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1-28 16:29

세계 유수선사, 불황에 운임정책 예상보다 ‘과감’

호황시 시장 입지 굳히기 위한 고육책
미국발 금융위기에 의한 글로벌 경기침체로 해상 물동량이 크게 줄면서 선사들이 사활을 걸고 집화경쟁에 임하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지난 수년간 초호황기를 구가했던 유럽항로의 경우 갑작스레 닥친 시황악화로 운임이 가파르게 폭락하자 선사들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아울러 유럽에서도 미주와 같이 동맹체제가 깨지면서 선사들마다 단독운항과 독자 운영체제의 구축을 위해 시장에서의 입지확대를 위한 치열한 생존경쟁이 불을 뿜고 있는 것이다.

세계 유수선사들도 수익성에 있어선 다소 어려움이 있지만 낮은 운임으로 하주들을 확보하면서 호황기시 시장 장악률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운임정책을 펼쳐 나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양쪽이 모두 파국으로 치닫는 치킨게임에 비유할 정도로 요즘 선사들의 운임정책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하주우위 운임시장 형성

한국하주사무국 백재선 사무국장은 “올 들어 하주들로부터 운임과 관련해 불만을 토로하는 전화들이 없는 것으로 보아 해운 운임시장이 호황기와는 달리 하주쪽에 이니셔티브가 주어진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불황기 해운선사들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는 하주로선 상생한다는 의미에서 상호 협력하에 적정선의 운임이 적용되는 합의점에 도달하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세계 유수선사들이 자금력 등을 앞세워 후발주자들이 시장 셰어를 높이지 못하도록 불황기에 낮은 운임 정책을 지속적으로 펴나갈 것으로 보여 후발업체들의 집화활동은 갈수록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주입장에서도 불황기에 낮은 운임을 적용받아 물류비를 최대한 절감해 상품 경쟁력을 높이려 할 것이 자명하다.
지난 해운호황기중 고유가로 인해 높은 해상운임을 지불하는 것은 물론 유가 연동제의 유류할증료 정책으로 상당액의 서차지를 부담했던 하주들은 불황기가 운임인하의 적기임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따라서 세계 주요선사의 운임인하정책과 하주들의 운임인하요구에 후발주자들이나 신생업체들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북미항로의 경우 5월말로 하주와 SC를 체결해야 하는데, 선사측은 현재 사업계획마저 제대로 수립하지 않은 상황에서 6월로 SC체결을 연장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하주들은 운임이 급락하고 있는 이때 하루라도 빨리 올 운임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선사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미항로 SC체결 시기도 관심

현재로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예측이지만 호·불황기가 있는 해운경기에서 갑작스레 경기가 살아날 수도 있다는 판단이 서기 때문이다.

올 1분기에 적용할 운임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는 유럽 노선 하주들은 국내 선사들에 운임을 낮추라고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주 노선의 큰 손 하주들은 올 초부터 SC(Service Contract)체결을 유리하게 끌기 위해 5월 이전에 계약을 마무리 짓자는 메시지를 계속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아시아~북미간 컨테이너 운임은 수익성을 위협할 정도로 추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호황기 고유가시절엔 피크 시즌 서차지와 함께 각종 수수료가 해운운임 급등세의 장본인이었는데 지금은 그러한 수수료 적용이 불가한 시황으로 일반해상운임에 수수료를 포함해 일괄 적용하고 있어 유류할증료나 통화할증료 등 수수료 개념이 많이 퇴색해 버렸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지적이다.

세계 최대 물동량이 몰리는 중국에서 춘제(설 연휴)가 끝나는 2월 이후 스팟 물량이 쏟아지더라도, 운임의 급속한 하락으로 인해 수익성에 큰 도움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해운시황 악화로 운항을 중단한 채 정박해 있는 빈 컨테이너선도 급증하고 있다.

프랑스계 해운컨설팅 업체인 ASX 알파라이너는 지난 5일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운항을 중단한 컨테이너 선박이 세계 컨테이너 선대의 약 4.5%에 달하는 총 210척,43만TEU(20피트 컨테이너)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했다. 작년 11월 말 115척,27만TEU보다 한 달여 만에 100여척가량 늘어난 수치다. 외환위기 당시에도 운항 중단 컨테이너선 비중은 3~4%대에 불과했다.

덩치가 작을수록 멈춰 선 배가 많았다. 1,000~ 2,000TEU급 선박과 1,000TEU급 이하 선박이 각각 68척과 52척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5,000~7,500TEU급 선박은 24척,7,500~1만TEU급의 대형 컨테이너 선박은 7척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머스크라인은 최근 항로 구조조정으로 6,500TEU급 컨테이너선 8척을 올 5~6월까지 계선(繫船·운항을 중단하고 항구에 정박하는 것)하기로 결정했다. 해운업계는 선사별로 운항을 중단하는 선박이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컨테이너선 공급이 수요를 웃돌면서 하주들의 운임 인하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국적선사 한 관계자는 유럽항로 운임은 작년 초 FEU당 2,000달러가 넘었는데 지금은 반토막 수준도 안된다고 푸념했다. 유럽항로의 경우 해적위험으로 인해 보험료가 상승돼 20달러의 해적관련 위험 서차지를 받고 있으나 이마저도 적용이 어려운 시황을 맞고 있다.

세계 유수 해운업체 관계자는 “해상운임이 지속적으로 떨어져 바닥권에 도달했다는 인식이 확산되자 하주들이 조기 협상과 계약을 앞 다퉈 요구하고 있다”며 “이번 어려움을 이겨내면 글로벌 해운기업으로서 입지를 탄탄히 굳힐 수 있어 하주들의 요구를 어떻게 처리할지 다각도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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