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02 10:23
화물장치료의 부담 주체는 하주다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국토해양부 고문변호사
■ 대법원 2001. 10. 9. 선고 2001 두 3068 판결
【원고ㆍ상 고 인】 D 주식회사
【피고ㆍ피상고인】 P 수산청장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9.8자에 이어>
1. 들어가며
선박으로 운송을 하게 되면 화물을 내륙으로 옮겨야 하는데, 이러한 장소가 부두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정책적으로 부두 시설을 이용하는 것은 편의시설을 갖추고 이를 이용하게끔 하는 국가의 배려라 할 것이며, 이에 따라 당해 설비를 관리하는 국가기관에서는 이에 따른 비용을 징수하게 된다. 즉, 컨테이너 야드의 이용뿐아니라 기타 통관 후 내륙 운송에 이르기 전까지 항만 시설을 이용하게 되며 이러한 비용을 징수하게 되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항만하역사업자가 하주를 대리하여 화물을 화물장치료 징수대상 시설까지 운반하게 되는데, 실무적으로는 항만하역사업자가 자신을 신청인으로 하여 사용 허가 신청을 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즉, 항만의 사용허가 신청을 한 주체는 항만하역사업자이므로, 이에 따른 사용료 역시 항만하역사업자가 져야 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고, 실질적으로 항만시설을 사용하는 주체는 하주라 할 것이므로 사용료를 하주가 져야 한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사안은 이러한 점에 대하여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데, 원심과 대법원의 의견이 각기 상이하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각 급 법원의 판결 요지를 살펴보고 본 판단에 대하여 간략히 평석을 덧붙여 보기로 한다.
2. 부산고등법원 판결의 요지
부산고등법원은 ‘항만시설사용료 납부의무자는 항만시설 사용허가신청을 하여 관리청으로부터 허가를 받고 그 허가받은 내용에 따라 항만시설을 사용하는 자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항만시설사용료(화물장치료)의 납부의무자는 위 항만시설사용자인 원고라고 하면서, 나아가 원고가 개별 하주의 수요에 따라서 그들을 대리 또는 대행하여 피고로부터 항만시설사용허가를 받았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피고가 그러한 사정을 알고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에게 항만시설 사용료 납부 책임이 있다고 판단,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3. 대법원 판결의 요지
그러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심 판단의 위법을 지적하며, 이를 파기 환송하였다.
가. 원고는 수입화물의 하주가 아니라 항만운송사업법에 의한 항만운송사업면허를 받아 항만하역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으로서 하역계약의 내용에 따라 수입화물을 선박에서 양하하여 화물장치료 징수대상 시설까지 운반하는 과정에서 부두시설을 사용할 뿐이고, 일단 수입화물이 화물장치료 징수대상 시설에 반입된 후에는 하주가 통관절차를 이행하기 위하여 이를 사용하는 것으로서 하주가 수입면허를 받아야만 이를 반출할 수 있어 원고로서는 하주가 이러한 절차를 밟지 않는 한 당해 화물에 관하여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다.
나. 과거부터 항만하역사업자가 개별 하주를 대리하여 화물장치료의 징수대상 시설에 대한 사용허가신청을 하여 왔고, 비록 “화물장치료 징수대상시설에 대한 사용허가신청은 항만운수사업법에 의한 항만하역사업자가 당해 화물의 하주를 대리하여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한 개정 전 항만규정 제7조 제1항 후단이 1996. 7. 4. 해운항만청고시 제1996-25호로 개정되어 삭제되었다고 하더라도 명문의 금지규정이 없고, 성질상 대리가 허용될 수 없는 것도 아니므로 여전히 항만하역사업자는 하주를 대리하여 위 사용허가신청을 할 수 있다.
다. 원고는 P항에서 항만하역사업을 영위하면서 계속적으로 피고와 이러한 거래관계를 맺어왔고 피고로서도 원고가 개별 하주를 대리하여 일괄하여 원고의 명의로 항만시설 사용허가신청을 하는 것으로 각 해당 하주가 누구인지 쉽게 알 수 있었는바, 이러한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화물장치료의 징수대상이 되는 항만시설의 사용자는 각 해당 하주이고, 원고가 화물의 실질적인 처분권자인 개별 하주의 수요에 따라서 하주를 대리하여 항만시설 사용허가신청절차를 밟으면서 요금 및 수수료 등의 수익을 얻고 있다고 하더라도 항만시설의 사용으로 인한 편익은 화물의 처분권자인 하주가 누리는 것이므로 그 대가인 사용료 역시 하주가 부담하여야 한다.
4. 사 견
항만시설을 관리하는 피고로서는 이를 신청한 자에게 항만시설 사용료를 부과하는 것이 맞다. 신청인의 필요에 의하여 항만시설을 사용하게 한 것이므로, 그에 따른 반대급부 역시 신청인이 지급하는 것이 기본 계약의 원칙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기본적인 원칙에 부합하지 않게 형식적인 이용자인 원고에게 이를 부과하는 것을 위법이라 판단하고 있다.
이는 위 사례에 있어서 그 실질 관계의 파악이 충분히 가능하였고, 관례상 항만하역사업자인 원고가 신청한다는 사실 역시 피고가 알고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즉, 대법원 판시 이유에서 밝히고 있다시피 원고는 항만하역 업무에 종사하는 자일 뿐이고 원고가 항만 작업하는 하주의 필요에 의한 것이며, 또한 원고로서는 화물의 반출조차 못하는 등 이와 같은 실질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보면 항만 시설 사용의 수익 주체는 하주라고 해석함이 합리적이다. 게다가 관행적으로 원고의 입장에서는 대리 신청하는 것이 맞지만, 개별 하주가 서로 다른 상황에서 이러한 번거로움을 해소하기 위하여 자신의 이름으로 신청하였고, 각 개별 하주를 피고가 알 수 있었는 바, 이와 같은 사정을 고려할 때 형식적으로 항만시설을 이용할 뿐인 원고에게 사용료를 부과하는 것은 행정 편의적인 처분이라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여 파기환송한 것으로 보인다.
두 법원의 입장 모두 그 이론 구성에 큰 잘못이 있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대법원은 실질 관계의 파악이 가능하다면 수익 주체에게 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점을 좀 더 감안하여 판결한 것으로 사료된다. 그러나, 대법원이 원고의 주장을 인용함에 있어서는 몇 가지 선행조건들 즉, 피고가 그러한 사정을 충분히 인지하였음에도 원고에게 사용료를 청구하였다는 점을 고려하여 위와 같은 판단을 하였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할 것이다. 항만시설의 사용에 있어서 가장 좋은 방법은 항만하역사업자가 '하주를 대리하여' 항만사용허가신청을 하는 것이겠지만, 그러한 점이 여의치 않을 경우 위 사례는 사용료의 부담 주체를 선별함에 있어 좋은 선례가 될만한 판결이라 생각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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