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1-24 10:25

<韓/日/航/路>“11월마저 왜이러나”…물량 ‘저점’서 제자리

예년에 비해선 10%가량 감소


생산기지의 외국이전, 원화 강세, 계절상품 수출급감.

요즘 한일항로의 시황을 대변하는 지표들이다. 한일항로는 4~6월 잠깐 호황의 단맛을 보나 싶더니 8월 접어들면서 급격한 시황하락세를 맞았다.

한일항로 취항선사들은 전통적인 물량 밀어내기 시즌인 11월을 그나마 시황 반전의 호기로 기대했으나 이마저 기대를 저버리고 말았다.

한일항로는 전통적으로 가을철로 접어드는 10월부터 난방기기 등 계절상품들의 물량 밀어내기 기미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11월에 절정을 이루는 경향을 보여왔다. 더구나 일본이 크리스마스 이후로 통관을 끝내기 때문에 그 전에 계약된 화물들을 내보내려는 제조업체들의 발빠른 움직임으로 한일항로는 11월께가 다른 달에 비해 평균 10%가량 물량이 증가했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8월에 큰 폭의 낙차를 보이며 떨어진 물량실적은 마치 무거운 추를 매단 양 저점에서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선사들에 따르면 한일항로의 올 11월 물량은 예년 같은달에 비해 7~10% 정도가 하락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9월이나 10월과 비교해선 보합세. 이에 따라 주말항차나 월말항차에도 화물을 다 채우지 못하고 운항하는 선사도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가전제품은 이미 중국이나 동남아 지역으로의 생산기지 이전으로 국내물량분이 감소한지 오래고 그나마 수출항로 물량을 받쳐줬던 레진이나 종이류 등도 별반 나아진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 11월 시황 저조의 원인으로 풀이되고 있다. 레진, 종이류의 감소의 경우도 생산공장의 해외이전이 어느정도 원인이 되고 있다. 이미 중국이나 인도, 파키스탄 등지에서 화학제품 원료인 레진 생산을 본격화하기 시작했을 뿐 아니라 제품질도 많은 향상을 보이고 있어 국내 수출이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

한국 수출기업들이 레진 수출노선을 일본이나 동남아에서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큰 피해를 입은 미주나 남미 지역으로 튼 것도 한일항로 물동량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카트리나로 이들 지역의 석유화학생산단지가 큰 파손을 입어 레진물량을 대거 수입하고 있는 것.

이와 함께 원/엔화 환율하락으로 국내제품이 가격경쟁력을 잃은 것도 한일수출화물 감소를 부채질하고 있다. 원/엔 환율이 7년 3개월만에 870원선 아래로 떨어지면서 11월 강세 수출품이었던 대표적 계절상품인 온풍기나 전열기, 히터 등의 난방기기 등도 열세를 면치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A선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일본 바이어들은 이미 작년부터 원화강세에 대비해 수입노선을 중국이나 동남아로 변경하기 시작했다”며 “앞으로도 11월 물량 강세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11월을 기대했던 선사들은 이마저도 암중모색의 상황을 면치 못하자 내년 시황 전망에서도 혼선을 빚고 있다. 내년도 사업계획을 잡고 있는 선사들은 항로 흐름이 전통적인 패턴에서 벗어나자 내년 시황 전망 추정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물량이 떨어지자 운임도 힘을 잃고 하락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선사들은 현재 운임이 지난 4월 실시했던 MGL 수준과 비교해 TEU당 20~50달러가량 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서울지역의 경우 그나마 하락수준이 심하지 않지만 지방으로 갈수록 심하다고 말했다. 더욱이 메이저선사들도 운임인하에 동참한 것으로 포착돼 선사간 제어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이 항로의 운임률 하락은 바닥으로까지 치달을 수도 있다고 선사들은 경고한다.

B선사 관계자는 “물량이 떨어지면서 현재로선 (운임하락에 대한) 대책이 없다”며 “예년엔 11월에 절정에 다른 물량이 1월까지 받쳐주면서 선사들의 숨통을 트이게 했으나 지금은 그런 기미도 안보인다”고 말했다.

C선사 관계자는 운임하락의 원인을 신규포워더의 난립으로 보기도 했다. 신규포워더들이 많아지면서 운임하락을 부추기고 있고 선사들도 이에 동요하면서 운임하락이 심화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하루에도 몇십개씩 늘어나는 포워더들로 인해 시장질서가 어지러워지고 있다”며 “신규 포워더들이 화물 유치를 위해 운임덤핑으로 영업을 하면서 덤핑분을 선사들에게 전가시키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렇다고 일본측 수하주들이 쉽게 선사를 바꾸지도 않는 만큼 선사들이 포워더들의 운임치기에 동참해선 안될 것”이라고 했다.

일본 하주들은 한번 선호한 선사를 계속 이용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운임 한두푼에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황이 이러하자 내년에 선복을 줄여야 한다는 ‘선복감축론’을 제기하는 선사들도 있으나 선뜻 누가 나서지는 못하는 상황. 한 선사가 선복을 줄이면 그만큼 다른 선사가 이득을 보는 것은 자명하기 때문.

한국근해수송협의회는 23일 시황악화에 따른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대책회의를 가지고 운임하락 방지책에 대해 논의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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