 작년에 건조한 LNG 추진 방식의 해양작업지원선(PSV)

LNG는 올해 수송용 기준 1t당 740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LNG의 가격은 벙커C유의 가격을 상회하지만, 열 효율 측면에서 본다면 LNG는 벙커C유에 비해 저렴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국가스안전공사에 따르면 벙커C유는 1리터당 9,900㎉의 열효율을 내는 반면, LNG는 1리터당 1만3천㎉의 열효율을 낸다. t으로 환산해보면 벙커C유와 LNG는 1t당 각각 1042만1천㎉와 2850만9천㎉의 열효율을 내는 것으로 나타나 LNG의 열효율이 압도적이란 사실을 알 수 있다. 한국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유가 상승에 따라 LNG 가격도 동반 상승하지만, 유가 상승이 지속될 경우 정부 차원에서 가격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밝혀 LNG의 경제성을 뒷받침했다.

LNG는 액화과정에서 분진, 황, 질소 등이 제거돼 연소시 공해물질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공기보다 가벼워 누출시 쉽게 승화되고 발화온도도 높아 안전한 에너지로 알려져있다.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안정적인 매장량을 보이고 있어 수급도 원활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LNG 추진선박은 기존 석유계 연료에 비해 질소산화물은 90% 이상, 온실가스도 20% 이상 감축할 수 있어 북유럽을 중심으로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조선업계는 LNG 추진선박이 향후 5년 이내에 매년 10척 이상, 5년 후에는 매년 100척 가량이 건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현재 LNG 추진선박에 대한 문의가 많이 들어오는 편이며 올해 내에는 관련 소식을 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LNG 추진선박의 가장 문제점은 항만 인프라”라고 밝히며 “LNG를 충전할 수 있는 항만이 필요하지만, 이 같은 항만 인프라는 조선사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각 국가의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한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해 실용화에 제한이 따를 수 있다는 점을 내비쳤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09년 국내 최초로 LNG 추진 여객선을 개발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LNG 추진 선박 다음으로 조선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원자력추진 선박’이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군사용으로 핵잠수함이나 핵 추진 항공모함은 미 해군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상업용 목적으로 사용된 원자력추진 상선도 이미 지난 1962년 개발된 사례가 있다.

세계 최초로 상업적 목적으로 건조된 원자력추진 상선인 <서배너>호

당시 시애틀 세계전시회에서 소개된 <서배너>호는 원자력에너지의 효용성을 보이기 위해 제작된 선박이다. <서배너>호는 전세계에 핵에너지가 평화적인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건조된 원자력추진 상선으로 길이 181m, 폭 23.8m에 21노트의 속도로 운항하는 선박이다. 냉전시기에 미국과 핵 경쟁을 하던 구 소련(러시아)도 핵에너지를 군사적 목적이 아닌 상업용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빙해지역이 많은 러시아에는 얼음을 깨고 전진할 수 있는 강한 추진력의 쇄빙선이 필요해 강한 추진력을 발생시킬 수 있는 원자력에너지를 사용하는 쇄빙선이 운항 중이다.

그러나 이 같은 원자력추진 선박은 실용화하는데 소요되는 개발비와 기본설비 비용이 문제점으로 드러나고 있다. STX조선 관계자는 “유가가 높은 상황이지만 원자력을 이용하는데 쓰이는 설비 등에 드는 비용이 그에 비해 더 경제적일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특히 “실현이 된다해도 원자력을 연료로 쓰는 선박에 대해 어느 나라, 어느 항만에서 입항을 허용할 지도 의문이고 사고시 방사능 유출 등의 문제와 정치적인 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있다”고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는 가장 실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진 신재생에너지 이용 선박이 있다. 친환경의 대표주자인 ‘신재생에너지’ 분야에는 현재 국내 대형 조선사들 흔히 빅4라고 일컬어지는 조선사들이 사업에 뛰어든 상태로 풍력에너지와 태양광에너지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풍력과 태양광을 이용한 선박 운항은 현재 기술로써는 실현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초로 일본 해운사인 니혼유센과 니혼오일이 지난 2008년 건조한 태양광선박으로 선박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0.2%인 40k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지난 2009년 미국의 드윈드사를 인수해 풍력사업을 진행 중에 있는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현재 풍력이나 태양광을 활용해 선박에서 얻을 수 있는 전력의 양은 대단히 미미하다”며 “선실의 불을 켜는 정도의 전력을 얻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특히 태양광으로 얻을 수 있는 전력의 수준은 전체 운항 중에 필요한 에너지 소비량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해 실소를 자아냈다.

한편 업계 관계자는 “고속 운항에서는 벙커C유를, 저속 운항에서는 연료전지를 이용하는 식의 하이브리드 선박에 대한 논의도 현재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황태영 기자 tyhwang@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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