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03 14:07

기획/철도파업, 철도물류 활성화에 암초 되나

파업으로 컨테이너철도 운행 4분의 1로 줄어
물류기업, 웃돈 주고 도로로 전환 ‘울상’

●●● 철도물류가 본격적인 회복세 길목에서 암초를 만났다. 철도파업으로 물동량 실적이 급감한데다 철도물류의 부흥을 이끌고 있는 블록트레인도 전면 운행 중단에 들어갔다. 철도노조(위원장 김기태)는 지난달 26일 새벽 4시부터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파업 배경에 대해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기습적인 단체협약 해지와 임금과 단체협약 개악시도 등을 이유로 들었다.

노조는 코레일이 임금삭감과 성과성 연봉제 및 정년연장 없는 임금피크제 등 8개에 달하는 임금 개악안과 비연고지 전출 허용, 정원유지를 위한 협의권 삭제, 1인 근무를 허용하는 근무체계 변경 등 120여 개의 단체협약 개악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또 5115명의 인원을 감축하면서 공언한 신규사업에 필요한 정원 증원과 충원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노조측은 2만4600여명의 조합원 가운데 필수유지인원 9600명을 제외한 1만5천여명이 파업에 참가했다고 추산했다. 참가인원은 서울 6천여명, 대전 2300여명, 부산 2500여명, 순천 1500여명, 영주 1500여명이다.

국토해양부와 코레일은 철도노조 파업에 따른 물류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컨테이너, 석탄, 양회, 철강 등의 화물 열차 왕복운행을 파업초기 17회에서 70여회까지 늘렸다. 특히 그동안 철도노조 파업으로 수도권 물류기지인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 적체돼 있는 긴급수출 철도컨테이너 물량을 주말기간에 전량 수송하기도 했다.

파업 이후 의왕ICD에 적체돼 있던 긴급 수출컨테이너물량은 40피트 컨테이너(FEU) 650개였다. 이중 지난달 28일에 컨테이너 열차(5회)와 화물차 130대를 투입해 281개를 우선 수송했다. 이튿날인 29일엔 컨테이너 열차 확대와 철도물류기업 자체 차량 이용으로 미처리 잔여물량 369개를 전량 수송했다. 이날 컨테이너 열차 확대 운행을 5회에서 8회로 늘려 250개를 수송하는 한편 철도화물 운송업체 15개사의 자체 화물차를 이용해 나머지 119개를 처리했다.

블록트레인 전면 운행 중단

이번 파업으로 해빙기를 맞았던 철도물류는 직격탄을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소 왕복 300회 가량 운행했던 화물철도는 파업과 함께 70여회로 뚝 끊겼다. 그나마 정부가 대체인력을 확보해서 비상운행에 나서면서 이 정도 유지되고 있는 형편이다. 수출입 물동량을 수송하는 컨테이너 열차도 평소 80여회에서 26회로 4분의 1토막 났다.

특히 파업 3일째까지는 경부구간에서 1개 열차만 운행해 사실상 전면중단 사태를 맞기도 했다. 과거 철도 파업에서 화물열차 운행이 중단된 경우는 없었던 점에 미뤄 이번 파업은 매우 이례적이다.

무역업계는 제지·철강제품 등 중량화물 수송이 지역별로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철도수송 화물이 일시에 도로수송으로 전환되면서 장거리 구간을 중심으로 차량수배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철도물류 전문기업인 A사 관계자는 “현재 왕복 철도 20여회 범위 내에서 물량만을 운송하고 있을 뿐 나머지 물량은 (철도로는)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하루에 80여차례 운행돼야 하는데 4분의 1 수준만 운행된다는 건 비참한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동안 철도물류 발전에 혁혁한 기여를 해왔다고 할 수 있는 블록트레인(전세형 고속화물열차)이 파업으로 전면 중단된 것은 큰 피해가 아닐 수 없다.

코레일은 지난 8월부터 삼익물류, 대한통운, 코레일로지스 등 국내 14개 운송기업과 협약을 통해 오봉-부산진·신선대, 약목-부산진·신선대 구간에 블록트레인 9개 열차를 운행해 왔다. 컨소시엄으로 서비스에 참여해왔던 세방과, 화성통운이 단독운영에 나서면서 종전에 비해 2개 열차가 늘어났다. 두 곳의 단독노선 개설로, 종전까지 7개 열차, 14편으로 운영돼 오던 블록트레인은 9개 열차, 18편으로 확대됐다.

세방은 하반기 들어 일반컨테이너철도 물동량까지 급격히 늘어나자 기존 한진·국보 컨소시엄에서 빠져나와 8월부터 의왕(오봉)-부산진 단독노선을 시작했다. 화성통운은 약목(칠곡)-부산진 구간에서 코레일로지스·국보·삼일과 함께 블록트레인을 꾸려오다 약목-신선대 구간으로 노선을 바꿔 단독서비스에 뛰어들었다.

블록트레인은 철도의 정시성, 안전성, 대량성 등의 장점이 집약된 화물운송서비스로 수출입 컨테이너 수송에 효율적이다. 블록트레인 이용기업은 10%의 운송료 할인 혜택을 받는데다 원하는 목적지까지 직통으로 운행해 시간단축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코레일은 블록트레인의 선전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에만 20피트 컨테이너(TEU) 11만4600개의 수송실적을 달성했으며 운송수입 106억원을 올렸다. 코레일은 2개 열차가 확대되면서 연말까지 수송실적은 28만TEU, 운송수입은 233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었다.

코레일은 경부구간의 성공에 힘입어 충청권 화물유치를 목표로 청주-부산진 구간에도 블록트레인을 도입할 계획이었으나 물량부족으로 불발에 그치기도 했다.

8~10月 감소율 20%대로 개선

이 같은 블록트레인은 파업과 함께 운행을 멈추거나 일반화물철도로 전환했다.

한국철도물류협회 관계자는 “블록트레인은 기업과의 협약 당시 파업과 같은 부득이한 사정이 생겼을 경우 일반열차로 변경한다는 조항이 있다”며 “지금과 같은 파업에도 블록트레인이 운행할 경우 여기에 끼지 않은 (물류)회사들은 운송을 아예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 철도파업으로 화물철도의 물동량 실적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철도 컨테이너 물량은 글로벌 경제불황으로 연초 40%대까지 감소했다가 하반기 들어 회복세를 타고 있던 상황이다.

코레일 및 철도물류협회에 따르면 10월까지 철도에 의한 컨테이너 물동량 실적은 총 66만9020TEU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5만1778TEU에 비해 36.4% 감소한 실적이다. 월간 철도 컨테이너 물동량은 1분기까지만 하더라도 40% 급락한 5만TEU대에 머물렀으나 3분기 이후 7만TEU대 중반까지 올라섰다. 지난해 대비 감소폭도 29%대로 완화됐다.

물류기업 B사 관계자는 “철도파업으로 화물열차까지 피해를 입은 경우는 과거엔 거의 없었다”며 “철도물류 안정성이 의심받게 될 경우 최근 확대되고 있는 철도물류 실적에 찬물을 끼얹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해 철도는 국내 수출입컨테이너화물 1174만TEU 중 118만5천TEU를 실어날라 10.1%의 수송분담률을 기록했던 터였다.

반면 철도노조 파업으로 도로를 이용한 화물운송은 크게 늘어났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주요 수출 운송구간인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부산까지의 도로 컨테이너 운송은 평소에 비해 33% 늘어 철도화물 운송감소에 따른 대체수송이 원활한 편이다.

평소 의왕에서 부산까지 운송되는 컨테이너는 650여개 수준으로 이중 화물열차로 350개(14회), 도로를 통해 300여개가 운송돼 왔다. 하지만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3일간 화물열차 수송은 170여개(6회)로 줄어든 반면, 도로운송은 400여개로 크게 늘어났다.

도로운임 2배 올라

화물연대의 철도화물 대체수송 거부 선언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물동량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화물차주들은 대체수송에 적극 참여하는 분위기다.

한국통합물류협회 컨테이너운송위원회 관계자는 “철송으로 나르지 못한 물량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대체수송으로 운송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철도파업을 기회로 육로수송 운임이 크게 상승해 물류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물류기업들은 현재 화물차 운임이 종전 대비 2배 이상 올랐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파업전까지 30만~40만원 가량이던 의왕-경부 구간 운임은 70만~90만원까지 뛰어올랐다. 철도물류기업 한 관계자는 “하루에 수백개씩 나오는 컨테이너 화물이 대부분 육로수송으로 전환됐다”며 “예전엔 85% 가량을 철송으로 진행했지만 지금은 가동률이 20%도 안된다. 웃돈을 얹어주고 화물차를 수배해 쓰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나마도 파업 전까진 선적일 2~3일 전에 의왕ICD에 적재해 놓고 선별적으로 운송을 진행했지만 지금은 선적마감일에 임박한 화물 위주로 공장에서 항만CY(컨테이너장치장)까지 트럭으로 직수송한다”고 말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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