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선박펀드 시장 회복세 이어질 것
선박금융은행·운용사 상생 모델 만들어야
●●● 내년 1월 만 여섯 살이 되는 세계로선박금융은 비록 후발주자임에도 올해 다른 경쟁사들보다 가장 앞서는 실적을 일궈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올해 민간 선박운용사들이 인가받은 9개의 선박펀드 중 4개가 세계로선박금융의 작품이다. 박동호 대표이사는 금융위기 이후 바뀐 시장환경과 고객 니즈에 맞춰 상품을 개발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올해부터 선박운용회사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박 대표는 내년에도 해운시장 침체 전망과 달리 선박펀드시장은 회복세를 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전통적인 채권형 보다는 실적형 펀드 수요가 확대될 것이란 예상이다. 그는 선박펀드가 해운회사의 단순 선박자금조달 역할만을 하던 것에서 벗어나 투자자가 선박투자와 운용까지 직접 참여토록 한 실적형 펀드의 확대는 선박펀드의 진화와 발전을 위한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선박펀드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조건으로 운용사들의 기능과 역할의 다각화와 규모 확대를 꼽았다. 고객 니즈에 부합하는 서비스와 상품 개발에 노력하고 규모를 키워 눈을 외국시장으로 돌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개인투자자에게 지원되고 있는 세제혜택을 기관투자자와 해운 선사에까지 확대하는 정책 도입도 선박펀드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박대표는 지적했다. 다음은 박 대표와의 일문일답.
Question. 지난해 부진했던 선박펀드가 올해 들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는데?
“2008년 9월 불거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해운·금융의 동반침체가 심각했다. 지난해는 해운회사나 조선소, 선박금융 관련업체 모두 크게 고전한 한 해였다. 선박펀드 운영업계도 사업실적이 부진했다. 정부구조조정 펀드가 18개나 나왔지만 민간에선 한국선박운용이 출시한 해양경비정과 저희 회사가 출시한 소형 벌크선 2개가 전부였다.
올해도 여전히 어려웠지만 해외 선박전문은행을 중심으로 국내외 우량 해운회사를 대상으로 한 신규 선박금융이 활발히 이뤄졌다. 선박투자측면에선 해운시황 침체로 낮아진 선가를 이점으로 한 ‘실적형’ 또는 채권형에 일부 실적형을 반영한 ‘혼합형’ 펀드가 출시됐으며 올 한해 국내 4개 민간 선박운용회사가 모두 9개 선박펀드 인가를 받았다. 이 가운데 6개가 출시를 마쳤고 3개가 출시를 준비 중이다.”
Question. 올 한해 선박펀드 인가실적이 우수한 것으로 안다. 비결이 있다면?
“금융위기 이후 시장환경과 고객의 니즈(요구)가 변했다. 해운, 조선 호황기가 마감되고 침체기가 오면서 찾아온 자연스런 변화다. 작년 초부터 새로운 시장환경, 고객 니즈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 개발을 준비해왔다. 가시적인 성과가 2009년 말 (금융위기 이후) 최초의 민간선박펀드(바다로 13호 -편집자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선 현재까지 4개의 선박 펀드를 인가받아 3개를 출시했고 1개 펀드를 출시 준비 중이다. 현대상선 18만t 신조벌크선 1척씩 2개 펀드, STX팬오션 3만7천t 신조벌크선 2척 1개 펀드가 출시됐다. 준비 중인 건 외국 메이저 용선주향(向) 8만2천t급 신조벌크선 4척으로, TC(기간용선) 기반의 실적형 펀드다.”
Question. 내년 시황은 올해보다 다소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선박펀드 시장은 어떻게 전망하나?
“내년 해운시황은 섹터별로 차이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컨테이너부문은 내년에도 수급이 긍정적이라 호전될 걸로 보인다. 반면, 대량의 신조선 인도가 지속되는 벌크선과 석유 소비증가 둔화로 침체된 탱커는 수급악화로 다소 침체된 시황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선박금융과 펀드 시장은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선사 부실 등의 이유로 망가졌던 시스템이 2년여에 걸쳐 시황이 안정되면서 회복 단계에 접어들었다. 선박금융 여건과 환경은 다소 호전될 것으로 본다. 선박펀드 시장은 채권형 보다는 실적형 펀드에 대한 시장 수요가 증대되면서 내년엔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Question. 초기 채권형이던 선박펀드가 실적형으로 변화하고 있다. 선박펀드시장에 긍정적으로 보나?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선박펀드시장 초기에는 BBCHP(소유권이전부 나용선)의 채권형이 주종을 이뤘다가 금융위기 이후엔 채권형에 수익을 배분하는 실적형을 가미한 혼합형이 개발돼 출시됐다. 저희 회사가 출시한 바다로 14~16호 3건 4척이 이런 형태다. 올해엔 순수 실적형인 단순 BBC(나용선)나 TC 기반의 펀드가 많이 출시됐다.
실적형 펀드는 투자자가 선박의 실제 소유주가 돼서 일정기간 용선을 줘 운용하고, 용선 만기시 선박을 매각해 자본 차익을 추구한다. 선박펀드가 단순히 해운회사의 선박자금조달 역할만 하던 것에서 벗어나 투자자가 선박투자와 운용을 행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선박펀드의 진화와 발전을 위한 당연한 수순이다. 우리나라보다 선박펀드제도를 먼저 정착시킨 독일의 KG펀드나 노르웨이의 KS펀드, 후발 경쟁국인 싱가포르의 선박펀드 모두 실적형 펀드 제도다.
저(低)선가 이점이 큰 해운 침체기에 실적형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 호황기에 고가의 선박을 매입했다가 해운경기가 하락하면 저가에 선박을 매각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침체기에 저선가로 선박을 매입해서 호황기에 고가에 선박을 매각해 차익을 향유하는 선순환 구조로 돌릴 수 있는 것이 실적형이라 생각한다.”
Question. 부산에 선박금융은행 설립이 진행 중이다. 선박펀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나?
“선박금융 전문은행 설립은 선박금융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 해운산업은 대규모 자본 투자가 요구되기 때문에 선박금융은 해운 산업 발전을 위한 필수 연관 산업이자 선결조건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선박금융 수준은 국제수준에 비해 상당히 미흡하다. 과거 외환위기 때도 그랬듯 호황기엔 선박금융이 활성화되다가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빠르게 굳어버린다. 투자 적기인 현재 저선가 이점을 보고 선박을 발주하고 싶어도 국내은행권의 대응이 잘 안된다. 선진 금융기관과 비교해 뒤떨어지는 거다. 참고로 우리도 올해 외국은행들과 거래했다. 최근 부산시와 선주협회, 한국선박금융(KOMARF)이 선박금융 전문기관 설립 작업에 들어간 건 의미가 크다. 실제 성사되기까지 난제가 있겠지만 잘 풀어나가길 바란다. 선박금융 전문은행의 설립이 선박펀드 영업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냐는 양 기관의 협조관계와 협력 체계에 달려 있다고 본다. 선박금융 전문은행이 경쟁적인 선순위 금융을 제공하고 선박운용회사가 이를 활용해 선박펀드를 조성하는 식의 공동사업을 진행한다면 상호 윈윈하겠지만 은행이 펀드 없이 독자적으로 사업을 한다면 오히려 (선박펀드 활성화에) 방해가 될 거다.”
Question. 선박운용회사협의회 회장으로서 선박펀드 시장 발전을 위한 견해가 있다면?
“금년과 내년은 여태까지 금융위기로 망가졌던 실적을 정상화시키는 단계다. 최우선 당면 과제가 침체를 벗어나 신규 펀드 출시를 개선해서 당기실적을 올리고 세계 금융 위기 이후 바뀐 어려운 선박금융 시장 환경 하에서 생존과 성장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거다.
우선 변화된 시장과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는 서비스와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 운용회사의 기능과 역할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으며 규모가 대형화되고 국제화도 이뤄져야 한다. 국내 회사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건 한계가 있기 때문에 외국 대형 용선주나 선주들과도 거래를 해 나가야 한다.
선박펀드 회사 공동으로는 선박투자회사법 제도를 활성화해 업계 전체의 환경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와 함께 선박투자회사법 개선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Question. 관계 당국 및 업계에 당부하실 말씀은?
“현재 선박투자회사법 제도 개선을 위해 국토해양부에서 많은 지원과 협조를 해주고 있다. 구체적으로 현행 개인투자자에 대한 저율과세(5%)와 일몰시한(2010년 말)을 연장하고 기타 경쟁력 제고를 위한 법 조항의 개정 작업을 추진하여 (개정 법령이) 지난 12월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과세 특례가 3년간 연장됐다. 추가로 개인투자자에겐 과세특례가 있는데 기관투자자와 펀드를 활용하는 국내 해운선사에는 인센티브가 없다. 이들에게도 세제와 지원 인센티브를 부여해서 선박펀드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지원해 주길 부탁 드린다. 경쟁국인 싱가포르는 선박펀드를 이용해서 선박을 구입할 경우 그 선박의 수명기간동안 조세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Question. 향후 계획은?
“우선 현재 우리가 추진 중인 외국 메이저 용선주향 실적형 펀드를 조속히 마무리해서 출시될 수 있도록 하겠다. 또 시장상황과 고객 니즈가 변하기 때문에 그걸 감안한 펀드상품을 적기개발해서 공급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단기적으로는 실적을 제고하는 한편 회사의 중장기 성장을 위한 경쟁력 제고와 수익기반 마련에 매진할 계획이다. 실적형이 수익기반에 유리하다.
(회사) 규모를 키워서 우리가 (출시하는) 펀드에 일부를 투자한다면 투자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데다 우리가 확신하고 있는 사업에 대한 투자 수익도 향유할 수 있을 거다. 그런 것들이 이뤄진다면 중장기적으로 수익을 확충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구축될 것으로 본다.”
<이경희 차장 khlee@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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