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7-03 09:58

기획/8월중 국내 블록트레인 도입, 철도물류 청신호될까

/철도물류시장 점검한다
유라시아 철도노선 구축에 호재…운영권 배분등 과제 풀어야
도로보다 높은 철도운임 개선지적


최근 한국, 중국, 러시아등이 남북종단철도(TKR)와 중국횡단철도(TCR), 시베리아횡단철도(TSR)의 연결을 통해 유라시아 철도물류노선 구축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에서 철도운송은 높은 수송분담률로 화물연대 파업등 물류대란의 위험을 안고 있는 도로운송의 대체수송모드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한국철도공사가 유럽형 철도물류서비스인 블록트레인을 8월부터 일반운송업체에 운영권을 임대해 도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철도물류 활성화에 청신호가 되고 있다.

최근 몇년간 철도 운송실적은 보합 혹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00년부터 2002년까지 4500만t대를 보이던 실적은 2003년에 4712만t으로 잠깐 상승세를 보이다 2004년과 작년엔 2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2004년과 2005년 실적은 각각 4452만t, 4173만t을 달성, 전년대비 5.5%, 6%씩 감소했다.

◆「컨」물량 연평균 7% 상승

철도 화물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은 시멘트와 컨테이너다. 작년 기준으로 시멘트는 전체 화물량의 36%를 차지했고, 컨테이너 화물은 24%를 차지했다. 기존까지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던 석탄과 유류는 이용량 감소와 97년 송유관 연결등으로 계속 하향추세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들어 시멘트도 건설경기 침체로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컨테이너 운송량은 전체 철도 운송실적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매년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어 고무적이다. 2001년 777만t, 2002년 815만t, 2003년 875만t, 2004년 892만t에서 작년엔 1천3만t을 달성, 철도 컨테이너운송 1천만t 시대를 열었다. 최근 3년간 연평균 성장률도 7.5%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20피트 컨테이너(TEU) 기준으로 작년 실적은 95만TEU를 기록, 지난해 전국 수출입 컨테이너 물동량인 962만TEU와 비교해 9.6%의 수송분담률을 보였다.

컨테이너 화물의 성장은 컨테이너 운송업체들의 선전으로 풀이된다. 컨테이너장치장(CY)이나 내륙컨테이너기지(ICD)등의 물류시설이 늘어났고 벌크화물의 컨테이너화에 힘입은 점을 부인할 수 없으나 제조업체들이 최근 몇년간 외국으로 계속 빠져나가고 있고 국내 수출화물 유형이 반도체등의 고부가가치 화물로 전환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컨테이너 운송업체들이 자가트럭킹 회사나 지입차량과의 화물유치 경쟁에서 선전했다고 분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철도운송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가전공장도 수원에서 광주로 이전했고, 앞으로 중국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높다”며 “제조공장의 해외이전은 국내운송업계를 비롯해 철도운송에도 먹구름이 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철도를 통해 컨테이너 운송을 진행하고 있는 물류회사는 17개사다. 내륙컨테이너운송업체 14개사를 비롯해 현대상선, 한국복합물류, 철도공사 자회사인 코레일로지스등이다. 이중 삼익물류, (주)한진, 대한통운, 세방, 국보등 5개사가 전체 물동량의 70%를 차지해 전체 운송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특히 (주)한진과 삼익물류는 사유화차 보유량에서도 다른 회사와 비교해 월등히 높다. 사유화차는 한진이 223량, 삼익물류가 158량을 보유하고 있고, 천일정기화물이 121량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복잡한 운송구조·높은 원가 ‘발목’

철도운송회사들이 느끼는 철도물류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가장 첫번째로 지적되는 것이 높은 운송원가다. 철도운송은 철도가 역과 역만을 연결하기 때문에 하주공장에서 역까지, 혹은 역에서 항만까지 연결하는 문전 운송시스템이 별도로 구축돼야 한다.

현재 철도로 부산항까지 컨테이너를 운송하기 위해서는 하주공장-철도CY·ICD-철도운송-항만 공용CY-항만터미널의 경로를 거친다. 또 항만내 철도영역에서 처리하지 못하는 컨테이너는 도로셔틀운송을 통해 ODCY(부두밖장치장)에 장치된 후 다시 철송장으로 보내진다.

하주 공장에서 항만까지 한번에 운송되는 도로운송에 비해 몇단계나 더 거치는 운송경로는 철도운송의 원가를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경인ICD-부산항간 40피트 컨테이너(FEU) 1개에 대한 철도운송비는 42만6천원으로, 도로운송(39만원)보다 3~4만원 가량이 더 비싸다. 의왕시 오봉역에서 부산진역까지의 순 철도수송비는 27만6천3백원으로 도로에 비해 12만원이 싸지만 다단계 운송구조로 셔틀비용이나 상하차료, 하역료 등이 붙으면서 총운임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복잡한 운송경로는 또 운송시간에서도 경쟁력을 떨어뜨려 서울-부산항간 운송시간은 도로가 하루가 걸리는 반면 철도는 이틀이 소요된다. 의왕 오봉-부산진간 역간 철송 시간도 노선 보수에 따른 일시 운행 차단으로 8~10시간이 넘게 걸리고 있다.

따라서 운송업체들이 철도로 운송하는 화물은 긴급화물이나 소량화물은 제외되고 비교적 운송시간이 여유 있거나 몸집이 큰 화물일 수밖에 없다. 대량운송을 통해 높은 원가구조를 낮출 수가 있기 때문이다.

◆“볼륨인센티브제, 물량규모로도 적용해달라”

이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철도공사는 운송업체에 ‘물량할인제’와 ‘탄력운임제’, ‘사유화차할인제’등을 적용하고 있다. 물량할인제는 지난 99년에 도입된 것으로 전년에 비해 화물이 5% 늘어나면 운임 1%를 깎아주고 5%단위로 1%가 추가할인된다. 전년대비 20%의 화물이 늘었다면 4%의 운임을 할인 받게 되는 것이다.

탄력운임제는 수입 화물이 수출화물보다 불균형을 이루고 있는 점을 감안해 수출되는 40~45피트 컨테이너 화물에 대해 15%(부산)에서 20%(광양)까지 높은 할인율을 적용해주는 제도다. 현재 철송 컨테이너 화물은 수입이 수출보다 20% 가량 많다. 사유화차할인은 1~50대가 17%이며 이후 50대가 늘 때마다 1%씩 추가할인된다.

이중 ‘물량할인제도’는 물량규모에 의한 할인이라기보다 증가율에 초점을 둔 할인제도여서 메이저 업체들로부터 제도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물량이 많은 업체가 느끼는 5% 증가율은 중소업체의 그것보다 매우 큰 규모라는 이유. 예를 들어 200만t을 운송했던 회사는 5%를 늘리려면 그 다음해 10만t의 물량을 더 유치해야 하지만, 20만t을 처리했던 회사는 다음해 1만t만 추가로 늘리면 할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때문에 많은 물량을 운송하는 메이저 회사들은 단순 증가율로만 따지는 기존 할인제와는 별도로 전체 물량규모에 따른 할인율을 도입해 줄 것을 공사측에 요구하고 있는 상황.

또 사유화차를 다량 보유하고 있는 회사들은 높은 검수비에도 불만을 나타내왔다. 화차 회귀율이 짧은 컨테이너 열차(1.6일)의 경우 대략 8만km를 운행하면 ‘검수단’에서 검사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중요검수 기관인 검수단은 일반검사 기관인 검수사무소보다 검수비가 매우 높아 사유화차 보유 업체들은 높은 검수비를 지불해야만 했다. 검수단에서의 검수비는 1량당 300만원으로, 검수사무소 비용인 85만원보다 무려 3배이상이 높다. 때문에 사유화차 보유 회사들은 “물량할인으로 세이브한 비용이 검수비로 다 들어간다”고 쓴소리를 해왔다. 사유화차가 가장 많은 한진의 경우 한번 검수를 받을때마다 7천만원 가량의 검수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철도공사는 이같은 업체들의 불만을 반영해 올해부터 검수단 검사를 검수사무소 검사로 전환했다.

◆한국형 ‘블록트레인’성공할까

한편 철도공사가 오는 8월부터 ‘블록트레인’을 일반운송업체를 대상으로 운행하려는 움직임이어서 주목된다.

블록트레인은 정해진 화차를 연결해 일정한 구간을 중간 기착없이 운행하는 고속화물열차로 내륙복합운송이 발달해 있는 유럽지역에서 일반화돼 있는 철송형태다. 유럽의 대표적인 블록트레인 운영회사는 함부르크항과 도이체반의 합작사인 폴주크로, 독일 함부르크항과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에서 유럽내륙간 구간을 블록트레인으로 연결해 높은 수송분담률을 기록하고 있다.

수송모드별로 비용경쟁력을 봤을 때 일반적으로 선박은 370km 이상의 구간, 열차는 100~300km 구간, 트럭운송은 100km 이하구간에서 가격경쟁력을 갖는다. 폴주크의 블록트레인망은 함부르크항과 로테르담항을 통해 인근 폴란드나 룩셈부르크, 오스트리아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보스니아, 러시아 모스크바까지 운송망을 연결하고 있다. 특히 흑해나 카스피해 지역은 열차훼리로 기차가 통째로 바다를 건너 최종목적까지 운행된다.

이같은 유럽 블록트레인망은 300km 이상의 장거리 육상화물에 대해선 70%가량을 운송하고 있다. 우리나라 엘지가 블록트레인망을 이용해 로테르담·함부르크항에서 폴란드 바르샤바까지 전자제품을 수출하고 있고 대우자동차와 현대자동차도 바르샤바나 루브린, 쿠노프의 공장 터미널까지 블록트레인을 이용하고 있다.

철도공사도 유럽의 선진 철도물류시스템을 벤치마킹해 2004년에 물류자회사인 코레일로지스 설립과 함께 25량 연결의 블록트레인 1개 열차를 경부노선에 도입했다. 코레일로지스가 운영하는 블록트레인은 선로보수공사 시간을 피한 밤 10시에 경인ICD를 출발해 오전 5시께에 부산진역을 도착하는 스케줄이다. 일반 화물열차가 총 이틀이 걸리는 반면 블록트레인은 야간에 출발해 선박 출항시간대인 오전까지 화물을 터미널에 댈 수 있어 도로운송만큼이나 빠른 운송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블록트레인은 열차운임도 일반화물열차보다 20~30% 가량이 싸 운송업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현재 철도공사는 경부간 블록트레인의 경우 25량 1개열차 기준으로 552만원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일반화차 1량 운임이 27만원인선 것과 비교할 때 1개 열차당 125만원 가량이 싼 가격이다. 철도공사는 지난 2년간의 블록트레인 운행노하우를 토대로 일반 운송업체로도 이를 확대하려는 계획이다. 철도공사는 의왕-부산진역간 2개노선, 의왕-양산ICD간 1개노선, 장성-부산진역간 1개노선 등 총 4개노선의 블록트레인 운행을 검토중이다.

◆업계 “블록트레인에 사유화차 놀리나” 우려

하지만 블록트레인 도입에 따른 업체들의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먼저 철도공사가 블록트레인 구성에 사유화차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어서 메이저 업체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업체들은 “블록트레인이 상용화되고 일반열차가 경쟁력에서 뒤쳐질 경우 사유화차를 많이 가진 업체들은 이를 마냥 놀려야 하는 거냐”고 반문한다. 이들은 철도운송 경쟁력을 위해 많은 비용을 들여 사유화차를 확보했다는 점을 철도공사가 십분 감안해 블록트레인에 사유화차를 사용토록 하거나 사유화차를 매입해 줬으면 하는 눈치다.

하지만 철도공사는 블록트레인 화물은 기존 철도 화물의 이동이 아니라 트럭킹화물 유치를 통한 신규화물 창출이어야 한다며 업체들의 사유화차에 대한 지적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블록트레인 운영권 배분도 업체간 이견이 많아 어떤식으로 결론이 날 지 주목된다. 운송업체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것은 경부 노선. 하지만 이 노선은 단 2개열차만이 운행될 예정이어서 14개 회사에 이를 적절히 배분하는 것이 고민거리다. 현재 물량이 많은 메이저 업체들은 단독 운영을 요구하고 있고, 비교적 소량을 취급하는 운송업체들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물량이 적은 업체들은 열차를 임대운영한다 하더라도 물량을 유치하지 못하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컨소시엄 형태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철도공사는 1개열차는 단독운영, 다른 하나는 컨소시엄으로 운영권을 준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철도공사와 운송업체들은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이달 운송업체와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北 구간 ‘선로 노후’…南 민간업체 투자 필요

이같이 선진 철도물류시스템인 블록트레인의 본격화는 TKR-TCR, TKR-TSR 연결을 통한 유라시아 철도망 건설과 맞물려 철도운송 발전에 호재로 평가된다. 블록트레인의 노하우를 살려 우리 운송업체들도 유라시아 철도노선에 주도적인 참여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와 관련 업체 관계자는 “대북물류만 개통된다면 운송업체들로선 큰 호재가 될 것 같다”며 “해운을 통한 유럽행 화물 운송이 한달이 걸리지만 철도를 통하게 되면 기간을 반으로 줄일 수 있어 철도물류 활성화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물론 남북철도 연결을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문제는 러시아나 중국이 아닌 바로 북한 구간이다. 지난달 24일 북측이 경의선, 동해선의 시험운행을 돌연 취소한 것처럼 정치적인 문제가 걸림돌로 상존해 있을 뿐 아니라 북한 철도구간이 노후화돼 남북철도가 연결된다 하더라도 본격적인 운행은 불가한 실정이다. 비록 남북 모두 표준궤(1435mm)를 사용해 연결은 무난하다고 하나 북측 구간이 연약한 노반으로 철도가 고속운행을 할 수가 없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선로 개량사업이 필수적인데, 남한 민간 운송업체들의 적극적인 투자 및 참여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이에 대해 업체 관계자는 “남북노선이 연결돼 향후 업계 수익이 보장된다면 업체들이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며 “정부측은 이 문제에 대해 업계와 협의를 통해 투자-수익모델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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