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항만 성격 달라…글로벌 항만 경쟁력에 초점
말라카 해협 해적 퇴치에 한국과 협력
싱가포르 람이영 해사항만청장은 올해 중국 상하이항이 싱가포르항을 추월할 것이란 전망에 대해 “순위에 연연하기보다 항만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항만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한국과 해사안전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 위해 지난 23일 방한한 람 청장은 한국 해운물류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싱가포르항은 환적항만으로 컨테이너 화물의 80퍼센트가 환적화물인 반면 상하이항은 중국의 수출입화물을 대부분 처리하고 있으며 환적화물 비중은 매우 낮은 편”이라고 두 항만간의 성격을 설명한 뒤 이렇게 말했다.
그는 “상하이항은 중국의 탄탄한 제조업 성장세와 중국의 세계 교역 증가를 고려할 때 성장세는 계속될 것”이라며 “올해 상하이항이 싱가포르항을 앞지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싱가포르항은 2년 전에도 상하이항에 추월당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지만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불거진 세계적인 경제침체로 무역량이 크게 감소하면서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림 청장은 싱가포르항이 세계 최대 선박연료유 공급항으로 성장한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싱가포르항은 올 상반기에만 2천만t의 선박 연료유를 판매해 연간 실적에서 지난해 3600만t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동서양의 교차 지역에 위치한 지리적인 특성으로 싱가포르항은 세계 120개국 600여개 항만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며 “세계 무역의 3분의 1, 원유수송의 절반가량이 싱가포르가 위치한 말라카해협을 지나고 있다”고 말했다.
람 청장은 또 싱가포르항의 경쟁력 강화 전략으로 진행하고 있는 항만개발 정책과 국제해운센터구축 등에 대해 소개했다. 람 청장에 따르면 싱가포르 정부는 해운불황기였던 지난해 파시르판장터미널을 확대해 항만처리능력을 4천만TEU까지 확대했으며, 500만달러의 혁신기술펀드를 조성해 항만운영 IT시스템 개발 온실가스감축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또 운항선사 해운대리점 선박중개인 해상법변호사 선박금융 해사중재 등 5천 곳 이상의 해운물류기업이 입주하는 국제해운센터를 조성하고 있다.
람 청장은 “해운업은 싱가포르 GDP(국내총생산)의 7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중요한 성장동력”이라며 “싱가포르 정부와 해사당국은 기업설립과 경영이 용이하도록 친기업적인 정책을 쓰고 있으며 항만간 통신 등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구축하는 데에도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말라카 해협에 출몰하고 있는 해적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람 청장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와 협력해 3국 공동 해양순찰 등의 해적퇴치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태국이 포함된 4개국과 ‘아이 인 더 스카이’(Eye in the Sky)라는 프로그램을 도입해 공중감시를 실시하기로 했다”며 “그 결과 말라카 해협의 해적공격은 발생 건수가 줄어들었으며 그 강도도 약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해적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과 싱가포르가 주축이 돼 해사안전상설기구를 설립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국제적 협력의 틀에서 한국과 싱가포르가 협력을 강화해나가야 한다는 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두 나라가 해사문제에 대한 다른 국가들의 참여를 이끌어 낸 것이 16개국이 가입한 ReCAAP(아시아해적퇴치협정)다”고 말했다. 덧붙여 “한국은 말라카 해협의 주요 이용국가로 해적퇴치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며 “이 자리를 빌어 해적퇴치를 위한 한국의 지원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