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2-22 16:11

특집 기획/ "포워딩의 꽃은 시들었다"

콘솔업계 초저운임 시황에 막다른 골목에 내몰려
사상초유 ‘마이너스 운임’도 등장…수익성 회복에 머리 맞대야


●●● 복합운송업계가 흔들리고 있다. 누누이 지적돼온 제조기업의 해외이전에 따른 물량감소와 운임 하락, 거기다 환율까지 계속 떨어지면서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포워딩의 꽃이라 불렸던 콘솔(화물혼재) 시장은 상황이 더욱 심해 업체들마다 더이상 버틸수 없을 정도로 운임이 떨어지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콘솔 시장에서 해상수출화물의 부대운임 징수는 옛말이 됐다. 부대운임은 이제 콘솔사가 대신 내는 운송원가가 되고 말았다. 수출화물 운임의 하락에 더해, 수입화물 운송에선 상대국 파트너에 주는 환급금(Refund)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콘솔시장은 운임을 쥐어짜서 수익을 챙겨야 그나마 수지를 맞추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이처럼 콘솔사들의 경영난이 가중되는 가운데에서도 수출화물 운임이 바닥을 보이지 않고 떨어지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이에 대해 업계는 업체난립과 함께 언젠가부터 자리잡기 시작한 ‘주고받기’(Give & Take)식의 콘솔운송형태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2000년대 들어오면서 정착하기 시작한 ‘주고받기’ 관행에 따라 수입화물 유치를 위해 포워더들은 그에 상응하는 수출화물을 반드시 상대국 파트너에 보장해줘야 한다. 결국 수출화물은 더많은 수입화물 창출을 위한 방편으로 기능하고 있다.

예전같이 인맥이나 서비스 퀄리티에 따른 파트너 관계는 찾아 볼 수가 없다. 오로지 화물과 화물의 교환을 위해서만 파트너 관계가 성립한다.

이에 따라 콘솔사들은 상대방 파트너들로부터 많은 양의 수입화물을 유치하기 위해 한국에서도 그에 맞는 수출화물 집화에 혈안이 될 수밖에 없게 됐고, 결국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인하된 운임으로 화물영업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수출화물 운임의 폭락세는 중국과 홍콩, 동남아등 이른바 아시아 주요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세계의 생산공장이라 할 수 있는 중국을 비롯해 주요 공장들이 들어가 있는 동남아 시장에서 나오는 수입화물을 타깃으로 많은 포워더들이 몰리면서 치열한 경쟁을 야기했고, 결국 이 지역의 대형 파트너를 유치하기 위해 국내 포워더들은 이전 투구의 단가경쟁이란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소위 ‘총알’이라 할 수 있는 수출화물 집화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수입 환급금은 오르고 수출운임은 바닥

중국이나 홍콩 운송시장은 파트너에 지급하는 환급금 인상으로도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의 경우 현지 파트너들은 자신들의 수입화물에 대해 환급금을 지속적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하며 국내 포워더들을 옥죄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대형 파트너 유치에 공을 들이는 국내 포워더들의 경우 중국 파트너들이 환급금을 올려주지 않으면 파트너십을 파기하겠다고 엄포를 놓을 경우 대부분 ‘울며 겨자먹기’로 수용을 하고 만다.

때문에 중국 상하이→한국간 수입화물의 경우 현재 1CBM(㎥)당 대략 25~28달러 가량의 환급금이 중국 파트너에 지급되고 있다. 작년보다 무려 10달러 정도가 오른 수준이다. 이는 곧 대중국 물량 점유율이 많은 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원인이 되고 있다. 20피트 컨테이너(TEU)에 25CBM의 LCL(소량화물)을 싣는다고 가정할 경우, TEU당 650~700달러 가량의 환급금이 고스란히 중국에 넘어가는 웃지못할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콘솔업계 한 관계자는 “내년엔 30달러대를 넘어서지 않는다고 장담 못한다”고 말했다. 지금도 조금씩 환급금이 인상되고 있는 실정이고 경쟁구도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발 수입화물도 CBM당 18~20달러의 환급금이 상대 파트너에 지급되고 있다. 20피트 1개 컨테이너를 수입해올 때마다 500달러가 추가적으로 홍콩 파트너에 넘어가는 것이다. 이 모든 환급금은 수입하주들의 몫이다. 결국 “돈 벌어서 다 중국에 퍼준다”는 한 복운업체 관계자의 말이 결코 농담이 아닌 상황이다.

수입화물의 환급금은 인상되는 반면 수출화물 운임은 0달러대를 넘어 이제 그야 말로 하주에 운임을 도로 얹어주는 이른바 마이너스 운임까지 시장에 나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03년께 중국 복운업계에서 수출화물 운송에 마이너스 운임이 확산되고 있다는 말이 나온지 3년이 지나 국내 포워딩 시장에도 이같은 운임 형태가 파고 들고 있는 것.

◆마이너스 운임, ‘제살 깎아 하주 주는 격’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마이너스 운임이 성립될 수 있을까?

부산→홍콩 화물의 경우 운송비는 해상운임 300달러와 내륙운송비(Drayage Charge) 100달러등 총 400달러가 소요된다. 물론 부대운임인 THC 및 CFS차지(cbm당 각각 5달러)등은 포워더들이 자체 해결하는 것을 전제로 해서다.

포워더들은 수출화물에 대해 하주엔 운임을 안받는 대신, 수입화물에서와 마찬가지로 홍콩 파트너로부터 환급금을 받게 된다. TEU당 400달러의 해상운임을 보전하기 위해선 대략 CBM당 16~18달러 가량 환급을 받아야 한다.

이럴 경우 수출하주들은 공짜로 운송을 하게 되고 부대운임을 자체 해결한 포워더 입장에선 THC와 CFS차지등 1CBM당 10달러를 밑지게 된다. 이것이 종전까지 마이너스 운임의 개념이었다. 이같은 형태는 실질적으론 0달러 운임이지 마이너스 운임은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 등장한 마이너스 운임은 그야말로 수출하주에게 화물을 자사에 맡긴데 대한 답례로 얼마씩을 되돌려 주는 개념이다. 홍콩행 수출화물의 경우 파트너로부터 CBM당 16달러 받는 환급금을 20달러로 올려받아 남는 차액으로 부대운임을 상쇄하는 대신 하주에 재환급해주는 것이다.

인건비 상승, 환율하락에 따른 수익률 하락 등으로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같이 마이너스 운임으로까지 화물을 집화하는 일부 포워더에 대해 수익성 대신 화물집화에만 골몰해 콘솔 시장을 혼탁하게 만드는 주범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큰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하겠다.

◆NVOCC 자긍심 ‘옛말’

복운업계 일부 관계자들은 운임시장의 혼탁화는 80년대에 처음 국내에 도입돼 포워딩업계의 발전을 이끌어던 콘솔업계가 쇠락의 길로 들어서게 하는 단초가 됐다고 지적한다.

90년대 들어 포워딩 업체수가 하나둘씩 늘어나면서 콘솔이란 새로운 운송상품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콘솔 전문사들은 기존 FCL중심의 운송이 아닌 LCL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함으로써, 실하주 영업이 아닌 복합운송업체들만을 대상으로 한 영업으로 CBM당 수익을 내면서 발전했다. 콘솔사들이 NVOCC(무선박운송인)로서 기능하면서 포워딩업계의 저변을 넓힌 것이다.

하지만 90년대 중반까지 CBM당 20달러를 웃돌던 부산→홍콩 해상수출화물 운임이 97년에 5달러로 폭락한 이후 2002년 0달러 등장에 이어, 이른바 하주에 사례비를 주는 마이너스 운임까지 나타나게 된 상황에서 콘솔업계의 발전은 요원한 상황이 됐다.

마이너스 운임형태는 수익성 악화의 주범일 뿐 아니라 리베이트의 성격이 짙어 자칫 복운업계에 멍에가 될 수 있다는 데에서도 문제는 심각하다. 지난 2004년 국가청렴위원회에서 복운업계를 리베이트의 온상으로 지목해 논란이 일었던 점이 있었던 만큼 수출하주에 환급해주는 운임형태가 국내 복운업계에 정착될 경우 제도적인 제재가 뒤따를 개연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같이 마이너스 운임, 환급금 인상등으로 복운업계의 경영난은 가중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운임하락세가 본격화된 2004년에 집계된 복운업체들의 자본금 규모는 1999년과 비교해 늘었으나 매출액규모는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운업체중 자본금 11조원 이상의 비율은 1999년 6.9%에서 2004년 8%로 증가했다. 반면 매출액규모는 50억원 이상의 비율이 1999년 18.1%에서 2004년 4.9%로 급감했다.

또 한국복합운송협회에 따르면 2003년 협회 회원사들이 취급한 물량은 전체 114만1827TEU로, 전년에 비해 22.6% 늘어났으나, 복운업체들의 수익원인 취급 수수료는 전년보다 11% 감소한 2억2354만7천달러로 집계돼 운임하락에 따른 수익성 후퇴를 엿볼 수 있다.

◆초저운임 시황 타개책 ‘글쎄’

그렇다면 이같이 초저운임 시황을 타개할 묘안은 있을까?

이에 대해 업계는 현재 상황으로선 딱히 해답이 없다는 것이 정답이라고 말하고 있다. 등록제 전환 이후 업체의 기하급수적인 증가에 따른 경쟁 격화로 현재의 저운임 시대가 야기된 만큼 시장논리에 따른 업체수 정리가 되지 않는 이상 운임회복에 대한 기대는 요원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시장 기능에 따라 자체 정화되기만을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 어느 한 주체가 나서 운임하락에 대한 업계 자성을 촉구하고 하락 방지를 도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2002년에 포워더 단체인 한국복합운송협회에서 콘솔사 사장단이 모여 운임 하락에 대해 머리를 맞댔던 것처럼 업체들의 각성과 덤핑자제를 요구하는 방법이 모색돼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당시 사장들간 회의에서도 업체들간 관점의 차이만 확인했을 뿐 결국 무위로 끝나고 말았기 때문이다. 사장단 회합 이후 포워딩 업계는 더욱 심한 경쟁구도로 들어섰다.

업계에선 운임하락으로 늦어도 3년내에 복운업계의 지각변동이 있을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를 통해 업체수의 정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콘솔시장 운임 하락을 주도하고 있는 모(某)업체는 소규모로 운영되는 중소포워더들의 합종연횡을 통해 업계가 정리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업체수가 정리돼서 운임이 다시 오른다 해도 수익성이 상승하면 등록제하에선 언제든지 현재와 같이 포워딩업체들이 난립할 수 있기 때문에 업체 정리가 반드시 해법이 될 수는 없다는 반론도 있다. 결국 업체 정리와 함께 제도적인 등록기준 강화가 뒤따라야 한다는 얘기다.

◆“콘솔만으론 힘들어…”실하주 개발등 사업 다변화 해야

초저운임 시대를 맞아 복운업계의 활로에 대한 고민도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젠 종전과 같이 콘솔, 실하주영업등 한가지로만 국한된 사업형태로선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하고 있다. 내륙운송이나 ISO탱커운송, 남들이 개발하지 못한 지역으로의 운송등 특화된 자신들만의 노하우를 개발하는 것을 비롯해 콘솔사들은 실하주 개발도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실하주 개발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대형 제조기업들이 대부분 자회사 물류기업을 보유하고 있는 형편이어서 이 또한 갈 수록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하주 중심의 포워더들은 운임하락보다 대기업들의 물류자회사 설립이 더 골칫거리라고 성토하기도 한다.

현재 계열사 혹은 친인척 관계에 따른 전담 물류회사를 갖고 있는 대기업은 삼성, LG, 현대자동차, 롯데, GS, 두산, 신세계, CJ, 대림, 효성, 한솔, 금호타이어, 동부건설, 대우등 국내 내로라 하는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이와 관련 복운업계 한 관계자는 “제조기업들이 물류자회사를 하나 만들면 그 기업에 연관돼 있던 여러 포워더들이 영업에 큰 타격을 받게 된다”며 “제조기업들이 해외로 이전해서 가뜩이나 로컬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점점더 토종포워더들의 설 곳이 좁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복운업계는 활로를 위해 제조업체들의 해외이전을 겨냥해 이들 기업이 많이 나가 있는 중국이나 베트남 등의 삼국간 네트워크 구축등 글로벌 전략도 이젠 필수가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것도 단시간에 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거니와 상당한 자본이 소요되는 것이어서 가뜩이나 초저운임 시황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국내 포워딩 업체들엔 이래저래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복운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운임하락은 중국간 수출입 화물이 대부분인 만큼 중국과 같이 경쟁이 치열한 지역보다는 오지로 분류되는 남미나 아프리카, 혹은 제3의 지역으로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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