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6-24 07:35

외환은행, 해운업 몰이해 기업에 큰 부담

현대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약정 체결 데드라인을 앞두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현대그룹 주력업체인 현대상선의 재무상태 때문에 촉발된 이 갈등은 현대그룹이 주채권은행을 변경하겠다는 강수를 두는 상황으로까지 악화됐다.채권단은 17일 회의를 열고 현대그룹의 약정 체결 시한을 오는 25일까지로 연장했다. 다만 채권단은 현대그룹이 주장한 주채권은행 변경에 대해서는 이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운명의 25일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이번 데드라인 역시 기한 연장으로 갈지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좀 더 좋은 조건을 건 협상 가능성을 점치기도 하는데 결국 2개월 가량 끌다 재무약정을 체결한 한진해운 케이스처럼 체결 쪽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평이다.
이번 현대그룹 반발은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체결하는 경우 신규 여신을 얻는 등에 상당한 제약이 생긴다는 점에서 이해하기도 한다.
현대건설 매각 문제가 상반기 중에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이같은 약정이 단행되면 현대건설을 인수함으로써 범현대가의 적통을 잇겠다는 현대그룹의 구상 자체가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현대건설이 갖고 있는 현대상선 지분 때문에, 현대건설을 인수하는 (현대중공업 등 범현대가 중 하나가 될) 인수자 측의 의중에 따라서는 현대그룹은 경영권 위기 상황을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중요한 변수들도 있지만, 현대그룹이 현대상선의 재무상태에 대한 외환은행의 평가에 대해 서운함을 나타내는 이유 중 주요한 것은 업종에 대한 이해 자체가 없다는 기본적인 의구심 때문이라는 해석을 빼고 이야기할 수 없다.

현대상선은 현대그룹에서 가장 큰 79%의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현대상선의 '체력' 판단을 잘못하면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 여부의 방향 자체가 틀려지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현대상선은 지난해 세계적 경기침체로 물동량이 줄어들어 실적이 급속도로 악화된 바 있다. 영업이익은 2008년 5867억원 흑자에서 2009년 5654억원 적자로, 순이익은 2008년 6769억원 흑자에서 2009년 8018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실적이 나빠지면서 부채비율(부채총액/자기자본)도 190%에서 277%로 급증했다.

하지만 해운업 특성상 부채비율이 높을 수 밖에 없다는 항변과 함께, 1분기에는 턴어라운드(흑자전환)을 일궜다는 점, 향후 해운업이 상승 추세라는 점 등이 반박 조건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같은 사정은 외환은행이 해운업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관련 업체의 구조조정을 추진했다가 이후 정치적 판단 등 각종 잡음을 낳은 전례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해운업체에 대한 몰이해, 정리 과정에서의 업체 반발을 무시한 강력한 몰아붙이기 추진, 이로 인한 경쟁업체 어부지리 가능성 등에서 많은 논란을 낳은 대한선주 정리 사례에서 외환은행은 주도적 역할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외환은행이 대한선주의 경영권을 사실상 한진에 넘기도록 정리한 경우와 같이 이번 현대상선 재무구조 개선약정 건 역시 현대건설과 현대상선 등의 얽힌 관계 때문에 결국 해당업체 경영진의 경영권 자체까지 영향을 주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유사점이다.

1987년 2월 당시 언론 보도들을 종합하면, '외환은행은 대한선주에 대해 부채가 1조2000억원에 달하는 데다 해운산업이 구조적 불황 업종이므로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그 정리 방향을 보면 무리수라는 평을 얻지 않을 수 없었는데, 당시 정부는 1987년 2월경 해운산업 합리화 지원방안을 강구함에 있어 처음에는 대한선주를 포함한 기존의 6대 대형선사를 대상으로 부채의 분할상환, 이자의 징수유예 등 합리화조치 정도만 취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외환은행 스스로도 매각 정리를 검토하다 다시 1987년 1월에는 정상화로 방향을 틀면서 화주들에게 대한선주 이용을 권고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하는 등 엇갈린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더욱이, 인수자로 떠오른 한진해운 역시 85,86년에 적자를 냈고, 인수 조건으로 8개항의 혜택을 요청하고 나서서 당시 윤석민 대한선주 회장 측으로부터 큰 반발을 사기도 했다.

또 현대그룹이 끝내 해운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독단이라며 재무구조 개선약정 체결을 거부하는 경우, 외환은행 등 채권단은 기존 여신 회수, 신규 대출 중단 등 압박을 가하게 된다.

이같은 약정 체결 거부에 대한 제재 근거는 은행업 감독 규정으로 해석되고 있다.<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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