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09 10:30

한진해운, 현대상선 자금확보 상황에 주목

주채무계열에 대한 신용위험 평가 결과 재무구조개선약정(MOU)을 맺은 한진해운이 연말까지 7000억원 이상의 여유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2위 선사인 현대상선도 연말까지 9000억원 정도의 현금을 확보할 것으로 전해졌다.

두 회사 모두 단기적으로는 유동성 문제가 없어 보인다. 다만, 물동량 감소와 내년 신조물량을 감안할 때 현금창출은 계속 제한될 수밖에 없고 자금 소요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유동성 문제가 잠복돼 있다는 데 업계의 평가다.

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올 4분기에 자산담보부증권(ABS) 발행과 자사주 매각, 컨테이너 매각 등으로 총 3678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3분기말 현재 한진해운의 현금성자산은 7847억원으로, 연말 만기도래하는 기업어음(CP) 1100억원과 해외사모사채 1188억원을 상환하고 일부 차입금을 상환할 경우에도연말까지 7000억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한진해운 자금팀 관계자는 "컨테이너 매각대금과 ABS 발행금액 외에 자사주 매각대금 600억원이 이미 입금됐다"면서 "연말 여유자금을 7000억원 정도로 잡고 있고, 이 자금은 쌓아두는 돈"이라고 전했다.

한진해운은 내년에는 부산 신항만 지분매각과 산업은행 선박펀드로의 선박 4척 매각을 통해 추가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계획까지 마련해둔 상태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관계자도 "해운시황이 개선되고 있고 연말까지 필요한 유동성은 이미 확보해둔 상태"라며 "일부 투자와 대출금 상환을 감안해도 연말까지 7000억원 정도의 여유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별한 자금 소요처가 없어 한진해운은 확보한 자금 가운데 일부를 은행 정기예금으로 예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 9월말 현재 9285억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 중인 현대상선은 지난달 회사채 2000억원 발행과 해상운임채권을 기초로 한 2000억원 규모의 ABS 발행으로 연말까지 90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4분기만 해도 50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으나 올해 들어서는 1분기 2493억원의 영업손실에 이어 2분기 2870억원, 3분기 2487억원의 영업손실을 각각 입었다.

현대상선은 지난 1분기 965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은데 이어 2분기 1465억원, 3분기 2422억원의 영업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올해 들어 대규모 회사채 발행과 자산유동화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유동성을 확보했다고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당장 컨테이너선 시황이 여전히 바닥을 헤매고 있고, 내년에도 신조물량이 대거 예정돼 있다.

컨테이너선 운임지수인 HR종합용선지수(HRCI)는 400포인트를 회복하지 못한 채 바닥을 기고 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컨테이너선 매출비중은 올 9월말 현재 각각 77.6%, 66.5%에 이른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경기회복으로 물동량이 회복하고 있지만, 선박 공급량이 급증하면서 해운업은 침체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해운업계는 2010년에도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은영 한진해운홀딩스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발주해둔 선박이 사선 10척, 용선 23척이다. 올해 선복량이 40만3000 TEU 인데 발주한 신조선을 다 받는 2013년이면 선복량이 현재 대비 67%가 늘어난다"면서 "조선사들과 인도 시기 지연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물동량이 줄면서 영업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에 발주한 선박과 관련한 자금 소요도 계속 늘어난다는 것이다. 해운 시황이 악화된 상황에서 신조선 인도시기 지연 협상이 원활치 않을 경우에는 다시금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도 "정확한 규모는 알 수 없지만, 내년에도 신조물량이 많이 예정돼 있어 컨테이너선와 탱커 시황은 계속 어려울 것 같다"면서 "선사들은 유동성 조달을 계속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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