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2-17 14:11

미적되는 구조조정에 답답한 해운업계

최근 해운업계내에선 구조조정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부나 금융당국의 태도가 미온적인 인상이 깊어 답답해 하고 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견 벌크선사인 삼선로직스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후 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금융기관은 해운업종에 대한 모니터링만 하고 있을뿐 구체적인 대응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운시황 악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외국 해운선사의 파산도 잇따르는 만큼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작년 말부터 해운업에 대한 모니터링에 착수했으나 아직 뚜렷한 처방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이 3월 중 '해운산업 실무협의회'를 열어 위기 극복 방안이나 부실 방지 대책 등을 논의키로 했으나 큰 기대는 어려운 실정이다. 실무협의회는 선주협회, 조선협회, 금융회사 등으로 구성돼 정보 교류 수준의 활동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도 해운기업들의 재무상황을 점검하고 있으나 아직 구조조정에는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해운선사에 대해 작년 말과 1월 말 연체율을 분석해 조만간 특별관리업종에 포함할지를 결정키로 했다. 특별관리업종에 포함되면 영업점장 전결로 5억 원 이상 대출이 불가능해지는 데다 본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대출받기 어려워진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현재 기업영업지점장(RM)들이 해운업종을 면밀하게 관리하고 있다"며 "해운업 전체에 대한 대출을 중단할지, 대출 건별로 다룰지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최근 해운업체들로부터 자료를 받아 점검하고 있다"며 "연말 결산자료가 나와야 하는 데다, 건설.조선사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도 있어 해운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3월이 지나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해운업은 업종 특성을 볼 때 문제가 생길만한 한두 곳을 신용평가해서 구조조정을 하는 방식은 맞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구조조정 방향을 논의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처럼 구조조정이 쉽지 않은 것은 해운업체 간에 빌린 배를 다시 빌려주는 재용선 관행 때문에 어느 한 곳이 쓰러지면 연관된 다른 업체들도 줄줄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해운업계는 170개 업체 중에서 150개 업체가 상위 20개사의 하도급 업체여서 연쇄 충격이 불가피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해운업체들은 빌린 배를 다시 빌려주면서 재용선료 문제가 실타래처럼 얽혀 있어 국내외 선사 간 채무 불이행도 속출하고 법적 분쟁도 증가하고 있다"며 "해외업체가 용선료를 지불하지 못하기만 해도 국내 업체가 도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분위기에서 해운업계의 위기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해운업계가 전반적으로 정상화되려면 BDI지수가 3,000~3,500선까지 올라가야 한다"며 "현재 170개 업체 모두 어려움에 부닥친 상태여서 추가 도산 업체가 발생할 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대규모 독일계 펀드가 국내에 들어와 4분의 1 가격에 멀쩡한 배를 사들이려는 시도를 하는 가운데 국내 업체들은 부도를 면하기 위해 헐값에라도 배를 팔아야 하는 상황이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수석연구위원은 "세계 교역량 감소세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어 일부 해운사들은 건설.조선사처럼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 만기 연장 등으로 구조조정의 어려움이 있지만 일이 커지기 전에 자체적으로 나서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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