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09 18:29

동춘항운 실적악화에 항로 파행운영

속초 취항 줄이고 일본 들러 중고차 수송
속초와 러시아 자루비노 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백두산항로를 운항하고 있는 동춘항운이 실적악화로 적자가 누적되자 항로를 파행 운영해 논란을 빚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동춘항운은 이달 들어 속초항을 매주 기항에서 격주 기항으로 전환하는 한편 일본 후시키항 서비스를 새롭게 추가했다.

동춘항운은 주2~3항차로 속초항을 들르는 기존 노선과 일본 후시키항을 들러 러시아행 중고자동차를 블라디보스토크항으로 수송하는 새로운 노선을 한 주씩 번갈아 가면서 운항 중이다. 동춘항운은 지난달 29일 국토해양부로부터 이 같은 내용의 운항계획을 승인받았으며 연말까지 바뀐 운항일정으로 서비스할 예정이다.

동춘항운은 최근 실적 부진으로 적자 폭이 확대되자 이 같은 변칙적인 항로 운영을 선택한 것으로 파악된다. 동춘항운은 올해 들어 다른 한·중 카훼리선사들이 두 자릿수의 높은 실적 상승을 기록하며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를 깨끗이 털어낸 것과는 대조적으로 여전히 극심한 실적난에 허덕이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동춘항운의 화물 수송실적은 1760TEU를 기록, 1년 전에 비해 23%나 뒷걸음질 친 것으로 집계됐다. 월 평균 220TEU를 수송한 것으로, 120TEU 수송능력의 뉴동춘호가 주3항차로 속초항을 취항해 온 것에 미뤄 항차당 소석률(선복 대비 화물선적률)은 10%를 넘지 못하는 셈이다. 여객 실적도 1만7700명으로 5% 감소했다.

2007년까지 7700TEU에 이르던 동춘항운의 연간 물동량은 금융위기가 발발한 2008년 3300TEU로 반토막난데 이어 지난해에도 3900TEU에 머물렀다. 올해 실적도 목표치인 5천TEU에 한참 못미치는 3천TEU 안팎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때를 같이해 승무원들이 수개월째 밀린 임금을 이유로 출항을 거부하는 사태까지 빚어져 항로 중단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뉴동춘호 승무원들은 지난달 22일 임금 체불에 항의해 밤 늦게까지 출항을 거부한 채 농성을 벌였으며, 정부당국의 설득으로 선박은 이날 늦게 가까스로 속초항을 떠날 수 있었다. 같은 달 16일 승무원 28명 명의로 동해지방해양항만청 속초해양사무소에 체불 임금 조기해결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한 뒤에도 문제 해결의 기미가 안보이자 단체행동에 나선 것이다.

동춘항운은 부랴부랴 밀린 임금을 수 차례에 걸쳐 분산 지급하기로 승무원들과 합의했으나 항로 여건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합의사항이 잘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현재 동춘항운이 승무원들에게 지불하지 못한 임금은 약 5억7천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여객선을 이용하는 소무역상들은 발만 구르고 있는 입장이다. 매주 중국을 오가며 무역을 벌여 왔지만 격주 취항으로 바뀌면서 사업에 타격을 받게 된 까닭이다.

동춘항운 관계자는 "(서비스 변경으로) 말이 많이 나왔지만 적자가 쌓이다 보니 어쩔수 없이 취한 타개책이었다"며 "일본에서 한 항차당 100대 이상씩 꾸준히 자동차를 실어 나르고 있다"고 말했다.

항로 한 관계자는 "이용객들은 불편을 초래한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항로가 중단되게 생긴 상황에서 어떻게든 수익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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