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28 09:30

기획/ 복운업계 내년 ‘종합물류서비스·몸집키우기’ 화두

송년특집/ 포워딩업계 콘솔시장을 진단한다
올해 운임 ‘마이너스운임’등 한계치 다다라
신항배후부지 진출·인수합병 등 복운업계 주목



●●● 올 한해 국제물류업의 첨병인 복합운송업체(포워더)들은 시황 약세 속에서 바닥없는 운임하락으로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최근 몇년새 제조기업의 해외이전에 따른 물량감소로 복합운송업계의 운임은 수익한계상황까지 치달았다.

특히 NVOCC(무선박운송인)로 일컬어지는 콘솔(화물혼재) 업계는 바닥을 넘어 마이너스라는 사상초유의 운임까지 옥죄며 올 한해 가시밭길을 걸었다.

◆마이너스운임 여파 ‘시끌’

지난 4월 남중국 및 동남아시아 지역 위주로 마이너스 운임이 시장에 나와 한바탕 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부산-홍콩 노선에 CBM(㎥)당 -5달러의 운임이 시장에 출현한 이후 상하이 및 신강, 싱가포르 -5달러, 자카르타 -10달러, 상하이+홍콩행 화물 -8달러 등으로 확산되면서 업계를 긴장시켰다.

콘솔업계는 이에 대해 대책회의를 갖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며 사태를 예의주시했다. 모락스 및 은산해운항공, 맥스피드, 페어콘, 골드웨이, 앤씨엘 등 콘솔 전문 상위 6개사내에선 운임안정화를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제안까지 나오기도 했다. 협의체 구성은 업체간 이해관계로 성사되지는 못했으나 업계에 저가영업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로 이어졌다.

마이너스 운임은 업체간 운임안정화를 위한 대응과 자정 노력으로 업계 전반에 정착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만 일부 업체는 마이너스 운임을 콘솔의 메인포트라 할 수 있는 홍콩 및 상하이, 자카르타 지역을 중심으로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너스 운임은 수입하주들의 환급금(refund)이 기본전제다. 현재 부산→상하이 화물의 경우 운송사가 현지 수입하주에서 받는 환급금은 CBM당 25달러 가량인 것으로 파악된다. 25피트 컨테이너(TEU) 1개에 25CBM의 LCL(소량화물)을 싣는다고 가정할 경우 운송사는 수입하주에 1TEU의 화물을 들여올 때 총 625달러를 환급금으로 받게 된다. 이 금액으로 해상운임과 셔틀운송료(Drayage charge), 내륙운송료, THC 등을 내게 된다.

현재 상하이행 화물에서 CBM당 25달러는 운송사들이 수익을 내기 위한 마지노선으로 평가된다. 운송원가뿐 아니라 각종 인건비나 회사 운영경비 등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마이너스 운임은 여기서 얼마를 털어 수출하주에 얹어주는 개념이다.

인건비 상승, 환율하락에 따른 수익률 하락 등으로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마이너스 운임은 어찌 보면 경영상 도박이라 할 수 있다. 마이너스 운임을 통해 화물을 대량 유치함으로써 손실분을 만회하겠다는 전략이다.

아직까지 마이너스운임 전략은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몇몇 포워더들이 마이너스운임으로 영업에 나섰지만 대다수 복운업계는 이를 업계 공멸의 단초로 보고 동참을 거부하고 있다. 마이너스운임을 선언했던 포워더중 일부는 경영악화를 이기지 못하고 운임을 다시 올리기도 했다.

마이너스 운임은 업계 저변으로 파고들지는 못했지만 그 여파는 부대운임(other charge) 하락으로 이어졌다. 마이너스 운임이 나타났던 항로의 경우 기존 시장운임은 기본운임은 없고 부대운임 3천원만 받는 식이었다. 하지만 마이너스 운임의 영향으로 부대운임이 1천원으로 하락하더니 최근 들어선 이마저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계산서가 필요치 않은 ‘노계산서’ 운임인 셈이다. 그나마 THC나 내륙운송료 등의 명목으로 받았던 부대운임 마저 포워더가 자체 흡수하는 식이어서 매출액 대비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늘어나게 됐다.

◆부대운임 하락 ‘손실분 커’

이를 두고 A사 관계자는 “상하이, 홍콩의 경우 월간 5천CBM을 처리한다고 했을 때 부대운임 3천원을 받다가 노계산서로 거래를 할 경우 연간 2억원 가량의 손실을 입게 된다”고 말했다.

수출화물 운임이 떨어지는 것과 반비례해 수입화물에서의 환급금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수출화물 하주들에게 받던 운임을 깎아주다보니 자연스레 수입하주들이 지불해야 하는 환급금 폭도 올라가는 이치다.

현재 상하이→부산간 수입화물의 경우 CBM당 25달러의 환급금을 한국 수입하주가 지불하고 있으나 최근 들어 중국 운송사들이 30달러로 올려 줄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운송사들은 1달러에도 거래선을 바꿀 만큼 환급금에 강한 집착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CBM당 5달러를 더 받으면 컨테이너 1개당 150달러의 추가수익을 얻게 돼 직원 1명분 인건비를 건질 수 있다.

중국은 환급금 거래의 온상으로 지적된다. 중국 포워더들은 전세계 포워더들을 상대로 환급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원동력이라 할 만큼 중국발 물량의 점유율이 막대한 상황에서 파트너들은 이를 안들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때문에 환급금에 의한 포워딩 시장 혼탁화는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중국과 거래하는 대부분 국가의 포워더들이 중국 포워더의 횡포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

상황이 이렇고 보니 복운업계에선 한·중간 수입노선의 경우 10CBM이 넘어가는 화물은 콘솔보다 컨테이너 박스단위 화물(FCL)로 전환하는 것이 수익이 남는다고 하소연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콘솔로 운송을 진행할 경우 10CBM이면 수입하주가 지불해야 하는 환급금은 총 250~300달러지만 일반 컨테이너 박스단위로 운송하면 해상운임 및 THC 등에 200달러 가량만 지불하면 되기 때문이다.

복운업계의 치열한 저가운임전략은 이를 실제 운송하는 선사들에게까지 타격을 주고 있다. 아시아 역내 선사들의 경우 부산→상하이 해상운임이 최근 들어 100달러에서 50달러로 하락했다고 울상을 짓고 있다. 일부 중국 선사들의 경우 제로운임으로 화물을 실어나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포워더들이 덤핑영업으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조금이나마 수익을 짜내기 위해 선사들을 상대로 해상운임 인하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미나 유럽 등의 원양 노선은 물동량이 크게 늘면서 포워더들의 운임인하 요구가 시장에 반영되지 않는다지만 물동량에 비해 선복량이 지나치게 과잉인 한중항로의 경우 선사들이 포워더의 이같은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선사들은 채산성 악화를 눈뜨고 지켜보면서도 ‘울며 겨자먹기’로 해상운임을 깎아주고 있는 입장이다.

◆내년 유럽항로 해상운임 ‘큰걱정’

그렇다면 복운업계의 내년 시황전망은 어떨까?
복합운송업체들은 중국이나 홍콩, 동남아항로는 바닥운임이 지배하는 상황에서 업체들의 경영난이 갈 수록 가중되는 한편 유럽이나 미주등 원양항로는 선사들이 내년 한해 줄줄이 운임인상을 계획하고 있어 복운업계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유럽항로는 올해 물동량 폭증을 바탕으로 선사들이 강한 운임인상드라이브 정책을 고수하면서 시장운임이 TEU당 4천달러선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반면 유럽항로 주요 콘솔 항로인 부산→펠릭스토우·함부르크항의 경우 CBM당 운임은 50달러선이다. TEU당 35CBM을 빡빡하게 채운다 해도 컨테이너 1개당 2천달러가 안될 만큼 해상운임과 비교해 콘솔운임 수준은 턱없이 낮다.

선사들은 내년에도 1월부터 TEU당 200달러의 운임인상을 시작으로 4월과 7월, 9월 4차례에 걸쳐 운임을 인상키로 계획하고 있다. 복운업체들이 선사들의 운임인상분을 하주들에게 제대로 청구하지 못하면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자칫 물동량 집화에 혈안이 돼 인상분을 자체흡수 하려다간 회사경영의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복운업체들이 하주들 요구를 묵살할 수도 없어 어려운 상황이다. 복운업계가 업체들의 난립으로 공급과잉인 상태이다보니 운임협상에서 수세적 입장에 설 수밖에 없는 상황. 또 대부분의 업체들이 월드와이드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어 딱히 특화서비스가 없다는 점도 복운업체들이 저가운임 경쟁으로 갈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고 있다.
복운업계는 이 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해 갖가지 해법을 구상하고 있다. 신항 배후단지 진출이나 종합물류서비스, 업체 몸집키우기 등이 그것이다.

지난해(2006년) 11월 모락스, 맥스피드, 골드웨이, 범한판토스 등은 부산 신항 배후물류단지 3단계 입주기업으로 선정됐다. 이들은 내년말 부지조성이 마무리되면 물류시설 건립을 위한 투자를 시작해 2010년 하반기부터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은산해운항공도 계열사 은산물류창고를 통해 양산 물류센터에 이어 신항 인근인 녹산공단에 두번째 물류창고를 짓고 있다. 지난 6월 착공된 물류센터는 연말께 총 2만1780㎡(6600평) 규모로 완공돼 은산해운항공의 물류업무에 활기를 불어넣을 전망이다.

이에 앞서 대우로지스틱스는 일찌감치 1단계 배후물류단지 운영사로 선정된 이후 일본 물류기업들과 합작으로 연면적 1만6455㎡ 규모의 물류센터를 완공하고 지난 7월 최초로 신항 물류센터를 가동했다. 2009년부터 신항이 활성화되면 이들 기업들은 신항의 풍부한 배후부지를 활용한 3자물류 서비스가 가능하게 된다.

또 올해 11월6일 선정된 3차 종합물류인증기업에 맥스피드와 선진해운항공, 해우지엘에스 등이 낀 것도 눈에 띈다. 글로비스나 범한판토스와 같은 대형 물류기업들과 함께 종합물류기업 인증 대열에 합류했다는 것은 그만큼 포워더들이 종합물류서비스에 방점을 찍었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콘솔업계 ‘판도변화’ 주목

한편 은산해운항공이 동서콘솔리데이션을 인수할 계획이어서 이후 콘솔사 등 복운업계의 합종연횡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12월 중순께 은산해운항공은 동서해운과 동서콘솔리데이션의 인수를 확정지었다. 은산해운항공 양재생 사장과 동서해운 서영택 사장이 과거 동서해운 시절 함께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두터운 친분을 쌓고 있어 이번 인수합병(M&A)이 무리없이 진행된 것으로 관측된다.

동서콘솔리데이션은 지난 2005년 3월 동서해운이 콘솔 강화를 위해 전략적으로 설립한 회사로 설립 3년만에 은산해운항공으로 간판을 바꿔달게 됐다. 동서해운은 동서콘솔리데이션의 경영성과가 기대에 못미치자 매각을 결심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M&A 협상 초기 은산해운항공의 지분참여도 논의됐으나 매각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콘솔사중 유일하게 부산 거점의 기업이었던 은산해운항공은 동서콘솔리데이션 인수로 부산과 서울 2곳에 거점을 두고 명실공히 콘솔업계 톱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은산해운항공은 2000년대 들어 ‘해상수출 하우스 B/L 건수’부문에서 빠른 성장을 이뤄왔다. 최근엔 모락스를 바짝 뒤쫓으며 2위 자리를 고수해왔다.

은산해운항공은 동서콘솔리데이션을 인수함에 따라 HB/L 건수 부문에서 모락스를 제칠 것이 유력시 되고 있다. 은산해운항공의 올해 상반기 실적은 2만1800건으로 2만3천건의 모락스에 1200건 가량 뒤져 있었다. 하지만 같은기간 동서콘솔리데이션의 실적 8500건을 합산할 경우 3만300건으로 모락스를 여유있게 따돌리고 콘솔업계 1위 자리에 오를 수 있다.

두 회사 이전에도 복운업계에서 몸집키우기를 위한 M&A건은 여러 차례 있었다. 지난 2005년 피지엘과 와이드해운항공이 합병돼 트러스트앤베스트(TNB)로 출범했고 신세계마리타임과 이라인이 페어콘으로 하나됐다. 또 코스타해운항공이 유일해운항공을 인수한 바 있다.

하지만 은산해운항공의 동서콘솔리데이션 인수는 업계 10위권내 기업들의 결합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이후 복운업계가 살아남기 위한 ‘헤쳐모여’를 시작할지도 내년 업계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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