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27 18:34

광양항 활성화에 산업·학계 머리 맞댔다

6회 광양항국제포럼서 광양항 발전방안 제시
한·일 카훼리항로 개설 한중일 골든루트 구축방안 모색



광양항의 미래와 발전방향에 대한 이론 제시뿐 아니라 근해항로 유치 등 항만활성화를 위한 현실적인 결실을 이룬 행사였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은 광양항 국제포럼이 국내외 해운항만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한 가운데 대성황을 이뤘다. 이번 포럼을 참석키 위해 18개국 100여명의 외국인 참가자를 비롯해 전국의 항만물류 종사자와 학계인사 등 1천여명이 광양항을 찾았다.


특히 영국 카디프 대학의 루친산(Lu Chinsan) 교수를 비롯한 석학들과 데이비드 폴더 미연방 해운정책 자문관등 해운물류업계의 유력인사와 중국 잉커우 항무집단 랴오핑 부사장과 선양시 항만관계자 일행, 일본의 농산물 수출입업자와 물류관계자들이 참가했다.

이번 포럼은 첫날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글로벌 항만의 과제 이튿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항만도시의 개발전략 마지막날 아시아해운물류저널(AJSL) 국제학술대회 순으로 치러졌다. 특히 정부의 정책 기조에 부합하고 세계 항만 및 물류 트랜드에 맞는 저탄소 녹색성장형 그린 에코포트(Eco-port) 전략을 논의해 광양항의 비전과 성장 전략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성웅 시장은 기조발표에서 “글로벌 경제성장 패러다임 및 지역의 발전 전략과 유기적인 연계를 통해 광양항의 새로운 비전 및 그린오션 전략의 수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 물류・유통산업의 중심이 될 동북아 자유무역도시 건설, 남해안 선벨트 개발 계획과 연계를 위한 자유무역지대 확대, 저탄소 녹색성장의 거점으로서 그린항만 조성, 자립항만의 기반 구축을 위한 항로의 다변화”를 이행조건으로 제시했다.

첫날 발표한 동서대 한철환 교수는 ‘세계 주요 항만의 청정 대기 전략과 국내 항만에 대한 시사점’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광양항 등 우리나라 항만은 대기 오염 실태조사도 되지 않은 항만 대기오염 후진국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향후 조속한 시일 내에 항만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에 대한 저감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해 주목을 받았다.

국내항 대기오염 저감 수립 절실

한 교수는 “항만 대기오염은 주로 휘발성 유기 화합물(VOCs)이나 온실가스를 발생시켜 항만 주변지역 주민 건강과 지구 온난화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광양항 등 항만에 있는 대기오염을 줄이는 것은 무엇보다 항만 현장 종사자의 건강을 위해서도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LA 항은 입출항하는 선박이 32km 해상부터 12노트(시속 22km)로 속도를 줄여 배출가스를 줄이고 있으며 황함유 0.2% 미만인 저유황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에 대해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고 선진국 사례를 소개했다. 유럽 1위 컨테이너항만인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은 독일 배후 지역을 연결하는 컨테이너 전용 열차를 운행해 오염을 줄이고 있으며 2025년까지 청정엔진만을 쓰는 바지선만 입항이 가능하도록 강제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철환 교수
포럼 이튿날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이성우 부연구위원은 ‘광양 자유무역도시 발전방향, 중국 자유무역지역을 중심으로’란 주제발표로 광양항의 발전방향을 제시했다. 이 연구원은 광양항은 국내와 항만들의 치열한 경쟁과 국내 제조업 기반의 해외 이전으로 지난 몇 년간 캐즘(chasm)에 직면했다”며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중국의 자유무역지역 제도가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은 현재 한국의 자유무역지역 개념인 보세구를 1990년 상하이 와이가오차오에 첫 지정한 뒤 현재 13개 지역 15곳으로 확대했다.

캐즘은 초기 관심이 더 이상 성공으로 연결되지 않는 절망적 단계를 의미하는데, 이 연구원은 ▲컨테이너부두가 포함된 좁은 물류용지 ▲부산 신항과 비교해 차별화되지 않은 인센티브 ▲경제자유구역 외국인투자지역 등 유사제도 중복 지정 등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반면 중국의 자유무역지역은 단순히 물동량을 처리하는 컨테이너시설에 집중하지 않고 국제물류기능으로 물동량을 창출하는 핵심지역으로 발전했다고 소개했다. 특히 항만뿐 아니라 내륙거점 역할도 꾀하고 있는데다 관세나 부가가치세 영업세 소득세 등의 부담도 크지 않은 것도 장점이다. 임대료도 인센티브나 행정지원을 통해 지가와 경제사정에 따라 탄력적으로 책정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우리나라도 중국과 같이 내륙거점이나 인근 도시까지 자유무역지역 개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양항은 5개 시군과 접하고 있는데다 용지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지적이다. 또 지역여건에 맞는 임대료와 인센티브 정책을 수립해 지역별로 적합한 입주업체 유치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럼은 또 학술행사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광양항 활성화를 위한 주요 현안인 한·일 카훼리항로 개설과 한중일간 동북아 골든루트 구축 방안을 위한 세미나 외국대학 경쟁력 강화 방안 세미나 물동량 창출을 위한 한일 물류포럼 및 물류전시회 등으로 다채롭게 꾸며져 호응을 얻었다.

광양-잉커우 컨항로 개설 가시화

한일물류포럼은 일본의 농산물 수출입업자와 항만물류관계자를 비롯해 서남권 농산물 수출업체가 참여한 가운데 열렸으며 일본 참석자들은 행사에서 광양항 배후단지 투자와 농산물 교역 가능성을 타진하는 시간을 가졌다. 앞서 전남도와 광양시 등 관련기관과 카훼리항로에 참여를 원하는 선사간 양해각서(MOU) 체결이 이뤄져 그동안 논의를 거듭해 오던 한일간 카페리항로 개설도 구체화됐다.

동북아 골든루투 구축방안 세미나에선 광양과 중국 잉커우간 컨테이너 직항 노선 개설 가능성에 대해 논의해 눈길을 끌었다.

야오핑 잉커우항무그룹 부사장은 “지난 2006년과 2007년 두 항만은 컨테이너 항로 개통을 위한 협력의향서를 체결한 뒤 시범운항까지 했지만 실제 항로 개설을 이루진 못했다”고 말하고 직항로 개통을 위한 방법들을 제시했다. 그는 두 항간 고위급 교류네트워크를 강화하고 광양시가 잉커우 경제개발구내에 ‘한국타운’을 설치하는 등 한국기업 발전을 촉진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항만계획과 건설, 생산공정과 장비, 항만운영과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금상선 유재호 이사는 운항 및 터미널 작업시간에서 광양-잉커우 직항로는 5.5일, 부산-광양-잉커우 항로는 6.8일이 걸린다고 제시하고 직항로 개설이 이뤄지기 위해선 항만비용과 터미널이용료 등에 대한 지원방안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행사주최측인 광양시는 포럼 참가자들이 다양한 의견을 주고 받고 친교의 시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광양항의 밤’을 마련해 참석자들의 호평을 얻었다. 포럼에 참가한 루친산 교수는 “광양시가 이번 포럼의 준비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 같다면서 세계의 여러 국가에 유사한 포럼에 참가해 봤지만 이번 광양항 국제포럼이 가장 인상깊고 뜻있는 대회로 기억에 오래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외국인 참가자 환영 오찬으로 시작한 이번 행사는 학술포럼과 부대행사 광양항 시찰 등 3박4일간의 일정을 소화하고 23일 폐막했다.

<이경희 차장 khlee@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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