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2-06 17:36

KAL 조종사 파업예고 배경과 전망

노 "임금동결 강요" 사 "성과급 1천여만원씩 지급"
"고임금 조종사들이 승객 볼모 제몫 챙기기" 지적도


대한항공 조종사노조가 임금협상 결과에 따라 8일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예고함에 따라 7월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 파업에 이어 또다시 '항공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 배경 =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6일 "오늘 오후 7시에 끝나는 쟁의행위 찬반투표의 결과가 찬성으로 나오고 협상이 최종 결렬될 경우 8일 0시부터 총파업을 비롯한 단체행동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대한항공 조종사 1천986명 중 노조원은 67%인 1천344명이다.

이번 조종사노조 파업 경고는 임금협상 결렬에서 비롯됐다. 노사는 10월17일부터 11차례에 걸쳐 교섭을 진행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11월18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중재 신청을 냈다.

그러나 중노위 조정안에 대해 회사측은 받아들였으나 노조가 이를 거부하고 쟁위행위 찬반투표에 들어간 것.

노조측은 '기본급과 비행수당 6.5% 인상ㆍ상여금 50% 포인트 인상'을 요구한 반면 사측은 중노회 조정안인 '기본급 2.5% 인상'에 상여금 50% 포인트 인상을 조건부로 제시하고 있는 상태다.

중노위 조정안은 강제성이 없는 것으로 노사 중 한쪽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효력을 잃게 된다.

조종사노조는 "대한항공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수천억에 달하는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실현하고 있음에도 조합원들에게 불투명한 경영환경을 들며 임금동결을 강요하고 있다"며 총파업 등 모든 쟁위행위를 고려하겠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올 상반기에 작년 경영실적에 대한 성과급으로 조종사 1인당 평균 1천135만원을 지급했다"며 "현재 노조측 요구는 기장의 경우 현재 연봉에서 2천236만원(성과급+인상액)을 더 요구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 '항공대란' 현실화되나 = 대한항공 노사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며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노조원들의 쟁위행위 찬반투표율은 8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오후 7시 마감될 찬반투표 결과에서 '찬성'으로 나오고, 양측의 입장이 결렬돼 조종사노조가 파업을 감행하게 되면 연말연시를 앞둔 '항공대란'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노사는 8월 단체협약 갱신에서 막판에 극적 타협점을 찾아 파국을 면한 바 있어 아직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다. 노사는 이날 찬반투표가 끝난 직후부터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고소득 직종인 조종사들이 승객을 볼모로 파업을 강행하려는 것은 어떤 명 분과 논리를 내세워도 '제몫 챙기기'란 지적을 피할 수 없다는 대다수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도 노조측이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현재 노사 양측이 제시한 안이 차이가 있고 서로 입장이 강경해 임금협상이 결렬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조종사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전 노선의 70% 감축 운항이 불가피해져 여객운송의 1일 4만4천여명, 화물수송은 1일 2천억원 가량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사 파업은 대체인력이 투입될 수 없다는 특성 때문에 파업이 발생할 경우 사측이 가용할 수 있는 조종사 수는 600∼700명에 불과한 상태다.

특히 대한항공의 경우 대형기ㆍ장거리 노선 위주로 짜여져 있어 단거리 노선을 갖고 있는 아시아나에 비해 조종인력의 가동률이 현격히 떨어진다는 것.

대한항공 관계자는 "8일부터는 대학생들의 방학에 따른 연수, 외국 유학생 귀국 등 겨울 성수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이라며 "이번 노조의 파업 예고는 협상 이전부터 예정된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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