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7-02 14:12
한중항로/中정부 운임공표제 도입…운임안정화 단초될까
수출물동량 여전히 강세, 2차 가이드라인 운임 실시
한중 수출항로 물동량은 막강한 중국발 석유화학제품(레진) 수요에 힘입어 예상 밖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당초 6월 이후 약세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뒤로한 채 레진 물동량은 여전히 시황을 든든히 받쳐주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
중국이 내수경기 진작을 위해 도입한 보조금 지원 정책 가전 샤샹(下鄕)의 영향으로 가전제품소비가 크게 늘자 원료인 레진 수요도 덩달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월 우리나라의 고밀도폴리에틸렌(HDPE)과 폴리프로필렌(PP) 수출량은 각각 23%, 17% 늘어났다.
A 선사 관계자는 “기업들이 상반기 결산을 위해 물량 밀어내기를 하면서 지난달까지 시황 상승이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다만 본격적인 출하를 앞두고 있는 중동산 레진화물이 모처럼 호재를 맞은 시황에 찬물을 끼얹을 공산이 크다. 사우디아라비아 합작기업인 페트로라비그가 지난 4월 말 연간 130만t 규모의 생산설비를 가동한데 이어 연간 50만t 생산 체제를 갖춘 얀삽도 연말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저가 원료를 이용하는 중동산 레진제품은 가격 경쟁력에서 한국 기업들을 압도할 전망이어서 국내 유화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기지개를 켜고 있는 수출항로와 비교해 수입항로는 환율 안정에도 불구하고 국내 경기불황의 여파로 물동량 약세 시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중국으로 건너간 임가공업체들이 현지 생산환경 악화로 인근 동남아 지역으로 철수하면서 수입물동량 침체를 부채질하고 있다. B사 관계자는 “수입 물동량은 연초 작년 대비 20~30% 떨어진 이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환율이 최근 들어 다시 하락했지만 (국내)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어 큰 문제”라고 말했다.
운항 채산성 확보를 위한 선사들의 운임 회복도 눈에 띈다. 취항선사단체인 황해정기선사협의회는 지난 1일 부산 및 광양, 울산항을 기점으로 20피트컨테이너(TEU)당 120달러, 160달러, 180달러의 한중 수출항로 가이드라인 운임제를 단행했다. 지난 4월13일 광양항과 울산항 기점으로 실시해 30~40% 운임회복에 성공했던 1차 가이드라인 운임 이후 3달 만이다.
수입항로에서도 선사들은 상하이항을 중심으로 운임회복에 나서 비교적 성공적인 결실을 거뒀다. 현재 수입항로 운임은 TEU당 50~60달러선까지 올라선 상황.
수입항로에선 중국 정부가 도입한 운임공표제가 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중국 교통운수부는 지난 6월10일 국제컨테이너선박 운임신고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관련 세칙을 시행했다. 중국 정부는 세칙에서 운임은 시장에 맡겨 자율적으로 조정하되 “제로운임과 마이너스운임으로 화물을 수송해선 안된다”고 못박았다.
또 요율표 개념의 공표운임과 선화주가 별도 책정하는 협의운임의 개념을 도입했다. 선사들은 이달 말까지 상한선과 하한선의 공표운임을 상하이항운교역소에 신고해야 하며, 신고된 운임은 8월1일부터 대내외적으로 공표된다. 중국 정부는 선사들이 이 같은 운임 규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을 경우 2만~10만위안(약 400만~2천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도 도입으로 그동안 선사들을 힘들게 했던 극단적인 운임이 사라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중국 정부가 이 제도를 중국선사에 유리한 쪽으로 적용하지 않을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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