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15 19:46
논단/ 영국런던 해사중재절차의 문제점
법무법인 화우 정해덕 파트너 변호사/법학박사
■ Miranda Rose호 중재판정 사례를 중심으로
<9.22자에 이어>
(2) 적절한 송달방법 및 방어권 보장의 문제
뉴욕협약 제5조 제1항 나호에 의하면, 중재판정이 불리하게 원용되는 당사자가 중재인의 선정이나 중재절차에 관하여 적절한 통고를 받지 아니하였거나 또는 기타 이유에 의하여 방어할 수 없었던 경우에는 집행국 법원이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을 거부할 수 있게 되어 있는바, 이 규정의 취지는 위와 같은 사유로 당사자의 방어권이 침해된 모든 경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방어권 침해의 정도가 현저하게 용인할 수 없는 경우만으로 한정되는 것이라고 해석되고, 또 중재당사자의 방어권 보장은 절차적 정의실현과 직결되어 공공의 질서의 일부를 이루는 것이므로 이는 집행국 법령의 기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0. 4. 10. 선고 89다카20252 판결 등 참조).
피고는, 이 사건 1차 중재절차의 중재인들이 피고로부터 적법한 대리권을 수여받은 적이 없는 법무법인 H에게 관계서류를 팩스 등으로 송달한 후 일방적으로 위 중재절차를 진행하였고, 피고로 하여금 극히 짧은 기간 내에 답변서를 제출하도록 명하였으며, 나아가 피고가 C로펌에 송금한 변호사 보수가 원고에 의해 압류됨으로써 피고는 적시에 위 중재절차에 응할 수 없었는바, 이러한 사정을 피고가 위 중재절차에 관하여 적절한 통고를 받지 못하였거나 방어권을 침해받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 여부가 검토되어야 한다.
특히 이 사건의 경우 법무법인 H는 중재사건에 대한 위임을 받은 바 없으며, 송달방법에 대하여도 계속적으로 이의를 하였는바, 중재인의 일방적인 팩스송달이 적절한 것인지, 이러한 것들이 대한민국법상 공서양속에 반하는지 여부도 검토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3) 중재기관 구성 및 중재절차의 문제
뉴욕협약 제5조 제1항 라호는, 중재기관의 구성이나 중재절차가 당사자 간의 합의와 합치하지 아니하는 때 또는 이러한 합의가 없는 경우 중재를 행하는 국가의 법령에 합치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집행국 법원이 중재판정의 승인과 집행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중재합의에 의하면, 중재절차는 3인의 중재인에 의하여 진행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1차 중재절차는 제3의 중재인이 선임되지 아니한 채 2인의 중재인에 의하여만 진행되다가, 중재판정 이틀 전에야 비로소 제3의 중재인이 선임되었는바, 이는 중재기관의 구성이나 중재절차가 당사자 간의 합의에 합치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고, 나아가 이 사건 2차 중재판정도 위와 같이 위법한 이 사건 1차 중재판정에 터잡은 것이므로, 뉴욕협약 제5조 제1항 라호 소정의 거부사유가 있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또한, LMAA 규칙 제8조에 의하면, 중재부가 3인으로 구성되도록 된 경우 각 당사자는 각자의 중재인을 한 명씩 선임하고, 위와 같이 선임된 2인은 실체에 관한 심리가 이루어지기 이전이라면 언제든지 또는 중재와 관련하여 위 중재인들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는 즉시 제3의 중재인을 선임할 수 있고, 제3의 중재인이 선임되기 이전이나 제3의 중재인이 공석인 경우 위 2인의 의견이 일치한다면 위 2인은 중재판정 등을 내릴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이 사건의 경우 제반정황에 비추어 볼 때 제3의 중재인이 선임되기 전에 이 사건에 관한 실체적인 심리가 상당부분 진행되었던 것으로 보이며, 상식적으로 제3의 중재인 선임 후 2일만에 중재인 전원이 그 때부터 실체적인 심리를 진행하여 장문의 중재판정을 내린 것으로는 도저히 볼 수 없으므로 결국 이 사건 제1차 중재절차는 중재판정부의 구성이나 중재절차에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4) 중재판정의 구속력 문제
뉴욕협약 제5조 제1항 마호는 중재판정이 당사자에 대한 구속력을 아직 발생하지 아니하였거나 판정이 내려진 국가의 권한 있는 기관 또는 그 국가의 법령에 의하여 취소 또는 정지된 경우에는 집행국 법원은 중재판정의 승인과 집행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구속력이 발생하는 때'라 함은 통상의 불복절차에 의하여 불복가능성이 없어진 때라고 봄이 일반적이다.
이 사건 1차 중재판정은 책임 및 손해액 등에 관하여 다툼이 없는 부분에 관한 중간판정이다. 따라서, 항소 등 통상의 불복절차가 예정되어 있지 아니하고, 위 중간판정이 보전처분 등과 같이 잠정적인 성격을 갖는다고 볼 수도 없어 위 중재판정은 구속력이 발생하였다고 볼 수도 있어 보이나, 피고는 1996년도 영국 중재법 제68조 제2항 (a)에 따라 이 사건 1차 중재판정에 관한 취소소송을 제기하였으므로 이러한 중재판정에 과연 구속력을 부여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5) 대한민국 공서양속위반의 문제
뉴욕협약 제5조 제2항 나호에 의하면 중재판정의 승인이나 집행이 그 국가의 공공의 질서에 반하는 경우에는 집행국 법원은 중재판정의 승인과 집행을 거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중재판정이나 승인이 집행국의 기본적인 도덕적 신념과 사회질서를 보호하려는데 그 취지가 있다 할 것이므로 그 판단에 있어서는 국내적인 사정뿐만 아니라 국제적 거래질서의 안정이라는 측면도 함께 고려하여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0. 4. 10. 선고 89다카20252 판결 등 참조).
외국중재판정의승인및집행에관한협약 제5조 제2항 (나)호에 의하면 중재판정의 승인이나 집행이 그 국가의 공공의 질서에 반하는 경우에는 집행국 법원은 중재판정의 승인이나 집행을 거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중재판정의 승인이나 집행이 집행국의 기본적인 도덕적 신념과 사회질서를 해하는 것을 방지하여 이를 보호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 할 것이므로, 그 판단에 있어서는 국내적인 사정뿐만 아니라 국제적 거래질서의 안정이라는 측면도 함께 고려하여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며, 외국중재판정에 적용된 외국법이 우리 나라의 실정법상 강행법규에 위반된다고 하여 바로 승인거부의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고, 해당 중재판정을 인정할 경우 그 구체적 결과가 우리 나라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할 때에 한하여 승인 및 집행을 거부할 수 있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같은 취지: 대법원 1995. 2. 14. 선고 93다53054 판결).
이 사건의 경우 피고는 원고가 피고의 재산상태 등에 관하여 중재인들을 기망하여 이 사건 1차 중재판정을 편취하였고, 이 사건을 담당하던 법무법인 H의 J 변호사는 2006. 9. 28. 부친상을 당하여 2006. 10. 2.까지 부재중이었으며, 2006. 10. 3.는 개천절이고 2006. 10. 5.부터 2006. 10. 8.까지는 추석연휴기간으로 법정 공휴일이었고, 다른 담당 변호사인 L 변호사도 그 무렵 휴가 중이었는바, 위와 같은 기간에 급박하게 피고에게 답변서 제출을 요구하고 피고의 요청에 따라 급히 제3의 중재인을 선임한 후 이틀만에 중재판정을 내린 것은 절차적으로 중대한 위법이 있어 대한민국의 공서양속에 반하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끝>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