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19 17:55

KSG에세이/ 무늬만 海技士 평생을 짝퉁으로 살며 얻은 벼슬 “해운계 甘草”(11)

서대남 편집위원
G-5 海運韓國을 돌이켜 보는 추억과 回想의 旅路 - (11)

또제3의 허들경기? 재는 넘을수록 높고 강은 건널수록 깊다고 했던가?

영문도 모르는 영문과 출신이 경제도 모르며 경제신문 기자직을 어렵사리 운좋게 해 낸 것 까지는 행운이었고 얼떨결에 해운중심단체 선주협회의 조사부장까지는 정보나 뉴스 제작보급에 홍보업무라 그렇다손 치더라도 해양계 출신도 아니며 승선경험도 없이 해무부장을 하는 압박과 설움, 그 질곡속에서 벼라별 짓을 다하고 배까지 타가며 자리를 잡으려고 죽을 고생을 했건만 겨우 3년 6개월만에 국제부장으로 또 뺑뺑이를 돌리는게 아닌가.

선사 경험도 많고 영문도 제대로 아는 서울대 영문과 출신 K부장이 현대그룹관련 S예선으로 스카웃 돼 가는 바람에 83년 9월1일자로 기동타격대 또는 스페어 예비부품으로 삼고 죠커나 와일드카드로 활용코져 필자를 국제부장으로 가라는 최재수전무의 분부를 거역할 재간은없었다.

하긴 호박에다 줄 긋고 수박행세를 하며 해무부장도 했는데 마른 땅에서 하는일 뭔 짓인들 못하랴 싶어 어느 부서를 가나 헤매기는 마찬가지 일테니 죽기 아니면 까무라치기로 독한 맘 먹고 심기일전하여 단단히 각오하고 돌격정신으로 마음속 붉은 머리띠를 동여맸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고 역지개연(易地皆然) 이려니 생각을 바꾸니 해무부장때 해기사 출신들이 받쳐 줬듯이 천만다행으로 영문 페이퍼워킹은 얼마전 상무이사로 퇴임한 서울대 물리학과 출신의 J 차장이 전공불문코 모든 문서처리를 도맡아 해결해주니 부장은 밖으로 나돌며 외국인들 만나 쉬라깅으로 어깨춤이나 추며 치어스에 토스만 잘 하면 큰 무리가 없을것 같아 약간의 자신이 생기기도 했다.

기록이 없고 기억도 희미하지만 인도계의 스리바스타바 IMO사무총장을 비롯한 영국의 해운관련 인사들, 네델란드 상무장관이나 놀웨이 해운차관을 위시한 각국의 해사관련 고급관리들, 미국 MARAD의 수뇌부들, 일본의 NYK, MOL과 K-Line 사장에 홍콩의 선박왕 C.Y. Tung, 호주의 국영 ANL사장, 그밖의 세계 유수한 선사 귀빈들의 방문이 잇따라 다리도 짧은데 혀까지 짧아(?) 손짓 발짓과 바디랭귀지에 궁즉통, 눈치 돗수를 높여가며 휘젓고 설치기에 여념이 없었다.

아침밥은 집에서 콩나물 깍두기로 먹었지만 점심이나 저녁은 회장이나 전무이사를 방문한 국내외 귀빈들을 모시고 주로 무슨 특급호텔의 무슨 룸에서 먹기가 예사였고 때마침 아세아 선주단체 포럼인 ASF가 결성되고 한일간선주협회 회장단 모임이 해마다 열려 당시 한두개 밖에 없던 제주의 어느 골프장에서 NYK 네모토회장, MOL 텐포린회장 등과 함께 더블보기 내지는 트리플정도 실력으로나마 마지막조로 뒷 설거지를 하고 따라다니며 그늘집 계산과 잔심부름도 하며 사역병으로 라운딩을 한 추억은 영원히 값진 기억으로 오래 남는다.

그러나 런던의 IMO나 ISF 총회를 비롯한 각종 국제회의에 참석을 하면 으례 기관총 같이 쏘아대는 영어의 히어링은 고사하고 회의 진행 도중에 빈번히 나눠주는 회의자료 챙기기에도 정신이 헷갈려 자칫 잘못 불어나 독어로 된 자료를 실수로 받아 황당하던 기억은 아직도 혼자만 아는 부끄러움으로 남고 행사때엔 꼭 갖춰 입어야하는 턱시도가 숏사이즈 필자에게 맞는건 아예 없어 고생한 일화도 다시 떠오른다.


호박에 줄 긋고 수박행세 하던 해무부장 아듀!

체수보고 옷 짓고 꼴보고 이름 짓는다 했거늘 런던의 메어리액스 거리를 샅샅이 뒤져 어렵게 수소문해서 초등학생 사이즈를 구해 입고 술잔을 들며 장대같이 높고 우람한 체구의 서양팀들 틈에 끼어 치어스를 외치던 기억과 그래도 주량에서는 단연 압도했던 프라이드도 새롭게 떠오른다.

밑천이 많으면 앉아서도 돈을 벌고 바지가 짧으면 긴 대님은 못 매게 마련이요 솥은 부엌에 걸고 절구는 헛간에 놓아야 하는 법인데 거의가 겪는 공통된 현상이지만 해운항만청이나 외무부 관리들과 함께 멜번 뱅콕 뉴델리 도쿄 등등 해운 현안타결과 해운회담을 위해 해외출장을 가게되면 식사하고 한잔후 저녁 리셉션이나 파티장에서는 그리도 잘 되던 영어가 페이퍼를 펴들며 정좌하고 회담 테이블에 앉으면 갑자기 행방불명이 되니 죽을 맛이었다.

더구나 국가간의 해운관련 이해가 상반된 현안문제를 다뤄야 하고 결론적으로 유리한 결과를 도출해야 하기 때문에 술잔을 기울이며 가볍게 업무얘기를 나누거나 부담없이 자기나라 문화나 풍습정도를 나눠갖는 회화와는 달라서 상당한 리허설과 준비를 해가도 원래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주로 영어가 주눅이 드는 경우는 타국인과의 대화에서 보다 동료중에 외국어 캡이 동석했을 때 이를 의식한 나머지 혀가 점차 굳어지다가 나중에는 침만 삼키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이를 경험한 국제회의 불량참석자(?) 들이라면 널리 알고있는 사실이리라.

비록 문화란 차이가 있을뿐 우열은 없다고 하지만 인도 뉴델리에서의 해운회담 진행 테이블서 우리와는 정반대로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 OK(긍정)이고 아래위로 저으면 NO(부정)의 표시란걸 뒤늦게 알기 까지는 숱한 시행착오를 겪던 일과 태국 방콕에서의 회담시는 준비요원 들이나 음료를 나르는 직원들이 몸을 낮추다가 심지어는 포복자세를 취하며 근접하는 모습에 의아했는데 이도 알고보니 윗사람을 대할땐 상대방 보다 높은 자세를 취해선 절대 안되는 예절때문이라고 했다.

훨씬 나중 2002년 제17회 FIFA 월드컵 개최시 상암동 메인스타디움에서 필자가 미디어분야 자원봉사 총책임을 맡아 소속 봉사요원들에게 실시한 첫 교육과정서 익힌 국가별 관습에 따르면 인사하는 방법 하나만을 두고도 나라마다 가지각색이라 흔히 지구촌은 하나라니 글로벌 시대가 어떻다니 해도 역시 나라나 사안별로 서로 다른게 너무 많아 예절 역시 “밤에 보아도 낫자루 낮에 보아도 밤나무”는 어쩔수가 없는 듯.

그리고 샐러리맨들의 해외출장시 흔히 있을수 있고 경험을 했을법한 호텔에서의 여러가지 실수담이나 시설이용방법 무지의 소치로 인한 얼굴 화끈했던 에피소드 중에서도 저마다 한두가지 특별히 대형사고를 친 케이스가 있을테지만 필자의 경우도 런던서 국제회의를 마치고 자투리시간을 이용하여 일행과 헤어져 예약없이 로마에 들런게 큰 회근이었던 추억이라기 보다 기억에서 지우고픈 너무도 쓰라린 경험이 있다.

밤 10시쯤 공항에서 내렸으나 예약이 없으니 택시를 타고 호텔을 순례하며 빈방을 찾던 끝에 자정이 가까워서야 지금 기억으로 ‘줄리어스 시저’호텔인가에 예약취소된 방을 하나 구해 체크인을 한후, 계절이 더울때라 룸에 들어가자 마자 훌러당 벗고 배수구 시스팀을 염두에 둘 겨를도없이 아마 한 시간 이상을 바가지로 끼얹는 재래식 목욕을 하고 나오다가 시원하다는 기분을 느낄 겨를도 없이 깜빡 뒤집어 지고 말아버렸다.


오를수록 높은산 국제부장으로 또 자리 옮겨

감당이 불감당에 덜컥 겁부터 났다. 약간 과장을 하면 욕실에서 룸으로 계속 흘러넘친 물위에 침대가 낚시터의 좌대처럼 둥둥 떠 있는 것처럼 보여 순간적으로 가방들고 도망가는게 상책이구나가 싶었지만 이미 밤은 깊어 야심한지라 도움을 청하기에도 줄행랑을 치기에도 너무 늦은 시각. 우선 애벌로 방의 물을 바가지로 퍼서 욕조에 버린후 흥건히 젖은 나머지 물기를 실내 가운과 대형 타월로 훔치고 닦아 욕조에 짜서 버리기를 날이 밝을때까지 계속했다.

코린토스의 왕 시지프스가 신들을 기만한 죄로 영원히 힘들게 산꼭대기로 바윗돌을 굴려 올려야 했던 형벌처럼 어둠에 정복당한 로마의 밤을 까맣게 새며 물바다로 질퍽하던 방을 눅눅할 정도로 까지 닦아내고 나니 새벽닭 우는 소리도 없이 로마의 밤은 밝았고 태양은 다시 떴으나 긴밤을 한숨도 못자고 뜬눈에 심야노역으로 지친 필자는 이튿날 비싼값 치른 시티투어에 버스에서 내리지도 않고 하루종일 눈 감고 수면관광을 즐겼던(?) 기억은 지금까지도 또렷한 생비디오로 재생이 되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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