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9-15 17:28
"대형항공사 체질개선 시급"..노동계 긴장
저가항공사 공세 대응책 시급...유럽업계도 고전
미국 대형 항공사들이 속속 파산 보호를 신청해 항공업계 위기의 심각성을 거듭 부각시키고 있다.
델타와 노스웨스트가 14일(현지시각) 30분 차이로 미 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함에 따라 지난 2002년 같은 처지가 된 유나이티드를 포함해 미국의 2-3-4위 항공사들이 모두 파산보호 상태에 빠진 것이다.
이로써 지난해 신청한 유에스에어웨이스를 포함해 미국의 7대 항공사 가운데 4개사가 파산보호 상태로 전락했다.
세계 최대 항공사인 아메리칸과 미국 5위인 콘티넨털도 경영난으로 파산보호 신청 직전까지 갔으나 사측의 압력에 밀린 노조가 연금과 감원 등에서 양보해 극적으로 모면한 상태다.
이들 항공사의 줄도산은 고유가와 연금부담 증가를 포함한 인건비 부담 가중이 주요 원인이다. 그러나 할인 항공사들의 급부상으로 인한 경쟁력 약화도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대형 항공사들이 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사우스웨스트, 제트블루, 에어트랜 등 할인 항공사들이 전반적으로 흑자를 이어온 것만 봐도 쉽게 확인된다. 이에 따라 월가에서는 대형 항공사들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어쨌든 항공업계는 고유가와 연금 부담으로 '죽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업계의 강력한 로비에 밀린 미 의회에서 급기야 지원책을 본격 모색하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 델타-노스웨스트의 재무 상태 = 블룸버그에 따르면 델타는 자산 가치가 216억달러인데 반해 283억달러의 부채를 지고 있다.
지난달 정비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는 내환까지 겪은 노스웨스트의 경우 자산 가치가 144억달러인데 반해 부채는 179억달러로 집계된다.
◇ 미 항공업계 15년래 최악 상황 =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의 대형 항공사 4개가 파산보호 상태에 돌입하기는 지난 91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이스턴, 브래니프, 컨티넨털 및 팬암이 같은 처지였다.
◇ 항공업계 적자 규모 = 미 항공업계 대변 기구인 항공교통협회(ATA)에 따르면 미국 6대 항공사들의 적자는 지난 4년간 380억달러에 달했으며 올해만도 100억달러가 추가될 전망이다.
협회는 고유가로 인해 지난 4년간 항공유 가격이 239% 상승하는 가운데 올해만도 지난해에 비해 항공업계가 지출하는 항공유 부담이 92억달러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연합)
◇ 서비스에 어떤 영향 미칠까 = 마켓워치는 델타-노스웨스트 두 항공사의 노선이 궁극적으로 15% 가량 감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두 항공사는 파산 보호를 활용해 노후 항공기를 퇴역시키는 한편 미국내 적자 노선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마켓워치는 내다봤다.
그러나 두 항공사측은 "운항 스케줄이 지장받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두 항공사의 파업이 당장에는 서비스에 크게 영향 미치지 않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파급 효과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승객에 대한 서비스 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대형 항공사 체질개선 압력 가중 = 다우존스는 대형 항공사들의 줄도산에도 불구하고 할인 항공사들은 전반적으로 흑자를 유지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한 예로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가 투자한 제트블루의 경우 14분기 연속 흑자를 내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이는 델타가 18분기중 단 한번만 흑자를 낸 것과 대조된다는 것이다.
트리벤트 파이낸셜의 항공업계 전문 분석가 빌 호치머스는 블룸버그에 "대형 항공사들이 할인 항공사들 때문에 미국내 노선의 70% 이상에서 요금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면서 "대형 항공사들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미 의회, 항공업계 지원 모색 = 미 항공업계가 ATA를 통해 로비해온 유류세 1년 유예를 적극 검토할 움직임이다. 항공유세는 현재 갤런당 4.3센트를 부과하고 있다.
의회가 항공유세 1년 유예를 승인할 경우 미 항공업계가 6억달러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ATA측 주장이다.
이와 함께 허리케인 카트리나 복구와 관련해 미 의회가 심리하는 재난구제법에 항공사 지원을 포함시키자는 의견도 의회에서 나오고 있다. 빠르면 내주 심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 노동계 긴장 = 캘리포니아 주립대 버클리 캠퍼스(UC 버클리)의 노동법 전문가 해를리 샤이켄 교수는 블룸버그에 "델타-노스웨스트의 파산보호 신청이 노동계에는 나쁜 소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나이티드가 파산보호 기간에 연금을 축소해 내년에 정상 경영으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면서 델타와 노스웨스트도 같은 방법을 추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그리스 국적항공사도 흔들 = 재클린 오나시스와 결혼해 한때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그리스 선박왕 아리스토틀 오나시스가 지난 57년 세운 그리스 국적항공사 올림픽 에어라인도 문을 닫을 위기에 직면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14일 그리스 정부가 올림픽을 지원한 것이 잘못이라면서 5억4천만유로(6억6천300만달러)를 반환하도록 지시했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올림픽이 이 돈을 반환하려면 항공사를 매각하는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올림픽은 고유가 등으로 인해 그간 유럽에서 가장 취약한 2대 국적 항공사의 하나로 거론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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