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19 17:57

물류보안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

미국 중심으로 통합체계로 변신…국내 대응 서둘러야

우리나라 물류업계 물류보안 인식 떨어져


●●● 2001년 9.11 테러 이후 해운·항만 등 국제물류 전반의 보안 강화가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북한 핵실험 사태가 불거지면서 물류보안에 대한 중요성이 다시한번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 부처 간에 통합 물류보안정책이 없고 민간업체들의 보안제도에 대한 인식도 떨어져 문제로 지적된다. 건교부가 항공보안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을, 해양수산부가 국제선박 및 항만시설의 보안에 관한 규정을 시행하고 있으나 전 운송 구간을 통합적인 차원에서 규율하는 제도가 없는 실정이다. 또 지난해부터 동북아 최첨단 지능형 U 포트 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나 이 같은 시스템은 국제적으로 요구되고 있는 물류보안표준과 서로 달라 향후 시스템 통합과 정보 교환 등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특히 일부 부처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국제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물류보안제도에 대한 이해가 턱 없이 부족하고, 정부와 민간 부문의 협력 체제도 구축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미 LA항 ‘방사능 폭탄’ 테러시 47억불 손실

컨테이너 화물의 국제적 이동을 고려할 때, 화물의 생산지에서 최종 소비자에 이르는 모든 구간이 테러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2002년 부즈 앨런 해밀톤 워 게임 시나리오에 따르면 , 미국 LA 항만 및 사바나 항만에서 방사능 폭탄(Dirty Bomb)이 발견돼 항만이 4주 동안 운영이 중단될 경우 47억달러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산정됐다. 이 같은 테러는 미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지역에도 영향을 미쳐 아시아 경제성장률이 0.4% 정도 하락하고, 특히 홍콩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의 경우 성장률이 1.1%나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물류보안제도는 테러 방지뿐 아니라 화물운송시간 29% 단축, 수송상의 문제 해결시간 31% 단축, 화물의 도난 37% 감소라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은 자국으로 대량살상무기(WMD) 등이 밀반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2002년 1월부터 컨테이너 보안 협정제도(CSI)를 마련해 시행 중에 있다. 미국은 컨테이너 보안 협정의 적용대상으로 미국행 화물을 대량으로 선적하는 세계 20대 항만을 우선 선정했으며, 이 협정을 체결한 국가는 전 세계 주요 항만국을 포함하고 있다. 이들 항만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컨테이너 화물량은 미국 전체 수입물량의 68%를 차지한다.

CSI에 가입한 국가는 북미와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및 중남미 등 26개 세관 당국과 협정을 맺었으며, 미국은 2006년 회계연도 말까지 CSI 시행 항만을 50곳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렇게 될 경우 태평양과 대서양 등을 통해 미국으로 수출되는 컨테이너 화물의 90%가 외국의 선적 항만에서 사전 검색을 받게 된다.

이와 함께 모든 운송인에게 화물을 선박에 적재하기 24시간 전에 적하목록을 미 세관의 자동 적하목록 시스템(Automated Manifest System)에 신고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유럽연합(EU)의 경우 2004년 발효된 국제 선박 및 항만시설 보안에 관한 규칙(ISPS코드)을 수용해 선박과 항만에 관한 보안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아울러 기존의 ISPS코드로는 물류 전반에 대한 보안 확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지난 2월 철도 및 도로등 내륙교통에 대한 보안조치를 강화하는 ‘물류 보안 기본 규칙’을 수립해 시행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하주 등 이해관계자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올해 안 입법화 여부는 불투명하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최재선 연구원은 “이와 비교해 우리나라 물류보안제도는 국내 자체적인 문제와 국제 환경변화등에서 문제점이 지적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내륙물류구간 보안 허술

자체적인 문제점으로는 내륙 운송부문의 경우 물류 보안을 담보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없어 도로 및 철도의 경우 테러 등 위험에 그대로 노출됐다는 점이다.

생산 공장에 대한 보안 기준이나 컨테이너 화물의 적입과정에 대한 보안 통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컨테이너를 적재한 트럭이 항만 게이트를 통과할 때 운전기사에 대한 통제와 신분확인이 전무한 상태다. 또 항공부문도 외국 항공사의 보안 검색 능력문제, 상용화주제도 도입문제, 보안경비요원의 능력과 높은 이직률, 고도화되는 테러에 대한 대체 능력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항만부문도 ISPS코드가 시행되고 있으나 일부 터미널이 기본적인 출입자 통제조차 안하는 등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국제 환경 변화에 따른 것으로는 화물 공급사슬 전반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물류 보안 제도가 구축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의 C-TAT나 EU, 싱가포르등은 제품 생산에서 판매에 이르는 전 구간의 완벽한 보안 확보를 요구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물류 보안 장비 및 기술개발과 투자, 협력이 소홀해 자칫 국제 표준 경쟁에서 낙오될 가능성도 엄존한다. 더구나 국제적으로 물류보안제도가 강화되고 있음에도 일부 부처와 기업을 제외하고, 이 같은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류 보안을 강화할 수 있는 민관 협력 프로그램이 부족하고, 대부분 기업들이 전문가 양성이나 국제 협력 등에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다.

국내사정과 달리 싱가포르와 홍콩, 일본, 중국 등은 자국의 보안기준을 글로벌 기준에 맞추는 한편, 이 같은 흐름을 적극 활용, 환적 화물 유치는 물론 궁극적으로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지렛대로 활용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최재선 연구원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물류보안제도는 사실상 미국의 제도를 국제적으로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물류보안제도도 미국의 제도와 향후 입법 동향을 정확하게 파악, 대응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이나 유럽과 같이 우리나라도 특정 구간의 보안뿐만 아니라 화물의 전 유통 구간에 대한 보안을 통합적인 시각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도 자체적으로 항만의 물류보안 기준을 강화해 수출화물에 대한 검색비중을 높이고, 선사도 의심되는 화물에 대해서는 선별적으로 적재하거나 운송을 거절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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