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8-01 18:11

故 정몽헌 회장 생전모습 담은 사진전 열어

현대그룹, 3주기 맞아 다양한 추도행사 개최
현정은 회장 思夫曲 공개


현대그룹(회장 현정은)이 오는 4일 故 정몽헌 회장 3주기를 맞아 고인을 기리는 추모 사진전, 추모 음악회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한다.

현대상선은 적선동 현대상선 사옥에서 11일까지 추모사진전을 열고 있다. 사진전엔 그동안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않은 정몽헌 회장의 젊은시절 모습과 가족사진, 남북경협사업 초창기 시절에 백두산과 내금강을 답사했던 생생한 활동상등 80여점의 사진이 전시되고 있다. 특히 현정은 회장이 남편을 그리워하며 직접 쓴 편지글인 ‘사부곡’(思夫曲)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고 정몽헌 회장의 장녀인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기획실장(왼쪽)이 일행과 함께 추모사진전에 참석해 고인을 회고하고 있다.

현정은 회장은 편지글에서 “정몽헌 회장은 대의 앞에 그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던 신념의 경영자이며 민족 화해를 위해 가장 앞에서 발로 뛰던 실천가였다”고 회고했다. 또 “정몽헌 회장의 경영발자취를 쫓아가는데 걸음이 느린지 자꾸 넘어지지만 아무일 없었던 듯 일어나겠다”며 “아내로서 남겨진 일보다는 현대그룹 회장으로 남겨주신 일들이 더 많은 것을 알기에 현대그룹과 남북경협사업의 발전을 위해 더욱 매진해 나가겠다”고 했다.

추모 사진전은 ▲정몽헌 회장의 고등학교 시절부터 현정은 회장과 연애시절, 가족과 함께했던 행복했던 순간 등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정몽헌 회장의 인간적인 면모와 ▲현대상선, 현대전자(현 하이닉스), 현대건설 등 경영자로서 사업현장을 누비던 모습 ▲금강산관광사업, 개성공업지구 건설 사업 등 남북경협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모습을 볼 수 있다.

현재 추모사진전엔 정몽헌 회장의 생전 모습을 그리워하는 일반 사람들의 추도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그룹은 오는 4일부터는 현대상선사옥외에 금강산 추모비 앞에서 90점의 사진을 11일까지 야외전시할 예정이다.

현대그룹은 “3주기를 맞아 한국경제와 남북경제협력사업의 발전에 일생을 바친 정몽헌 회장의 업적이 올바르게 평가되길 바란다”며 “이번 추모행사를 통해 정몽헌 회장의 기업정신을 되돌아보고 현대그룹의 새로운 도약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이밖에 오는 4일에 금강산 문화회관에서 도올 김용옥 선생, 영화배우 정준호, 팝페라 가수 정세훈, 가수 이문세, 신효범등이 참석하는 추모 음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다음은 현정은 회장이 고인에 보내는 편지다.

사랑하는 애들 아빠, 정몽헌 회장님서러운 듯 붉게 물들이던 금강산의 가을도 어느덧 세 번이 지났네요. 그래도 어김없이 또 신록의 푸르름이 산 아래로 내려앉고 오늘은 당신이 반가워 할 여러 손님들을 모시고 이렇게 이 자리에 섰습니다.

새삼 당신이 이루어 놓은 꿈들을 생각하면 제가 일궈내야 할 꿈들은 부끄럽기만 합니다. 대의 앞에 그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던 신념의 경영자, 민족의 화해를 위해 가장 앞에서 발로 뛰던 실천가.

당신이 첫 삽을 뜬 개성공단은 하루가 다르게 제 모습을 갖추어 가고 하나로 뻗은 경의선과 동해선이 이제 철마의 뜨거운 몸짓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현대의 꿈과 희망도 시련 위에서 더욱 아름다운 꽃들을 피워가고 있습니다. 모두 당신이 다듬어 놓은 땅 위에서지만요.

앞으로 몇 해가, 아니 몇 십년이 더 지나가도 더 선명해지기만 할 당신의 발자취들입니다. 그 길을 ?i아가는 저는 걸음이 느린지 자꾸 넘어지기만 합니다. 그래도 아무 일 없었던 듯 일어서려고요.

어떻게 이뤄낸 현대인데, 어떻게 이뤄놓은 남북교류인데. 작은 바람이 홀로 남은 저를 흔들 때마다 당신 생각에 다시 한번 입술을 깨물어 봅니다. 아내로서 남겨진 일보다는 현대그룹 회장으로서 남겨주신 일들이 더 많은 걸 알기에 오늘의 이 자리가 더 숙연해 집니다.

하늘이 맺어준 북측과의 인연을 민족화해의 필연으로 만들어가야 하는 일, 창업주이신 정주영 회장님 때부터 내려온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우리 현대그룹의 불굴의 개척정신을 다시 활활 타오르게 하는 일.

그 무엇도 현대가 가야 할 이 숙명의 길을 막아서지 못할 것이라 굳게 믿고 있습니다. 당신이 생전에 제게 베풀어 주신 사랑의 의미도 저 하나나 우리 가족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초라하기만 한 저의 사랑을 이제 더 큰 각오로 이 땅에 울려 퍼지게 하겠습니다. 우리 현대의 이름으로, 우리 겨레의 이름으로.

사랑합니다. 정몽헌 회장님.

그 사랑을 남겨주고 가신지 3년이 지난 오늘,

당신의 아내 현정은 올림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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