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19 18:16

인터뷰/ 어질리티 타렉 술탄 회장

“한국 친환경 녹색물류 관심 크다”
특수물류 기반 올 상반기 성장세
15억弗 현금보유, M&A 전제 시장 검토中



어질리티는 인수·합병(M&A)이란 매서운 무기를 기반으로 최근 몇 년간 급속한 성장을 일궈왔다. 지난 2005년에만 미국 지오로지스틱스를 비롯해 트랜스쉬핑, 홍콩 트랜스링크를 인수했으며 올해 들어선 멕시코 트라핀사를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덕분에 전 세계 10위권 물류기업으로 순위도 껑충 뛰었다. 고속성장은 세계 해운·물류시장에서 어질리티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이유가 되고 있다.

올해부터 세계경제포럼(WEF) 물류·수송분과 의장을 맡은 어질리티 타렉 술탄 회장은 18~19일 이틀간 서울에서 열린 WEF동아시아포럼 참석차 방한해 한국 해운·물류 시장을 점검했다.

▲어질리티 타렉 술탄 회장(왼쪽)과 올라프 타우슈케 한국대표

그는 18일 행사에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부 들어 정책화두로 떠오른 녹색성장에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또 어질리티의 막대한 현금보유고를 바탕으로 현재 시장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혀 추가 M&A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인터뷰엔 어질리티 한국대표인 올라프 타우슈케씨가 배석했다.

술탄 회장은 이번 한국 방문에 대해 한국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을 알아보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지난 1월말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렸던 WEF포럼의 주요 의제가 세계적인 경제 위기 여파로 환경보다 경제 문제에 집중돼 있었던 반면 이번 행사는 환경을 주제로 하고 있어 관심이 크다는 설명이다.

“우리 회사는 환경에 관해 관심이 많다. 때문에 이번 회의를 빌어 한국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에 대해 알아볼 계획이다. 한국의 녹색 성장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고 지속 가능성은 있는지 알고 싶다. 아시아 지역에서 중동과 동아시아 국가간 비즈니스 개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있다. G20 리더인 한국과 우리 비즈니스를 어떻게 접목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아보고자 한다.”

술탄 회장은 어질리티는 녹색물류를 슬로건으로 하고 있을 만큼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어질리티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진행되고 있는 ‘녹색도시 프로젝트’에서도 물류제공자로 참여하고 있다. 현지 국영기업인 마스다(Masda)가 추진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이산화탄소(CO₂) 배출을 없애고 무공해 에너지로 운영되는 도시 건설을 목표하고 있다.

“우리 회사는 특히 공급망관리(SCM)를 설계할 때부터 친환경 개념을 도입해 최소한의 에너지로 물류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물류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과 유해물질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우리 고객들도 환경에 관심이 많은데, 이들을 위한 녹색물류 서비스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타우슈케 한국대표는 이와 관련 “뉴질랜드에선 어질리티 현지법인이 넘버원 친환경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을 곁들였다.

술탄 회장은 한국 해운·물류 시장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글로벌 물류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국에서의 물류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전략은 북미나 유럽 등과 같이 이미 성장이 끝난 곳이 아닌 인도나 멕시코 등과 같이 성장하고 있는 곳에서 사업을 벌여나가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 시장은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 많은 국제 물류기업들이 유럽을 중심으로 물류센터 건설 등 경쟁을 벌이고 있는 반면 우린 한국에서 해외 어질리티 네트워크와 연계해 사업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 불어닥친 경제불황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어질리티는 특수물류 분야에서 닦은 경쟁력을 기반으로 올 1분기에 두자리수 성장곡선을 그렸다고 설명했다. 어질리티의 1분기 순익은 3920만디나르(약 1725억원)를 기록, 지난해에 비해 16.4% 증가했다.

“우리는 일반물류보다 특수물류분야에 치중하면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이뤘다. 올해 전반기에도 실적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어질리티의 현금보유고도 현재 15억달러(약 1조9천억원)에 이를 만큼 매우 안정돼 있다.”

타우슈케 대표는 이에 덧붙여 어질리티의 특수물류 사업은 크게 3가지로 구성된다고 말했다. ▲중장비 및 건설 설비 등의 프로젝트화물 운송 ▲애플컴퓨터 등 하이테크 기업을 고객사로 둔 소비재물류 ▲방위 및 정부조달물류 등이다.

15억달러에 달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면 그간의 행적으로 보아 다시 한번 어질리티의 초대형 M&A를 기대할 수도 있을 법하다. 최근 해운경기 침체로 기업가치가 급전직하하면서 ‘위기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술탄회장도 M&A 가능성에 대해서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현재 시장상황이 기회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전했다.

“초기엔 M&A로 빠른 성장을 이뤘지만 이후 조직 내실화를 기반으로 한 안정된 확장에 노력을 쏟고 있다.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하지만 현재 상황이 진정한 기회인지는 확실치 않다. 꼼꼼히 시장을 검토하고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고 있다.”

그는 한국 물류기업에게 사업 제휴를 손짓하는 것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우리 회사는 글로벌한 네트워크를 보유한데다 중남미나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 지역에 강점을 갖고 있다”며 “기회가 되면 한국 기업들과 전략적 제휴를 하고 싶다”는 바람이다.<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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