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13 12:13

국적 벌크선사 해외자원개발사업에 주목해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고병욱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 벌크선사의 중장기 성장전략과 관련, 해외자원개발사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해 관심을 모았다.
고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2002년 선박펀드, 2005년 톤세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선대확충의 제도적 기틀을 선진 해운국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를 통해 벌크선사의 지배선대 증가에 많은 기여를 했다. 하지만 해운호황을 끌어줄 것으로 기대됐던 중국효과는 작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저 앉았고 이제는 세계적인 선박의 과잉공급으로 각 선사는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미국, EU 등의 거대 경제권이 보조를 맞춰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정책금리를 인하면서 다소나마 물동량이 회복돼 극단적인 불황은 벗어났으나 벌크선 시황의 회복은 여전히 불분명하다. 이러한 여건속에서 우리나라 벌크선사의 중장기 성장전략으로 해외자원개발사업에 주목하고자 한다.
우리 국적선사가 해외자원개발사업이라는 상당규모의 벌크선시장을 선점하고 수요기반을 확대하기 위해선 첫째, 원가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관건이다. 즉, 공급부문의 질적 발전없이는 새로운 시장개척이 곤란하다. 둘째, 아직 가시화되지 않은 잠재 수요에 대한 선도적 관심과 투자가 요구된다. 물류기업인 국적 벌크선사들은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있어 사업 초기단계부터 물류컨설팅 및 지분투자 등의 형태로 참여함으로써 개발사업 성공시에 상당규모의 운송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확실히 다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선 운송서비스를 주어지는 것으로 보던 과거의 파생수요적 물류관에서 탈피해 적극적으로 운송수요를 발굴하고 개발사업의 성공에도 기여하는 미래지향적 수요창출형 물류관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해외자원개발사업은 지식경제부장관이이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를 거쳐 확정되는 ‘해외자원개발 기본계획’에 의거 추진되고 있다. 2007년 이후부터 제 3차 해외자원개발 기본계획에 의거해 해외자원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한편 제 3차 해외자원개발 기본계획에 따르면 향후 우리나라의 주요 자원에 대한 자주개발률은 획기적으로 증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유, 가스의 자주개발률은 2006년 현재 3.2%에서 2016년 28%로 상승하고 6대 광종 자주개발률은 16.6%(2006년)에서 38%(2016년)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해외자원개발사업 계획이 차질없이 수행될 경우 우리나라가 해외자원개발로부터 얻게되는 신규 해외자원은 석유 1억8,790만 배럴, 천연가스 1,190만톤, 유연탄 2,560만톤, 철광석 1,080만톤, 동광 4억3,100만톤, 아연 2억1,500만톤, 니켈 6,100만톤, 우라늄 900톤U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2007년 국적선 운송 물동량을 기준으로 석유는 2.9배, 천연가스는 7.7배, 유연탄은 1.2배, 철광석 0.4배, 기타 광석은 318.2배에 달하는 엄청난 운송수요를 발생시킬 것이다.
해외자원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국내의 공공기관(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농어촌공사 등), 민간기업(정유회사, 종합상사 등), 해외 주요 메이저 기업(예: BP 등)은 사업 추진시에 발생하는 운송수요를 원가경쟁력이 가장 우수한 물류기업에 위탁하고 있다. 특히 해외자원개발사업에서 발생하는 석유, 가스, 광물자언, 농산물 등은 운송원가가 최종 판매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바 물류원가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사업 자체의 경제성을 확보하기가 곤란하다. 따라서 사업 추진주체의 국적에 기대어 단순히 자국적 선사에게 운송권을 할당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이에 국적선사가 해외자원개발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선 철저한 원가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편 우리나라 국적선사는 원가경쟁력 측면에서 일본에 비해 열위에 있다. 한국선주협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케이프사이즈 16만DWT기준으로 일본선사가 한국선사에 비해 자본비 측면에서 가지는 비교우위는 매년 약 59만달러에 달했다. 이러한 원가경쟁력의 차이는 일본이 가지고 있는 선화주 공생모델 또는 선사-화주-종합상사-조선소의 호혜의 서클에 기인한다. 즉, 일본 해운산업의 높은 원가경쟁력이 해외자원개발사업에도 적용돼 국적선사들은 일본선사에 비해 출발점에서부터 불리함을 갖고 있다.
따라서 국적선사가 해외자원개발사업에서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일본과 같은 선순환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선박펀드를 활용하거나 또는 국책은행과의 협력을 통해 해운에 적합한 자금조달 모형을 개발(예: 프로젝트 파이낸싱)함으로써 원가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해외자원개발사업의 중요 추진주체인 각 공사 및 민간기업과의 유대를 강호할 필요가 있다. 특히 대규모 자금조달이 가능한 자원개발 추진주체와 연계해 자금조달 부분에서 협력한다면 해운기업 단독으로 조달받는 금리보다 낮은 금리에 자금을 차입할 수 있을 것이다. 이같은 노력을 통해 우리나라 국적선사의 원가경쟁력이 향상된다면 우리나라 기업이 추진하는 해외자원개발사업 뿐아니라 외국기업이 추진하는 사업에도 진출할 수 있는 역량이 배양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자원개발사업을 통해 우리나라 벌크선사가 성장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관련 당사자의 사업에 대한 이해도 제고가 필요하다. 즉, 해외자원개발사업에서 파생되는 막대한 물류수요가 국가의 경제자원이라는 인식을 사업주체, 해운기업, 정부 등이 공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인식의 공유를 통해 정부는 해외자원개발사업의 추진과정에서 국적선사의 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장치를 발굴·시행할 필요가 있다.
예를들어 기본계획의 수립단계에서부터 해외자원개발사업의 운송권확보에 따른 기대효과를 반영하고 이를 경제적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 다음으로 해외자원개발 추진주체는 개발사업에서 파생되는 물류수요에 대해 해운기업 및 대표단체(한국선주협회 등)와의 협의를 통해 효율적인 운송네트워크를 구축하도록 한다. 예를들어 해상운송에 전문성을 갖춘 물류기업을 자원개발 관련 업무협의회에 참여시키는 방안이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벌크선사들은 이러한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을 상시 점검하고 원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전사적인 노력을 경주해 나가야 한다. 최근 한국농어촌공사는 해외농업개발 사업추진을 위해 국제물류에 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바 곡물 관련 벌크선사가 이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를 타진해 보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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