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9-02 13:54

<한일항로>“GRI 하자는데 물량 안받쳐주네”

8월 물량 큰폭 감소로 GRI도입 연기

한일항로는 8월물량의 급격한 감소세에 따라 이번달 도입하기로 했던 GRI(기본운임인상)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업계에 따르면 상반기까지 전년대비 증가일로였던 한일항로 물동량은 7월에 보합세를 보인 후 8월 접어들면서 큰 감소를 보였다. 선사들은 전달인 7월보다 10%가량 감소했다고 말하고 있다.

한일항로의 상반기 물량은 예년과 비교해 호조세였다. 공식 집계된 상반기 실적은 작년 같은기간보다 5.6% 늘어난 28만9천938TEU였다. 특히 소석률이 더 낮은 수입화물 증가율이 수출화물보다 높은 것은 취항선사들에게 고무적인 일이었다. 같은 기간 이 항로 수출화물은 16만565TEU로 작년보다 5.3%, 수입화물은 12만791TEU로 6.1% 늘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물량 호조세에 따라 이 항로 운임협의체인 한국근해정기선사협의회(KNFC)는 이달 15일부로 적극적인 운임인상 형태인 GRI를 도입해 본격적인 운임회복에 나서기로 계획했었다. 이에 따라 지난달 16일 선사간 회의를 갖고 인상폭을 TEU당 30달러, FEU당 50달러씩 한다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협의한 바 있다.

그러나 8월 물량의 큰 폭 감소로 선사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데 실패했고 결국 GRI는 차후로 연기됐다.

선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 “유가는 여전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고 있고 컨테이너선 용선시장도 고가 기조가 계속되고 있어 운임인상의 명분은 충분하나 물량이 떨어져 성사되기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한일항로에선 8월은 전통적인 비수기로 분류된다. 한국의 휴가철과 일본의 명절이 끼어 수출입물량이 다 감소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양력 8월 15일에 한국의 추석에 해당하는 ‘오봉’이라는 명절을 지내는데 이에 따른 연휴기간이 약 1주일간이다. 따라서 제조물량 혹은 운송물량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선사측 전언이다.

8월 물량의 감소로 스페이스가 여유가 생기다 보니 선사간 저가운임이 고개를 들고 있다는 정황도 포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8월 한일항로 소석률은 수출화물의 경우 80%대를 보였고 수입화물은 60~70%대를 나타냈다. 선사들은 “삼국간 화물까지 합쳐서 이정도지 순수 로컬화물만을 따진다면 소석률은 더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GRI도입시기는 이달 중순께의 물량을 기준으로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통적으로 월말 밀어내기 물량의 영향으로 월초보다 월말로 갈수록 물량이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중순까지는 물량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것.

이와 관련 KNFC 관계자는 “10월 15일 시행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9월 물량이 받쳐준다면 10월 1일에라도 시행할 수 있는 문제”라며 “지금으로선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선사들은 이달 물량을 낙관하고는 있으나 얼마나 상승할지가 미지수여서 GRI 도입시기는 더 늦춰질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장금상선이 최근 개설한 광양-일본간 직항로가 결과적으로 선복상승을 불러왔기 때문. 장금상선은 지난달 9일 광양-일본 한신(고베·오사카)지역간 직항로를 개설하고 120TEU급 선박을 주2항차로 운영하고 있다.

한편 한일항로는 최근 유가가 계속 오르고 있는 점을 감안해 지난달부터 EBS(긴급유가할증료)를 인상·조정했다. 수출화물의 경우 TEU당 1천엔 오른 ‘3천엔’으로, 수입화물은 TEU당 5천원 오른 ‘3만원’으로 각각 인상됐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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