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임하향평준화로 수익성 개선 더뎌
●●● 올해 들어 한·중 국제여객선(카훼리) 항로의 물동량 성장세가 거세다. 작년에 비해 늘어난 것은 두말할 나위 없는데다 금융위기 이전인 2008년이나 2007년 수준까지 치고 올라왔다. 수치상으로만 볼 때 한·중 카훼리항로는 해운불황의 여파를 깨끗이 털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2월까지 한·중간 14개 카훼리항로의 컨테이너 수송물동량은 20피트 컨테이너(TEU) 5만5819개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만7398개에 비해 무려 49.3% 늘어난 실적이다. 금융위기에 따른 해운불황 여파로 지난해 실적이 바닥이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성장세는 물론 반사효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전과 비교해도 올해 실적은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주목된다. 올해 1~2월 물동량은 2008년의 5만6538TEU에 견줘 1.3% 감소하는데 그쳤다. 2007년의 5만2729TEU와 비교해선 5.9% 상승했다. 예년실적까지 회복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올해 2월까지 실적 2007년보다 6%↑
항로별로는 위동항운의 인천-웨이하이 노선이 가장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이 노선은 7227TEU로, 지난해 5213TEU에 비해 38.6% 늘어났다. 특히 2008년 실적(6742TEU)도 뛰어넘어 시황이 완연한 회복세에 들어섰음을 시사했다. 또 다른 위동항운 운영노선인 인천-칭다오는 6396TEU로 그 뒤를 이었다. 지난해 4888TEU에 비해 30.9% 오른 실적이다. 위동항운은 이 기간 취항 2개 노선을 각각 1·2위에 올려놓는 저력을 과시했다.
연운항훼리의 인천-롄윈강 노선이 6055TEU를 수송해 3위에 올랐다. 2009년의 4340TEU에서 39.5% 성장했다. 지난해 부진했던 한중훼리의 인천-옌타이 노선은 올해 들어 빠른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 기간 5664TEU로, 1년 전의 3923TEU에 비해 44.4% 늘어났다. 화동해운의 인천-스다오 노선은 4932TEU로 5위를 차지했다. 2009년의 3707TEU에서 33% 증가한 실적이다.
다음으로 대아그룹 계열사인 진천국제객화항운의 인천-톈진 노선과 대룡해운의 평택-룽청 노선이 각각 4865TEU 4560TEU를 실어 날랐다. 1년 전 3238TEU 2842TEU와 비교해 각각 50.2% 60.5%나 상승했다.
연운항훼리의 또 다른 노선인 평택-롄윈강은 4547TEU를 수송했다. 지난해의 2689TEU에 비해 69.1% 성장했다. 대인훼리의 인천-다롄과 단동항운의 인천-단둥 노선은 2447TEU, 2284TEU를 각각 기록해 9위 10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857TEU 1949TEU로 각각 31.8% 17.2% 늘어난 실적이다.
진인훼리의 인천-친황다오, 영구훼리의 인천-잉커우, 석도국제훼리의 군산-스다오 노선은 각각 1936TEU 1850TEU 1560TEU를 수송한 것으로 집계됐다. 1년 전 1148TEU 685TEU 919TEU에서 각각 68.6%, 170.1%, 69.7% 늘어났다. 이들 항로는 지난해 물동량이 부진했던 만큼 성장률에선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평택교동훼리의 평택-웨이하이 노선은 1496TEU를 수송했다. 이 노선은 지난해 6월 취항에 나선 이후 유리한 항로 조건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14개 노선중 절반이 넘는 8개 노선이 4000TEU를 넘어섰다는 점은 주목할만 하다. 2007~2008년에도 4000TEU를 넘은 선사는 6개사에 불과했다.
올해 들어 물동량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무엇보다 항공으로 수송되던 전자제품들이 대거 카훼리로 갈아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나 LG디스플레이의 LCD(액정표시장치) 물량들이 대부분 카훼리항로를 통해 중국으로 나가고 있다. 중국내 임가공업체들이 동남아 등지로 대거 생산기반을 옮긴 상황에서 대기업 물동량이 카훼리항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평택-룽청 항로의 경우 삼성전자의 아산 탕정공장이 인근에 있다는 장점으로 높은 실적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성장에도 불구하고 카훼리선사들은 수익성은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고 울상을 짓고 있다. 대기업 물동량은 규모를 늘리는 데는 효과적이나 단가가 낮아 수익성 개선엔 큰 도움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과 LG가 주3항차로 진행되는 한중카훼리항로에서 데일리(매일) 서비스를 추구하면서 여러 선사들과 계약을 하면서 운임이 하향평준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LCD화물 운임 3분의2토막 추락
현재 LCD 화물 해상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300달러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200달러대에 화물을 싣는 선사가 있다는 얘기도 시장에서 심심찮게 감지된다. 과거 600~700달러대에 비해 3분의 2토막난 셈이다.
A선사 관계자는 “임가공 제품은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 카훼리 주력화물의 기능을 상실했다고 볼 수 있다. 그 빈 자리를 LCD패널이 차지했다”며 “하지만 운임은 과거 수준에 비해 턱없이 낮아 수익은 좋아지지 않고 있다”고 푸념했다.
게다가 한·중 카훼리항로의 전통적인 강세품목이었던 자동차 임가공 화물도 글로비스의 물류통합정책으로 운임하락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글로비스는 운임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현대·기아자동차 그룹 물량 뿐 아니라 협력사 물량들까지 자사 물류시스템 안으로 통합했다. 방대해진 물동량을 빌미로 선사들에게 운임인하를 압박해 전체적인 물류비용을 낮추겠다는 계산이다.
B선사 관계자는 “과거 중소기업 화물 위주에서 최근 들어 대기업들 물량으로 전환되다보니 운임 수준도 많이 낮아진 게 사실”이라며 “새로운 해법을 찾지 않는 한 카훼리선사들이 예전과 같은 수익성을 확보하는 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이 한껏 낮아진 운임구조로 항로 전망이 불투명하자 항로 신설계획도 미뤄지고 있다. (주)동방을 비롯해 하나로해운(진양해운 자회사), 보이스코리아로 구성된 동방컨소시엄은 평택-르자오 항로 개설을 당초 계획했던 올해 1월에서 반년 가량 연기된 6~7월 이후로 연기했다. 신설항로인 평택-웨이하이 노선이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평택-르자오 노선도 개설 초기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컨소시엄 관계자는 “배를 띄운다 해도 흑자로 전환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에서 여러 제반 여건을 확실히 한 후에 개설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항로개설이 미뤄지게 된 데는 선박 문제도 포함돼 있다. 당초 운항선박으로 거론됐던 퀸칭다오호가 속도 문제로 주3항차 서비스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 파트너측에서 주3항차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화물이나 여객 유치가 힘들 것이란 이유를 들어 선박 교체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진다.
게다가 가칭 ‘일조카훼리’로 정해놨던 법인 이름도 고유명사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중국 법규정에 따라 변경이 불가피하다. 컨소시엄 관계자는 “일조카훼리라고 할 경우 향후 일조를 취항하는 다른 선사들과 명칭문제로 혼선을 일으킬 수 있어 수정해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섀시수송 허용요청, 광양항 카훼리유치 본격화
카훼리선사들은 살아남기 위한 해법으로 차량동반 운항 허용을 들고 있다. 과거 인천-칭다오 항로에서 실시했다 중단된 트럭 직수송을 통한 화물운송형태를 현실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인천-칭다오에서 시범 실시됐던 한·중 트럭복합일관수송(RFS)은 중국 칭다오 공항에서 항공화물을 실은 중국 차량이 인천-칭다오간 카훼리선인 뉴골든브릿지(NGB) 5호를 통해 한국으로 바다를 건너는 방식이었다.
인천항에서 일시수입자동차 운행증 교부 등의 통관절차를 거친 차량은 곧바로 인천공항으로 이동해 화물을 미국행 항공기에 옮겨 실은 후, 다시 인천항에서 카훼리 선박편을 이용해 중국으로 돌아갔다. 팍스글로벌카고, 아시아나항공, 위동항운 등이 실시했던 이 서비스는 화물을 옮길 때마다 싣고 내리는 번거로운 절차가 생략돼 화물 파손이 줄어들고 운송시간도 종전보다 6시간 이상 단축돼 카훼리선사들에겐 물동량 유치에 큰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중국 차량의 한국내 운행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유야무야 되고 말았다.
카훼리 선사들은 국제운전면허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컨테이너 섀시(차대) 수송을 제시한다. 컨테이너를 실은 섀시가 카훼리선을 통해 중국에서 한국으로 수송되면 한국에선 이를 트럭으로 연결해 공항이나 최종도착지까지 육상수송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카훼리 선사 관계자는 “카훼리의 경쟁력인 로로(Roll on Roll off) 방식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차량 수송이 가능해지면 CY(컨테이너 장치장)가 필요없게 돼 하역료가 필요없게 되고 빠른 하역으로 컨테이너선과 차별화해 영업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사들은 또 현재 일부 국적선에 한해서만 적용되고 있는 강제도선 면제규정을 모든 카훼리선사들로 확대하는 것도 하루 속히 실시돼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밖에 새로운 노선 확대로 사업성을 다지는 모습도 보인다. 진천국제객화항운과 영성대룡해운의 한국측 투자사인 대아그룹은 오는 7월부터 전남 장흥과 제주도 성산포항을 잇는 쾌속 여객선항로를 개설할 계획이다. 2400t급 <문플라워호>가 운항하는 이 항로는 1시간40분만에 두 지역을 연결해 제주 관광수요를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대아그룹 관계자는 “카훼리 선사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해 사업을 다각화하지 않으면 힘들다고 판단했다”고 서비스 개설 배경을 설명했다.
광양항도 일본 모지항 또는 시모노세키항을 연결하는 카훼리항 개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광양시청은 지난 8일부터 카훼리항로 개설의향선사를 공개모집하고 있다. 운항형태는 매일 또는 주3항차 이상 서비스여야 하며 선박은 감항성을 확보하고 해상인명안전협약(SOLAS)에 적합해야 한다. 광양시청은 16일까지 의향서를 접수받아 19일에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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