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2-21 08:28

해운업 구조조정 용대선 사슬에 '묶여버려'

정부가 건설, 조선업에 이어 해운업 구조조정 방침을 밝혔지만 지지부진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어 업계가 애태우고 있다. 정부측이 해운업에 메스를 가해 해운산업 전반의 정상화를 유도해야 하지만 얽히고 설킨 용대선 사슬이 큰 걸림돌이 되고 있어 상당히 고심하고 있다. 관계기관에 청와대에 해운업의 구조조정이 임박했음을 보고했다는 보도에 업계가 큰 기대를 걸고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지만 관계당국으로서도 여타업종과 다른 해운업의 특성으로 섣불리 해결책을 신속히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철강 등 원자재를 실어나르는 벌크 해운업계의 은 업황에 따라 최저치와 최대치의 차이가 예상보다 훨씬 크다.이같이 수배 또는 10배이상에 달하는 등락폭이 크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침체기에는 적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쌓이게 된다. 예를 들어 ‘핸디사이즈’(재화중량 4만t급 이하의 소형 선박) 벌크선의 하루 용선료는 현재 1만2천달러(1년 장기 용선 기준) 정도지만, 해운업이 초호황이었던 지난해 7~8월엔 6만달러였다. 지난해 마지막 ‘상투’를 잡았던 해운업체가 실어나를 화물조차 구하지 못하고 있다면 매일 6만달러의 용선료를 지급해야 한다. 이 상태가 한달 동안 지속되면 벌크선 한 척당 180만달러(약 27억1300만원)의 ‘생돈’이 그냥 나가게 되고, 벌크선을 10척 빌렸다면 한달 손실은 당연히 10배인 1800만달러에 이른다.

이 때문에 정부의 직접적인 유동성 지원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근본적으로 업황이 호전되지 않으면 밑빠진 독에 물붓기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해운업체의 금융권 대출금 상환을 유예해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도 있지만, 향후 대출금 회수 가능성이 높지 않다면 금융권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업계에선 내다본다.

해운업이 국내 선사뿐 아니라 외국 선사들과도 다단계판매처럼 용·대선(배를 빌리고 빌려 줌) 사슬로 엮여 있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선박 소유자인 선주를 꼭짓점으로 벌크선 한척에 많게는 7~8개의 선사가 아래로 연결돼 있다. 임대 차익만 챙기는 구조가 7~8번 물려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한 선사가 용선료를 낼 수 없어 일찍 배를 돌려 줄 경우 사슬의 위쪽에 있는 선사들은 줄줄이 피해를 보게 된다. 그나마 국내 업체들끼리는 용선료를 일괄적으로 낮추는 방법으로 조정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외국 선사가 조기반선을 하면 국내 선사들은 제소 등 법적인 조처 이외에는 손을 쓸 방법이 별로 없다. 이 경우에는 정부나 금융권이 나서기도 어렵다.

전문가들이나 업계에서도 구조조정 필요성엔 공감하는 분위기다. 한진해운, 현대상선, 에스티엑스(STX)팬오션 등 이른바 ‘빅3’를 제외한 대부분의 해운사는 용·대선 영업비중이 80~90%에 이를 정도로 영업 구조가 기형적이다. 실제로 외국 선사와 국내 선사간 용·대선 고리 역할을 해온 몇몇 중견업체들이 고전하고 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한 관계자는 “살아남을 회사보다는 죽을 회사를 발표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하루라도 빨리 신속하게 처리해야 앞으로 해운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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